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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

2022.11.10

발표자 이야기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취약청년자립관계지지

함께 만들어야 할 자립준비청년의 내일

지난 “자립준비청년은 부모에게서 보육원으로 한번 버려지고, 보육원에서 세상으로 다시 한번 버려진다.” 보육원에서 자란 청년이 보호종료 후 세상에 나오는 만 18세, 설렘 가득할 것 같은 스무 살은 두렵고 어렵고 막막하기만 하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이자 자립준비청년을 고용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자립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를 설립한 김성민 대표 역시 20살에 보육원을 퇴소한 후 자립의 어려움을 경험했다. 6개월간 노숙생활을 하며 사회와 단절되었던 김성민 대표는 어떻게 당사자를 지원하는 브라더스키퍼를 창업하게 되었을까. 자립준비청년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편견을 타파하고, 기대와 설렘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김성민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가 '자립준비청년의 사회적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

 

“보육원 퇴소를 기다리는 게 고통스러웠어요. 먼저 퇴소한 선배들의 소식으로 어떤 형은 교도소에 들어갔고 또 어떤 형은 경찰서에 잡혀갔고 어떤 누나는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매일매일 들렸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퇴소하는 날이 과연 기다려질까요?”
매년 만 18세가 되어 시설에서 퇴소하는 자립준비청년은 2500~3000명씩 발생한다. 하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전담 인력은 120명뿐이다. 사회에 나와 연락이 두절되는 청년도 4명 중 1명으로 많다. 만 18세, 성인이라고 하지만 갓 사회에 발을 들인 스무 살에게 1인분의 몫을 기대할 순 없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정보에 따르면 현재 자립지원전담인력은 120명으로 자립준비청년 1만 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

 

물론 정부의 자립지원정책이 확대되어 자립정착금, 자립수당, 주거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지만 김성민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엔 돈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제가 만나는 자립준비청년들은 외로움과 불안으로 정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평균 일주일에 두 명에게서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최근 정부의 자립지원 확대 현황을 정리한 표, 자립정착금은 지자체별로 500만원과 1500만원 사이로 상이함, 보호종료 후 5년간 주어지는 자립수당은 2023년 기준 월 40만원으로 올랐음, 월 10만원 한도의 자산형성은 아동수당 1:2 매칭 지원으로 늘어났음, 주거지원에서는 LH공공임대가 확대되었음, 보호기간은 기존 만 18세에서 만 24세까지 연장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음

 

• 자립에 필요한 일자리, 그리고 회복

김 대표는 17년 동안 살았던 보육원을 나와 사회에서 18년간 다양한 시도를 했다. 비영리단체에서 7년간 시설 보호아동을 교육하고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했지만 ‘후원’만으로는 사람의 자립을 도울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했다. 그후 200여 곳의 보육원에서 보호아동과 사회복지사를 인터뷰했고 자립을 위해선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 대표는 당장에 개별 사업체를 찾아가 자립준비청년와 일자리를 연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비단 일자리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100건이 넘는 일자리를 연결했지만 청년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길게는 3개월, 보통은 1~2주만에 퇴사했다. 첫 사회생활이 낯선 자립준비청년에게 회사라는 공동체에서의 업무와 인간관계에의 적응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설 출신이라 불쌍해서 잘해주나?’ ‘시설 출신이라 막 대하나?’라는 불신 탓에 적응을 포기하고 퇴사를 택하곤 한다.

이 경험으로 김 대표는 자립준비청년에게 필요한 것이 일자리만이 아니라 마음속 상처 회복을 통한 사회 적응력 향상임을 알게 되었다. “각 회사마다 우대사항이 있듯이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을 우대합니다. 자립준비청년이 과거를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당당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각종 초록색 식물 화분과 정돈된 벽면 식물 조경이 보이는 브라더스키퍼의 식물 인테리어 조경 사업 모습 예시들

사진 : 브라더스키퍼의 식물 인테리어 조경 사업

 

• 공동체의 지지로 단단한 마음 구축하기

그렇다면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들과 어떤 일을 할까? 브라더스키퍼의 사업모델은 식물조경이다. 여러 기업 및 기관 공간에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서비스한다. 브라더스키퍼의 고용이 자립준비청년을 살피고 살리는 일이듯, 자립준비청년은 식물을 보살피고 가꾸며 정서적으로 회복되어간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기업인 브라더스키퍼는 자립준비청년이 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여러 지원과 교육을 제공한다.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고, 마트에 가서 장을 봐 요리하는 것조차 시설에서 자라온 청년들에겐 낯설고 어렵다. 때문에 경제부터 요리, 진로 등 교육이 필요한 분야라면 무엇이든 함께한다. 또한, 주거와 법률지원, 선배의 멘토링 등 다방면의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사회에 안착할 수 있게 한다.

“사람의 성장은 부모의 오랜 기다림과 인정, 사랑을 통해 가능합니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들은 이런 시간을 갖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브라더스키퍼는 무조건 입사한 청년들을 1년 동안 기다립니다. 욕설, 폭력, 결근, 지각 그 무엇이든 1년간 견디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고 이해와 사랑을 받은 청년들은 반드시 1년 후 변화합니다.

 

브라더스키퍼의 경제교육 시간에 김성민 대표가 단상에 올라 조별로 모여 앉은 참여자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의 왼쪽 사진, '열여덟 혼자서기 지원사업, 2022 동계 자립체험  캠프 - 기댈 수 있는 사람, 기댈 수 있는 존재'라고 쓰여져 있는 자립캠프 현수막을 들고 있는 참여자들의 모습의 오른쪽 사진

사진 : 브라더스키퍼의 경제교육, 자립캠프 모습

 

1년 동안 곁에 있는 사람의 기다림과 지지로 용기를 얻은 청년은 새로운 자립준비청년이 들어와도 자신이 겪은 것처럼 기다려주고 지지해주며 상호 돌봄을 실천한다. 브라더스키퍼 내에서는 법적·제도적 가족이 아닌 사회적 가족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김성민 대표는 우리 사회가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적 가족의 제도화를 제안한다.

“사회적 가족이란 입양이나 가정위탁처럼 함께 생활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에 한 가정과 자립준비청년을 매칭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생긴 후 상호 연결됨을 의미합니다. 거주를 같이 하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만나는 시간을 보내고 소통하며 안부를 묻고, 잘 되기를 바래주고 청년에게 조언이 필요하면 도움을 주는 등 심적 지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 자립준비청년은 내면의 안정을 얻고 삶에 대한 용기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 내 삶을 지켜보고 있고 응원하고 격려하고 함께한다고 느낀다는 것에서부터 자립준비청년의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KTV 실시간 방송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의 모습(왼쪽 사진), Jtbc 뉴스룸 인터뷰에 나와 '보호종료아동, 어른들이 더 관심가져주길'이라 발언하는 브라더스키퍼 김성민 대표의 모습(오른쪽 사진)

사진 : 김성민 대표 언론활동 사진모음

 

• 온 사회가 가족이 될 수는 없을까

보호종료 당시의 일시적 지원이 청년의 삶을 책임져주지 못하듯, 브라더스키퍼의 고용도 1년에 1~2명으로 한계가 있다. 때문에 김성민 대표는 보호종료아동 지원제도와 법안을 바꾸기 위해 문제를 알리고 변화를 요구하는 등 사회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많은 분들이 동료들을 보며 이렇기 이야기해요. 청년들이 브라더스키퍼에 들어와서 정말 많이 바뀌었다고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바뀐 게 아니라 이 모습이 우리 아이들의 원래 모습이라고요. 원래 자신의 모습을 발현할 기회가 없었지만 브라더스키퍼에서 만난 관계를 통한 지지와 결속을 통해 자기 모습을 찾아간 거죠. 혈연가족만이 가족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가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립이 고립이 되지 않도록, 보호종료가 두려움이 아닌 설렘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지지를 요청드립니다.”

 

브라더스키퍼의 구성원들이 작업복을 입고 다같이 환하게 웃고 있는 단체 모습

사진 : 브라더스키퍼 구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