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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문제는 장애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2019.09.04

문제는 장애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스토리 대표이미지

장애접근성

장애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가능성

장애와 관련된 사회문제는 그동안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기술, 서비스, 콘텐츠 분야에서 장애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소셜 이노베이터들이 늘어나고, 장애 문제에 대한 사회 인식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렵지만 함께 해결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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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히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장애와 관련된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요.

김태홍 이사, 오버플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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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는 장애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이노베이터들이 각자 쌓아온 전문성과 노하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9년 7월 11일에 열린 SIT(Social Innovators Table) 여덟 번째 모임에서는 시각·청각·발달장애인이 마주한 사회문제와 그 솔루션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장애인을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일방적 수혜자로 보는 기존 인식을 넘어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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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을
받아들이는 시각에 대한 문제입니다.

노정화 실장, 테스트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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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IT> 8호는 일상과 맞닿은 곳에서 장애인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소셜 이노베이터들의 이야기에 주목했습니다. 장애인을위한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모든 사회적 약자까지 고려한 유니버설 비즈니스를 꿈꾸는 사회적 기업부터 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규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혁신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와 인사이트가 장애 문제를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태도와 인식을 바꾸는 동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최근에 <매거진 SIT> 구독 문의 사례가 늘었습니다. 대부분이 SIT 주제에 관심이 있거나, 참여 소셜 이노베이터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경우였습니다. 사회 혁신 관련 이벤트나 컨퍼런스 참여자를 대상으로 <매거진 SIT>를 배포하는 케이스도 증가했습니다. 다양한 소셜 이노베이터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모아진 알토란 같은 정보들이 휘발되지 않고 사회 변화를 만들어가는 분들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보면서 정보의 힘과 SIT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이번 <매거진 SIT> 8호 또한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초석이 되어 사회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합니다.

 

 

 

‘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1

“우리가 해냈다(We did it).” 2019년 토니상 최초의 장애인 수상자가 된 뮤지컬 배우 알리 스트로커의 수상 소감이다. 두 살 때 당한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장애인이 된 스트로커는 일곱 살 무렵 뮤지컬을 보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 연기를 전공한 뒤 휠체어로 무대를 누비며 노래하는 진짜 배우가 되었다. “나는 축구를 하거나 체조 선수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할 수는 있다”는 그녀에게 ‘장애’는 한계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한 ‘동기’이자 ‘열정’이었다.

 

2

지난해 10월 법원은 시각장애인의 놀이 기구 이용을 거부한 테마파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객관적 근거 없이 막연한 추측으로 시각장애인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것이 판결 이유였다. 3년 4개월간 이 소송을 맡은 단체 ‘희망을 만드는법’의 김재왕 변호사는 최초의 시각장애인 변호사다. 그는 ‘장애’는 극복하는것이 아니라 ‘적응’하는 것이며, 이번 소송을 통해 “장애에 적응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줬을 뿐이라고 말한다.

 

3

구독자 수 3만7000명에 달하는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은 고교생인 동시에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교내 안전 교육, 졸업 사진, 수능 전날 밤, 휠체어 꾸미는 법 등 소소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장애인의 시선으로 인권 문제를 다룬다. 감성은 영락없는 여고생이지만, 우리 사회의 잘못된 편견을 꼬집는 콘텐츠는 조회 수 27만에 달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알리 스트로커와 김재왕 변호사, 유튜버 굴러라 구르님은 모두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다. 때로 그들은 뮤지컬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거나, 법정에서 부당한 차별에 항의하고, 유튜브 방송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문다. 장애인이어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남다를 뿐이다. 이들에게 ‘혼자 못할 것 같은데 내가 대신 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배려는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 권리를 존중받길 원하듯이 그들의 권리도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다. 멀리서 막연히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까’ 추측하는 대신, 한 걸음 다가가 그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장애,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과연 우리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장애인의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2017년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17 장애인 실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267만 명에 달한다. 이 숫자는 전체 인구의 5.4%, 100명 중 5명이 장애인임을 의미한다. 국내 인구 중 왼손잡이 수와 비슷하고, 국내 체류하는 외국인 인구보다 많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비장애인이라면, 그리고 왼손잡이 친구나 외국인 동료가 있다면 잠시 주변에 장애인 동료나 친구가 있는지도 생각해보자. 떠오르는 이가 없다면 자신의 일상과 동떨어진 장애인의 현실과 그 이유를 생각해볼 차례다. 등록된 장애인 중에서는 지체장애인 수가 123만9000명, 전체의 47.9%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청각장애인이 34만 2000명, 시각장애인이 25만3000명에 이른다. 대한민국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규정된 장애 유형은 총 열다섯 가지이지만, 제도적인 매뉴얼에 들어갈 수 없는 장애로 인해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도 적지 않다. 일자리 문제는 어떨까. 정부가 밝힌 장애인 실업률은 6.6%, 전체 실업률 4.0%보다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숫자에 노동시장 진입을포기한 수많은 장애인은 아예 배제되어 있다고 말한다. 고용의 질 또한 열악해서 취업한 장애인 가운데서도 임시·일용직이 60%, 직종은 단순노무직이 38.6%로 가장 높았다. 장애인들이 느끼는 우리 사회의 장애인 관련 의식 수준 역시 매우 낮았다. ‘2017 장애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79.9%가 우리 사회에 차별 인식이 있다고 답했다. TED 시드니의 연사로 무대에 선 코미디언 겸 칼럼니스트 스텔라 영은 “장애를 특별하게 생각하고 장애인을 특별히 대하는 모든 호의가 악의 못지않게 해롭다. 나는 당신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문제는 장애가 아니라 장애를 바라보는 당신들의 방식”이라는 그녀의 일침은 비장애인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유일한 장애는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임을 깨닫게 한다.

 

 

휠체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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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267만명에 달한다.
전체 인구의 5.4%, 100명 중 5명이
장애인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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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을 받아들이는 새로운 시선

과거에는 장애인을 ‘더 핸디캡트(The Handicapped)’라고 표기하던 때가 있었다. 한계를 의미하는 단어가 부적절하다는 생각에 1990년대 장애인 활동가들은 대신 ‘디세이블드(Disabled)’라는 표현을 선택했다. 평창 패럴림픽 당시 조직 위원회에서는 장애인 선수들을 묘사할 때 가급적 ‘임페어먼트(Impairment)’라는 표현을 쓸 것을 권고했다. 무엇을 할 수 없는지가 아니라 ‘손상을 딛고 무엇을 성취했는지’에 주목하자는 것이었다. 한계가 아니라 능력에, 그들이 이룬 성취에 집중하는 표현의 변화를 눈여겨보지 않더라도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은 전방위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애를 일상 속에서 친숙하게 받아들이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선 장애아동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애를 가진 캐릭터 인형이 등장했고(토이라이크미), 국내에선 최근 카카오 캐릭터를 활용해 장애가 있는 이모티콘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이 시작됐다(#휠체어탄라이언챌린지). 장애를 감추는 대신 개성 있게 드러내는 변화도 시작됐다. 온라인 쇼핑 브랜드 자포스(Zappos)는 ‘자포스 어댑티브(Zappos Adaptive)’라는 장애인 전문 쇼핑몰을 열고, 패셔너블하면서도 착용이나 활동이 편리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 디자인을 매력적으로 재해석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브래들리 타임피스)도 등장했다. 장애인의 다양한 니즈를 인정하고, 폭넓게 지원하는 기관도 늘고 있다. 이들은 독서 클럽과 여행, 해외 봉사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소통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여덟 번째 SIT에서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주목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학습 기기를 만들고, 청각장애인의 택시 운전기사 취업을 지원하고, 발달장애인의 예술적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장애인의 문화 시설 이용을 돕는 소셜 이노베이터들의 새로운 시도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한목소리를 낸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도록, 경계가 한계가 되지 않도록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하자는 것. 서로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와 불편을 딛고 소통의 기회를 만들어가는 그들의 목소리를 만나본다.

 

 

 

토이라이크미 이미지

TOY LIKE ME

작가 레베카 앳킨스와 장애아동의 부모인 캐런 뉴얼, 멜리사 모스틴 등 영국 여성 3명이 모여 만든 ‘토이라이크미(Toy Like Me)’ 는 장애아동들이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가진 인형과 공감할 수 있도록 청각·시각·지체장애와 화상 상처 등을 표현한 인형을 제작하고 있다.

 

 

 

 

 

 

 

자포스 어댑티브 이미지

ZAPPOS ADAPTIVE

자포스 어댑티브는 자폐아를 위해 편안한 운동화를 찾던 고객에게서 영감을 받아 장애인을 위한 쇼핑몰 사이트를 오픈했다. 나이키, 타미 힐피거등 브랜드와 함께 장애인에게 필요한 기능적이고도 매력적인 제품을 소싱해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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