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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 이상현 팀장

2021.11.18

발표자 이야기 행복나눔재단 세상파일팀 이상현 팀장 스토리 대표이미지

이동성장애

맞춤형 휠체어가 가져오는 이동의 변화

세상파일은 행복나눔재단의 일원으로서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솔루션을 개발하고 보급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파일이 추구하는 바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변화하는 것이 아닌, 실험과 개선으로 최적화된 솔루션을 기반으로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사회에 제시하는 것이다. 사회 문제에 대한 밀접한 관찰과 연구를 통해 검증된 솔루션을 공급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문제 해결의 방식을 탐구하는 세상파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의미 있는 실험의 시작

“행복나눔재단은 2006년 행복도시락 사업을 시작으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모델과 함께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 육성하는 사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역량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세상파일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세상파일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전문 재단인 행복나눔재단에 속해 있다. 세상파일은 기존의 일회성 지원모델을 탈피해 사회 문제의 근본 원인을 면밀히 탐구하고, 이에 맞춘 검증된 솔루션을 개발해 보다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안하기 위해 2019년 론칭되었다. 여타 사회공헌사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사회 문제 해결에 프로젝트의 개념을 도입하여 목표 설정부터 결과 측정 및 공유까지 시스템화 된 프로세스를 따른다는 것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문제의 특성상 단번에 해결해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감안해 리서치를 통해 사회 문제를 세분화하고 파일럿을 거듭해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문제해결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한 까닭이다. 실제로 세상파일의 홈페이지에서는 종료된 프로젝트에 대한 리포트뿐 아니라 프로젝트별 진행 단계와 기부금 사용 세부 현황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다. 이렇듯 세상파일만의 시스템은 효율적인 자원 분배를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해 기부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적합한 파트너를 찾아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세상파일은 휠체어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 외에도 장애인 고용, 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 정보 접근성 향상 프로젝트 등 다방면의 사회 문제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세상파일이 활동 영역을 선정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행복나눔재단의 비전이기도 한 사업의 지속가능성이다. 둘째로, 근본적인 변화의 도출 가능성이다. 뚜렷한 목적과 기간, 재원을 투입해 측정가능한 결과가 도출 가능한 사업인지를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의 운영주체로서 책임감 있게 솔루션 개발 과정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사용자에 맞는 보조기기를 보급하려는 목적 하에 기획된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 또한 이러한 기준을 통해 선정되었다.

 

세상파일의 프로젝트 진행 프로세스 이미지, 1단계 리서치 - 원인 분석 및 해결 방향 도출, 2단계 모델개발 - 솔루션 발굴 및 육성, 3단계 솔루션 - 실험 및 개선 (Pilot), 4단계 프로젝트 - 목표, 기간, 예산, 기대효과, 5단계 사회변화 - 프로젝트 결과 공유 순으로 진행

 

 

 

이동의 자유를 통해 만들어나가는 삶의 기회

“아동의 이동은 성장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동은 이동을 통해 신체를 발달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경험에 노출되면서 인지능력 및 사회정서적 발달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세상파일은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일련의 프로젝트들을 기획하며 그 첫 단추로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장애 아동의 이동권에 집중한 이유는 아동에게 이동이 성장, 즉 신체와 인지, 정서 발달의 핵심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 아동은 체구에 맞는 휠체어를 찾는 데에 성인에 비해 큰 어려움을 겪는다. 스스로 바퀴를 굴려 사용해야 하는 수동 휠체어의 경우, 팔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아동이 사용하기 어렵고 전동 휠체어는 부피가 크고 무거워서 일부 엘리베이터나 건물의 출입구 등을 드나들 때. 제약이 있다. 그렇기에 장애 아동은 대부분 부모님이나 보조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유아차나 몸에 맞지 않는 수동 휠체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스스로 이동하는 경험을 익혀나가기 쉽지 않다. 실제로 해외 연구에 따르면 이동에서의 제약을 겪는 아동은 공간 인지나 의사소통, 사회 개발 등 여러 발달 영역에서 이차적인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1)

1) Jones, M. A., McEwen, I. R., & N e a s , B . R . ( 2 0 1 2 ) .
Effects of power wheelchairs on the development and function of young children with severe motor impairments. Pediatric Physical Therapy, 24(2), 131-140.

 

이러한 문제 의식으로 세상파일은 장애 아동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도구 및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적합한 모델은 수동 휠체어와 전동 휠체어의 장점이 결합된 솔루션인 (주)토도웍스의 ‘전동키트’였다. 전동키트는 조이스틱과 전동모터로 구성된 장치로, 수동 휠체어에 부착하면 마치 전동 휠체어처럼 이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수동 휠체어에 개조없이 적용 가능한 점도, 5kg 가량의 가벼운 무게도 아동이 사용하기 적합했다. 세상파일은 솔루션을 개발하기 앞서 파일럿을 통해 전동키트가 장애 아동들의 이동에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12주간의 간격을 두고 전동키트 도입 전과 후 대상 아동의 행동 및 정서를 관찰한 결과, 이동거리는 평균 75% 향상되었고 우울감은 40% 감소하는 주목할 만한 결과를 보였다.

 

토도웍스의 전동키트는 맞춤형 휠체어로 가볍고 휴대가 편리하며 신체사이즈에 맞춤 가능, 전동키트라서 스스로 조작 가능함, 맞춤형 휠체어+전동키트로 우울감 40% 감소 및 이동거리 75% 향상한다는 주행능력 향상 연구결과, 휠체어 사용 교육 프로그램 6회기로 구성된 주행 및 안정교육을 통해 1회기 7.6%에서 6회기 20.6%로 공간지각능력 및 조작기술이 3배 가까이 향상된 것을 알 수 있음

토도웍스의 전동키트, 우울감 감소 & 주행능력 향상 연구결과

 

좋은 솔루션이 있더라도 사용자가 적절하게 사용했을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 법이기에 세상파일은 아동이 휠체어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휠체어 사용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개발했다. 국립재활원과 장애 아동들을 대상으로 휠체어 주행 및 안전교육을 실시한 결과, 휠체어의 사용성과 주행 능력이 향상되었음을 확인했다. 특히 공간지각능력 및 조작기술은 6회기에서 3배, 10회기에서 4배 증가했다. 집중력과 인지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동 또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교육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두드러지는 성과이다.

이렇듯 파일럿을 통해 검증된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는 전동 키트를 탑재한 맞춤형 휠체어와 휠체어 사용 교육으로 구성되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약 2천 여 명으로 추정되는 국내의 모든 휠체어 사용 아동(6~13세)에게 솔루션을 보급하는 것이었다. 사무국인 세상파일 및 행복나눔재단 외에도 솔루션 파트너인 토도웍스, 연구기관인 고려대학교의료원과 국립재활원, 그리고 후원 파트너십을 맺은 상상인 그룹과의 협업으로 2021년 12월 말 기준 약 1,900명의 아동이 보다 넓은 이동의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효과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조직 및 단체와 협업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 도 중요하지만, 협업 기관과 뚜렷한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각각의 역할을 적절하게 배분하고, 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힘을 모아 이루어진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의 성과는 놀라웠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동 중 50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동 경험도가 집 근처(1 단계), 동네 주변(2단계), 타 지역(3단계) 모두를 통틀어 16.4% 상승했고, 특히 동네 주변(2단계)의 이동 경험도가 23% 상승했다.

 

인근 지역 이동 경험의 변화, '동네 인근 지역을 나가본 적이 있다'라고 응답한 인원 프로젝트 전 74%에서 프로젝트 후 97%로 23% 향상, '혼자서 동네 인근 지역을 나가본 적이 있다'라고 응답한 인원 프로젝트 전 10.2%에서 프로젝트 후 93%로 9배 가까이 향상, 심리적 변화로는 행복감, 자존감, 자기실현욕구 증가로 긍정적 감정이 증가했으며, 좌절감, 창피함은 감소하여 부정적 감정은 감소하는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의 효과를 볼 수 있었음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의 효과

 

뿐만 아니라, 장애아동이 스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 프로젝트의 목적에 걸맞게, 세상파일의 솔루션은 이동반경만을 넓힌 것이 아니라 이동의 독립성 또한 증진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 참여 전 대다수의 아동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통해 이동한다고 응답한 것과 달리, 프로젝트 후에 는 72%의 아동이 스스로 이동했다고 밝혀 7배의 증가를 보인 것이다. 동네 주변을 스스로 이동한다고 응답한 아동의 경우 93%로 무려 9배 증가했다. 몸에 맞고 편리한 휠체어와 관련 교육을 보급함으로써 동네 주변 등 익숙한 지역에서의 독립적인 이동이 뚜렷하게 활발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보다 자유로워진 이동은 아동의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심리 지표 측정 결과 프로젝트에 참여한 아동의 행복감, 자존감, 자기실현 욕구 등 긍정적인 감정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장애 아동의 성장과 자립에 있어 이동을 독려하는 맞춤형 보조기구가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더 멀리, 자유롭게, 행복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휠체어 사용 아동 이동성 향상 프로젝트’는 뛰어난 성과를 보였지만, 세상파일의 솔루션만으로 이동의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는 없다. 

 

 

 

모두가 자유롭게 문턱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제도와 인프라,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고,
이를 갖추는 데에는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현행 정부의 휠체어 지원 사업은 장애 판정 유형과 정도에 따라 지원 품목이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적용 기준은 실제 필요와는 동떨어진 경우도 많지요. 저희 프로젝트 참여 아동 중 약 10%는 중증 질병 후유증으로 휠체어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해 지원 대상에 조차 들지 못했습니다. 장애 판정을 받지 않아도 실질적인 어려움에 맞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합니다.” 이상현 팀장은 장애 판정을 받아도 개인이 필요한 보조기기를 선택하기 어려운 현행 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세상파일에서 추진한 프로젝트를 통해 맞춤형 이동 보조기기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자신의 필요에 맞는 이동 보조기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제가 발표한 맞춤형 이동보조기기의 효과를 기반으로 여기 계신 전문가분들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힘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