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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사)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정고운 대표

2021.11.18

발표자 이야기 (사)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 정고운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장애이동성

건강평등권 실현을 위한 맞춤형 헬스케어의 시작

(주)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이하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부산광역시에 거점을 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특화된 헬스 케어가 필요하지만 운동할 장소 및 전문 코칭의 부재로 불편을 겪는 운동소외계층(장애인, 노약자, 당뇨병 등의 기저질환자)을 위한 맞춤형 피트니스 서비스 어댑핏(Adapfit)을 운영한다. 오늘도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장애 여부와 관계 없이 체력을 기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온라인/오프라인 플랫폼을 선보이고, 모두가 차별 없이 운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퇴원 후에도 계속되어야 하는 신체 관리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장애인, 노인, 암 생존자, 당뇨병 환자 등 운동 취약계층을 위한 무장애 헬스케어 서비스 어댑핏(Adapfit)을 운영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올해 4월 부산 금정구에 오프라인 센터를 확장 이전하였으며,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들을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O2O 서비스1) 를 2022년 1월 공식 론칭한다. 온라인 서비스에서는 카메라와 마이크를 활용해 자세를 교정받을 수 있고, 담당 코치와 1:1 소통을 나눌 수도 있어 불가피하게 집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경우뿐 아니라 부산 외 지역에 거주하는 이용자들도 어댑핏의 맞춤형 헬스케어를 제공받을 수 있다.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신체 기능의 손상을 겪은 자들이 재활 치료를 마친 후에는 신체 역량을 개발하거나 유지할 방법이 없다는 아쉬움에서 출발했다.

1)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

 

정고운 대표가 휠체어를 탄 이용자가 덤벨을 드는 것을 보조하며 헬스케어를 돕고 있다

정고운 대표가 헬스케어를 돕는 모습

 

“저는 10여년 간 물리치료사와 스포츠 지도사로 많은 환자들의 재활치료를 담당해왔어요. 의료보험을 통해 제공되는 재활 치료 기간이 끝난 후 퇴원한 환자들이 스스로 운동을 지속할 장소와 전문가를 찾지 못해 상태가 악화되는 어려움을 현장에서 목격할 수 있었죠.” 몸에 맞는 좋은 휠체어가 있다고 해도, 그 휠체어를 밀고 다닐 힘이 없다면? 신체 역량의 저하는 건강뿐 아니라 장애인의 이동권에도 영향을 미친다. 휠체어를 끌 힘이 부족해 주로 집 안에 머무르게 되고, 이는 또 다시 체력 저하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장애 당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2) 에서 약 65%의 응답자들은 외출이 어려운 이유로 ‘신체적 불편과 외출을 도와줄 도우미 부재’를 꼽았다. 뿐만 아니라, 장애가 있는 경우 잔존 기능만으로 생활해야 하다 보니 해당 부위에 무리가 가기 쉽다. 하반신이 마비된 휠체어 사용자를 예로 들면, 휠체어 미는 것을 포함한 일상의 다양한 활동을 상반신만으로 반복하게 되어 어깨 관절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사용하지 않는 부위를 관리하지 않아 통증이 심화되고 척추 손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건강하고 독립적인 생활, 자유로운 이동은 더더욱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2)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2021)

 

정고운 대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반해 장애인을 비롯한 운동 취약계층이 신체 활동을 능동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장애의 유형 및 심각도를 고려한 운 동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여겼다. 정 대표는 직장에서 뜻을 함께 하는 동료들을 모아 2020년 3월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를 설립했다. 핵심 멤버들은 물리치료사, 스포츠의학석사, 특수체육교사, 크로스핏 강사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지역사회 내에서의 활동을 통해 운동 취약계층의 어려움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고 있었다.

“저희 핵심 팀원 대부분은 직장에서 만난 동료입니다. 복지관에서 함께 다양한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운동 소외계층의 어려운 문제 상황에 진심으로 공감하면서 막연하게 어댑핏 서비스를 꿈꿔왔어요.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우리 모두 용감하게 직장을 그만두고 함께 울고 웃으며 어댑핏을 실제로 만들고 운영하고 있더라고요.”

 

 

 

Beyond the Limit,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활동들

어댑핏이 제공하는 맞춤형 피트니스(Adapted Fitness) 서비스는 손상 이후 회복을 위한 의료적 목적의 재활치료와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퇴원할 때 의사 선생님이 ‘집에 가셔도 꾸준히 운동하고 관리하셔야 합니다.’ 라고 이야기하시죠. 바로 그거예요. 집에 가서 꾸준히 해야 하는 운동과 관리가 바로 맞춤형 피트니스입니다.” 장애나 질환으로 신체 기능의 저하를 경험하는 이들이 병원 치료를 마친 후 일상에 복귀하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의 신체 역량을 강화하고 관리하는 생활 체육을 일컫는 맞춤형 피트니스는 ‘장애가 없는 상태로의 복귀’가 아닌, ‘장애를 안은 상태에서 신체 기능의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즉, 장애를 가진 상황 속에서도 건강하고 활력 있는 삶을 영위한다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고 싶은 이들이 찾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저희 센터에 방문하시는 분들의 동기를 예로 들면, ‘다시 걷고 싶어요.’ 보다는 ‘사지마비 척수장애가 있지만 운전면허를 따고 싶어요.’ 혹은 ‘휠체어를 타고 있지만 바디프로필에 도전하고 싶어요.’ 같은 사례가 있어요. 실제로 도전에 성공하셨고요.”

이러한 이유로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와는 달리, 장애의 특성 및 유형에 특화된 신체 기능 강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비로 인해 몸통 조절이 어려운 경우 휠체어와 몸을 고정시킬 수 있는 벨트를 착용하고, 손가락을 이용해 물건을 쥐는 행동에 제약이 있는 경우 보조 스트랩을 사용하는 것이 그 예이다. 유산소 운동이 어려운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앉은 자세로 할 수 있는 ‘체어 로빅’을 통해 부상의 위험 없이 전신 근지구력 운동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맞춤형 피트니스를 통해 활동량이 증가하면 신체 기능뿐 아니라 자신감 등 심리적인 측면에서의 순기능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장애 특성에 맞춘 신체 기능 강화 서비스 예시, 휠체어와 몸을 고정시킬 수 있는 벨트를 착용하고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운동하고 있는 남성의 모습(왼쪽 사진), 보조 스트랩을 사용하여 운동 기구를 손에 쥐고 휠체어에 앉은 상태로 들어올리는 여성의 모습(오른쪽 사진)

장애 특성에 맞춘 신체 기능 강화 서비스 예시

 

“어느 날 못 하던 동작이 잘 되고, 3개 하던 걸 10개를 해내게 되면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게 정말 중요해요. 어댑핏이 제공하는 것은 하반신 마비 고객으로 하여금 걸을 수 있게 만드는 기적은 아니예요. 하반신 마비이지만 움직일 수 있는 팔과 몸통을 더 바르게 잘 쓰도록 하면 당연히 삶의 질이 높아지고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지게 되는 거죠. 이것은 단순히 운동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삶의 도전에도 겁먹지 않게 되고요.”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는 코로나19 등 기타 상황적 요인으로 인해 오프라인 센터를 방문하지 못하는 이용자를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론칭할 예정이다. 운동 소외계층이 건강에 대한 관심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독려하고, 오프라인 서비스와 결합해 시너지를 내기 위함이다. 2021년 8월 베타 버전을 시작한 ‘어댑핏 온라인 1:1 헬스케어 서비스 프로그램’은 곧 공식 론칭되어 홈트레이닝을 위한 맞춤형 피트니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시에 전담 코치를 배정해 습관, 식단 및 동기 관리 등 비대면 서비스를 비롯해 가정 파견, 센터 방문 등 대면 서비스까지 아울러 선보일 예정이다. 어댑핏 온라인 플랫폼은 비대면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장애 유형과 운동 목적 등을 고려한 추천 알고리즘도 제공하려 한다.

 

어댑핏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코치는 회원에게 맞춤 운동 방법, 습관, 식단 관리 및 동기부여 서비스 제공, 회원은 화상수업, 센터방문, 가정파견, 기관파견 등의 방식을 통한 운동수행

어댑핏의 온라인 플랫폼

 

 

 

모두에게 건강한 몸으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가 제공하는 맞춤형 피트니스는 장애 당사자의 건강 및 이동에 꼭 필요한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보급 현황 및 인프라는 충분하지 않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아직 맞춤형 피트니스(Adapted Fitness)에 대한 정의도 합의되지 않았거니와, 일반 피트니스 시설에서도 휠체어 이용자를 보는 것이 어렵지 않은 미국, 유럽과 달리,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운동시설을 찾기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국내의 경우 장애인들의 스포츠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만들어진 스포츠 바우처의 소진율이 20%도 미치지 못한다.3) 이는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 프로그램이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공공체육시설을 제외하고는 휠체어를 사용해 접근가능한 시설이 미비하다는 것 또한 주요한 문제로 꼽힌다. 때문에 어댑핏이 운영하는 무장애 오프라인 시설은 계단, 턱 등을 없앤 것뿐 아니라 운동 기구, 화장실, 편의시설 또한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 센터를 위한 장소 마련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실제로 무장애 운동센터라는 이야기만 듣고 부동산 중개인이 주변 상인들이 싫어한다며 중개를 거부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때는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죠. 그러다 지금의 공간을 찾았고, 감사하게도 장애인 주차장, 엘리베이터 버튼, 진입 경사로 등 설비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습니다.” 하루하루움직임 연구소는 앞으로도 장애인들의 스포츠 참여 활성화 및 체력 증진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바에 공감하는 지역 소재 운동센터와의 협업을 통해 접근성이 확보 된 무장애 오프라인 센터를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3) 국민체육진흥공단, 장애인스포츠강좌이용권 예산 집행 내역(2020)

 

하루하루움직임연구소의 활동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어댑핏의 구성원들은 장애의 특성을 이해하고 응대 에티켓 및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전문가들을 육성하고, SNS를 통한 인식 개선 운동에도 힘쓰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맞춤형 피트니스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게 하고, 신체 활동에 제약이 있는 장애 당사자로 하여금 운동에 대한 의지를 일깨울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어댑핏의 SNS 계정에 방문하면 다양한 운동 컨텐츠 및 인식 개선 캠페인을 확인할 수 있다.

 

 

 

저희의 최종 목표는 운동취약계층의 '구글'이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가족 중 누군가, 혹은 내가 신체적 핸디캡을 가지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어댑핏을 찾을 수 있도록 말이죠

 

 

 

"현재는 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의 중증 신경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점차 경증 질환과 당뇨와 고혈압 같은 기저질환 보유자, 더 나아가 노인과 임산부까지 고객 대상을 확대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