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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입국청소년, 무지갯빛 내일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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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입국청소년, 무지갯빛 내일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소셜 이노베이터 6명의 목소리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중도입국청소년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 논의한 12회차 SIT. 컨퍼런스가 막을 내리고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참석자들의 머릿속에는 저마다의 물음표와 느낌표가 떠올랐을 터다. 다시 현장에서는 문제 해결과 지원책 마련을 위한 기나긴 마라톤이 시작됐다. 누구보다 이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 하고 노력해온 이번 SIT의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중도입국청소년은 어떤 존재인가. 우리는 무엇을 향해 가야 하는가.

 

 

 

미래를 기대케 하는 양파 같은 존재

이경진중도입국청소년들은 마치 양파 같은 아이들이에요. 문제 하나를 해결 하고 나면 또 새로운 어려움이 나타나곤 하거든요. 하지만 잘 적응만 하면 아이들이 지닌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줘요. 그래서 아이들이 진짜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게 정말 중요한 문제인데요.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핸디캡 때문에 방해물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도움을 받아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 보고 그 안에 숨어 있던 좋은 것들을 발견하고 나면,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오늘 행사에 참여하기 전에는 중도입국청소년 지원과 관계된 단체들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어요. 그래서 오늘 네트워킹하면서 중도입국청소년을 지원하는 ‘식구’들이 모여서 같이 얘기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참 좋았어요. 특히 ‘토글’이나 H2K의 ‘소중한글’ 같은 사회적기업 모델에 관심이 생겼는데요. 추후 긴밀하게 협력하고 싶네요.

이경진 해밀학교 사무국장

 

 

 

진정한 자립 지원은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김범년저는 중도입국청소년들이 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하고 앞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이라고 생각해요. 오늘의 자리는 중도입국청소년의 현 실태와 문제점, 지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의미 있었어요. 특히 진로, 성장에 대한 이슈를 같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제 이 친구들이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하는 데요. 그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저희 한국폴리텍다솜고등학교가 기술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앞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처럼 아이들이 원하는 영역을 발견하고 어떤 방법으로 힘을 길러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김범년 한국폴리텍다솜고등학교 교사

 

 

 

미래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

김준성제가 있는 김해 진영금병초등학교에도 정말 많은 중도입국 외국인 가정의 학생들이 있어요. 그 아이들을 바라볼 때 다른 누군가로 보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생각하곤 해요. 다문화사회는 이미 대한민국의 모습이 되어버렸거든요. 오늘 멋진 제안들이 오갔는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 같아요. 예를 들어, 장애인이 어떤 건물에 올지 안 올지는 모르 지만 그런 걸 따지지 않고 장애인을 위한 화장실과 진입로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법안으로 규정되어 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도 단기적으로 정책의 성과를 얻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사회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하기 위한 인식 개선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선의를 가지고 도와주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성원에게 시급한 안건이라는 것에 사회의 모든 사람이 공감해야 제도가 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준성 더빙스쿨 교사

 

 

 

롤모델을 만들어줘야 할 때

김수영제가 생각하는 중도입국청소년은 한국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아이들인 거 같아요. 법적으로는 부모 중의 한 분이 외국 국적이거나 본국에서 자라다 온 아이들로 규정하는데 이건 차이를 강조하는 설명이고, 저는 같은 바탕을 가지고 있고 조금의 차이만 있는 존재로 중도입국청소년을 정의하고 싶어요. 어떤 분들은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잠깐 여기서 보내고 본국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지금 한국 국적이 없더라도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갈 거거든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책임져줄 존재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청소년기, 대학 시절, 성인기에 모두 저에게 맞는 롤모델이 있었던 거 같아요. 아이들의 성장과 자립을 위해서도 옆에서 안내해주고 코칭해주고 모델이 되어줄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어요. 중도입국청소년의 문제는 사실상 10년이 지나도 해결방안이 나오기 어려운 문제라고 봐요. 당장 답을 찾기보다 오늘 만난 전문가들이 앞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고민 하고,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인 것 같아요. 오늘이 그 도전의 첫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김수영 (사)글로벌청소년센터 대표

 

 

 

함께 고민하면 더 빠르게 갈 수 있어

박재윤이주여성 자립을 위해 마련된 지난 SIT 9회차에도 참석했었어요. 그때는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 개선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면, 이번 회차는 중도입국청소년이라는 뚜렷한 타깃을 위한 실질적인 액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었어요. 우리 사회가 중도입국청소년을 어떤 카테고리에 가두려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에서 자라난 아이들과 똑같은 청소년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살던 곳이 바뀌었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거죠.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꿈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질문할 수 있고 청소년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봐요. 혼자서 고민할 때는 해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문제다 싶었는데요. 오늘 이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분들과 얘기를 나눠보니까 협력을 통해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가 원하는 지점에 갈 수 있겠다는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박재윤 자하연구소 소장

 

 

 

단발적 복지 혜택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교육 기회를

이희용저는 11년째 다문화 교육을 해오고 있는데요. 중도입국청소년은 다문화 가정 학생과 달라요.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고 비자발적으로 입국 했기 때문에 유학생과 달리 한국어 습득에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리고 깊이 있는 지원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지원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해요. 시혜적인 복지 혜택을 주는 것 보다 이들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들이 가진 능력과 자질, 취미를 지켜보며 사랑과 관심을 주는 교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SIT에서 여러 소셜 이노베이터들을 만났는데요. 오랜 고민과 경험 끝에 미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이노베이터들의 노력이 우리 중도입국청소년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리는 비가 땅 깊숙한 곳에 자리한 뿌리, 잔뿌리까지도 닿게 하는 게 이노베이터의 역할인 것 같은데요. 중도입국청소년에게도 기회와 지원이 깊이 닿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겠습니다.

이희용 다애다문화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