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SIGHT

신중년의 일과 삶:나이 50에 다시 취준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2022.05.12

신중년의 일과 삶:나이 50에 다시 취준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스토리 대표이미지

신중년일자리시니어

취준’에 뛰어드는 신중년

지난 2021년 여름, 매일일보가 공모한 '매일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한 이순자 씨는 '실버 취준생 분투기'라는 글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사회가 잘 알지 못하는 60대의 구직과정과 그 어려움에 대해 밝혀주는 드문 글이었기 때문이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번 서문을 함께 읽어봐요.

 

"이 글은 내가 62세에서 65세까지 겪은 취업 분투기다. 퇴근 시간이 가까운 취업창구는 한산했다. 담당자에게 이력서를 내밀자 이력서를 훑던 담당자 입꼬리에 묘한 비틀림이 스쳤다.

"어떤 일을 하고 싶으세요?"

만면에 미소 짓고 대응하지만 내 눈엔 보인다. 이런 것이 무슨 소용이냐는 무언의 압박.

"이력서에 있는 자격증 중 가능한 직종이면 좋고요."

"재능이 많군요. 자격증도 많고 그런데……"

자격증 시대지만 자격증의 우선 조건은 나이다.

"나이가 너무 많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무거나요."

 

순자 씨는 문예창작학을 전공해 어린이 독서 지도나 글쓰기 수업을 하고 싶었지만 고령자에게 주어지는 건 일용직밖에 없었습니다. 수건 정리, 백화점 청소부, 어린이집 주방 담당, 아기 돌보미 등의 일자리를 거치며 순자 씨는 계속해서 사회로부터 소외되는 기분을 느끼게 되고 마는데요.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것은 청년 취업준비생이나 60대 구직자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며 마음이 씁쓸해집니다.

한국을 비롯한 고령사회가 생산성의 하락을 가져온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보셨을 거예요. 고령사회와 초고령사회를 분류하는 기준은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인데요. 전체 인구 수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라고 분류해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 추이를 보았을 때, 한국 사회는 2000년에 7.2%로 고령화사회, 2018년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앞으로 2025년에 20.6%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의 한국은 고령사회에 속합니다. 2020년 인구총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가 약 829만명, 비율로 따지면 약 16%를 차지하죠. 불과 4년 후인 2026년에는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한국의 생산성을 걱정하는 것인데요. 하지만 두 번째 삶을 시작하는 신중년 세대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간과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신중년은 누구인가

신중년이란 5060세대를 말해요. 기대수명이 80세 이상으로 높아지며 생애주기에 대한 재분류가 필요해졌어요. 실제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50대, 60대를 노인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젊다는 데에 공감하는 것처럼요. 정부에서도 2017년부터는 기존에는 '장년'이라고 부르던 5060세대를 '신중년'으로 부르기 시작했는데요.

특히, 그중에서도 약 50세부터 64세까지의 나이를 신중년이라 분류하는 추세예요. 신중년의 특징은 이전의 노년 세대와는 달리 교육수준이 높고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충분히 건강하다는 거예요. 그러나 퇴직 시기가 빨라지는 데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기에 일자리가 꼭 필요하겠죠. 현실적으로는 공공에서 만드는 단순 일자리 외엔 선택지가 거의 없어 남은 30년, 40년 인생을 어떻게 활기차고 보람차게 살 수 있을지 고민이 큽니다.

신중년의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첫째는, 일자리예요.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나이는 평균 49.3세인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만 65세거든요. 그럼 대략 15년을 일자리 없이 살아가야 하는데요. 기대수명이 길어진 만큼, 이전의 5060세대보다 더 많은 노후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새 일자리에 대한 갈망은 크지만 현실적으로 충족되지 못하고 있죠. 현재 한국의 50대와 60대 인구는 약 152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해요. (2020년 기준, 인구총조사) 게다가 작년 6월을 기준으로 50대 이상 인구는 41.2%로, 매년 증가해오고 있어요. 이 추세로 가면 10년 후에는 50대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30년 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40%를 차지한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기초연금이란?

만 65세 이상 노인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매월 지급되는 연금이에요.

소득 하위 70% 등의 신청요건을 충족하면 월 최대 30만원씩 받을 수 있어요.

 

 

계속 일하고 싶다

신중년들은 일에 대한 의지 역시 남달라요. 2019년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설문조사를 했는데 50대의 89.3%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해요. 이처럼 제2의 인생을 열기 최적의 시기인 신중년이 조금 전에 본 순자 씨의 사례처럼 일자리가 없어서 사회에서 소외되는 기분을 맛봐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신중년이 겪는 두 번째 어려움은 바로 사회적 편견이에요.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며 청춘의 상징인 ‘열정’을 ‘폐기한다’는 밈이 인기를 얻는 것과는 반대로, 신중년들은 퇴직 후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왜 나를 뒷방 늙은이 취급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하고 있어요.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 있고 세월이 만들어준 연륜이 있는데 이것들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고, 신중년의 열정은 ‘폐기’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신중년이라는 원석을 제대로 제련하면 우리 사회는 좀 더 나아질 수 있어요. 소셜 네트워크와 사회적 자본 분야의 전문가인 난 린 듀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관계망이 일종의 자원이라고 주장해요. 관계 속에서 정보를 교류하고 연대하면서 자원이 생긴다는 거죠. 또한 사회적 관계망이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고, 자기 정체감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고 정의했습니다. 신중년은 보다 자유로운 시간 활용을 통해 사회적 관계망을 윤택하게 관리할 수 있고, 그 관계망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2022.05.12(목) 16:00-17:30 행복나눔재단 1층 '열림'에서 열린 SIT Talks, '고령 사회를 맞이하는 신중년의 새로운 삶과 일'

 

지난 5월 처음 개최된 SIT Talks의 주제는 '고령 사회를 맞이하는 신중년의 새로운 삶과 일'이었어요. SIT는 사회문제를 선정해 관련 분야의 혁신가들을 초대해 담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문제 해결법을 찾는 행복나눔재단의 사업이에요. 컨퍼런스 이후에도 계속해서 해결방법을 탐구하고 실험하며 의미있는 효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SIT가 혁신가와 전문가들이 보다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방법을 찾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 새로 시작된 SIT Talks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열린 행사로 기획되었어요. 그 첫 주제가 ‘신중년의 새로운 삶과 일’이라는 건, 신중년 세대의 고민이 그만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는 반증이겠죠.

이번 SIT Talks의 발표자는 에버영코리아의 정은성 대표, 패스파인더의 김만희 대표가 참여했고 대담의 진행자로는 상상우리의 신철호 대표가 무대에 섰어요. 에버영코리아와 패스파인더, 그리고 상상우리가 신중년의 길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래의 아티클을 참고해주세요. 실제로 신중년을 고용하고, 제2의 삶을 찾는 방법을 제안하는 대표들이 실무에서 바라본 신중년들의 니즈와 생활에 대한 경험을 잔뜩 나눠주었습니다.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서 40분의 대담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어요.  

 

신중년이 탐내는 일자리 메이커 : 정은성 에버영코리아 대표

신중년의 ‘길잡이’가 되어드립니다 : 김만희 패스파인더 대표

 

좌측에 에버영코리아 정은성 대표 발표 모습, 우측에 김만희 패스파인더 대표 발표 모습

 

사실 나이에 관계없이 신중년의 고민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는 나이가 들기 마련이거든요. 신중년을 앞두고 있든, 바로 지금 신중년이든 모두가 속하게 될 시기이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는데 같이 나눠볼게요. 현재 30대인 박소영 ㈜세컨드투모로우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신중년을 앞두고 어떤 구상을 하고 계세요?

두려움이 있어요. 나이가 들어도 계속 활동을 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현실은 좀 어려운 것 같아요. 신중년도 은퇴를 하든 일을 그만두든 제2의 삶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50~60대 신중년과 같이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우리는 신중년을 앞두고 무엇을 해야 할까요? 대담의 사회자였던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의 조언을 함께 읽어봐요. 신철호 대표는 신중년이 사회에서 계속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일자리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답니다.

신 대표는 청년이든, 중년이든, 신중년을 코앞에 뒀든, 지금 신중년 세대에 접어들었든, 항상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는 요지의 조언을 건넸습니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지금 고민의 한가운데에 있는 신중년의 목소리에 조금 더 귀기울여보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가 큐카드를 들고 진행을 하는 모습

상상우리 신철호 대표

 

  5년 후 혹은 10년 후에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상상우리에 오는 신중년분들에게 항상 하는 질문이에요. 많은 분들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대답하시곤 하는데요. 5060세대이든, 3040세대이든 자신이 신중년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러나 신중년은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미래예요. 누구나 은퇴, 퇴직을 앞두고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며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곧 50대에 접어들텐데요. 이런 질문을 던지는 저조차도 5년, 10년, 20년 후에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늘 고민해요. 고령화 추세에 따라 신중년의 탄생은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신중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할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중년의 생산성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그들이 가진 자원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지지,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