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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

2018.03.15

발표자 이야기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도시 이야기를
채집하는 도시 기획자

도시마다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이야기에는 도시를 되살릴 힘이 있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의 발표를 통해 도시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동네 이야기를 발굴하는 이유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 도시는 생동감을 잃는다. 학부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는 건물 외관보다 건물 안 인간 관계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했다. 결국 새 건물을 짓는 것보다 지역 주민이 서로 알고, 이해하고, 모이면 지역이 되살아난다고 여겼다. 이런 생각은 대학원에서 문화 기획을 공부하면서 도시 콘텐츠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도시 이야기를 발굴해 휴대폰처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통로로 유통한다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적 토양이 만들어지고, 낙후한 도시도 살아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꿈을 실현할 만한 회사를 찾았지만, 그런 회사는 찾을 수 없었다. 결국 홍주석 대표는 도시를 ‘이야기가 가득한 놀이터’로 만들어 도시재생을 이루겠다는 목표로 ‘어반플레이’를 창립했고, 오래된 빵집, 3대가 단골인 카페 등 공간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도시 곳곳에서 채집하기 시작했다.

 

 

어반플레이가 작업한 매거진 아는동네, 아는이태원(왼쪽), 축제 포스터 연남위크 (오른쪽) 이미지

어반플레이가 작업한 매거진(왼쪽), 축제 포스터(오른쪽)

 

 

동네를 경험하는 새로운 기준

‘아는동네’는 어반플레이가 진행한 대표 프로젝트다. 서울을 60개 문화권역으로 분할한 후 온라인에 권역별로 도시명을 넣어 ‘아는00’ 채널을 만들고, 이야기를 선별할 ‘로컬 큐레이터’도 선발했다. 온라인에서 동네 콘텐츠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력적인 매장들을 축제로 묶어 동네 잠재력을 재조명하기도 했다. 지역 문화 공간, 상점,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연남위크’, ‘연희 걷다’, ‘오늘은 경리단’ 축제를 진행했다. ‘연희 걷다’ 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도슨트가 되어 마을 이야기를 전했고, 카페나 상점 등에서 지역 아티스트 작품을 소개하는 팝업 전시를 열었다. 동네가 알려지자 매장 수익도 덩달아 증가했다. ‘연희 걷다’는 연희동 간판 축제로 자리 잡았다. 축제는 10개 상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30여 개 점포가 참여할 만큼 지역 상인들이 지지했고, 점포를 공동 마케팅으로 묶은 기획은 지역 가치를 부각시키는 데 일조했다. 홍주석 대표는 더 많은 사람이 도시 면면을 읽고 소장할 수 있도록 매거진 <아는동네>도 발간했다. 수익이 좋지 않은 출판 시장이지만, 누군가는 동네나 지역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도시 콘텐츠를 발굴하고 알리는 작업은 두 가지 효과가 있어요. 여행자에게는 그 지역을 제대로 경험할 기회를, 지역 소상공인과 아티스트에게는 더 많은 사람에게 브랜드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어반플레이는 서울을 벗어나 지방으로 영역을 넓히며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양, 제천 등 지방의 숨은 매력을 담은 가이드북 <아는여행> 시리즈를 내고, ‘로컬 플레이 키트’도 만들었다. 키트는 <아는여행> 가이드북과 단양 구운마늘소금, 영월 든해 티(Tea)처럼 지역 특산품을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 시식용 식자재와 에코백 등 여행을 즐겁게 만들어줄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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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도시의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이유요? 콘텐츠의 매력을
발굴하고 알려야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가 되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개인
고유의 가치로 살린 공간 가치가
건물주에게만 돌아가는 사회적 현상,
즉 젠트리피케이션도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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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 걷다' 축제에서 마을을 소개하는 주민 도슨트 모습

'연희 걷다' 축제에서 마을을 소개하는 주민 도슨트 모습

 

 

사라져가는 공간에 대한 재해석

2018년, 하루가 다르게 변하던 연남동에 방앗간이 들어섰다. 어반플레이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연남방앗간’이다. “지역에서 사라져가는 공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방앗간이나 세탁소의 본래 기능을 줄이는 대신 문화 경험 공간으로 바꾸면 더 잘 자리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홍주석 대표는 방앗간을 재해석해 전국 장인이 짠 참기름을 판매하는 숍이자 카페, 미술관인 ‘연남방앗간’을 선보였다. 마을 주민이 모일 수 있는 ‘현대판 사랑방’이었다. 그는 SIT 발표 이후 지역 창작자들을 위한 ‘연남장’도 오픈했다. 연남장은 공유 오피스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오피스, 주거, 리테일까지 크리에이터가 본인이 가진 콘텐츠를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홍주석 대표는 당분간 동네 역사가 숨은 옛 공간을 경험의 장으로 재탄생시키는 동시에 어반플레이가 소비자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간적 접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연남장에서 판매 중인 전국 장인이 짠 참기름(왼쪽), ‘연남방앗간’에서 진행한 강연(오른쪽) 이미지

연남장에서 판매 중인 전국 장인이 짠 참기름(왼쪽), ‘연남방앗간’에서 진행한 강연(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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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방앗간으로 사람들이 모였어요.
내 참기름이 중국산으로 바뀌지 않게
지키고 앉아 있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공간 미디어였던 거죠. 경제 논리에
의해 사라질 수밖에 없는 공간이지만,
이렇게 소통 공간으로 본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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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가 중심인 도시

홍주석 대표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효율적인 도시를 꿈꾼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골목마다 숨어 있는 콘텐츠를 보존하고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주민들이 지역에 애착을 갖고 자리 잡는 것은 물론, 소상공인이 겪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그는 꾸준히 지역 콘텐츠를 기반으로 동네에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지역적·역사적 의미가 있는 상점과 제휴해 동네 매니지먼트 사업도 계획 중이다. 지역이 지닌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고, 이렇게 살아난 도시 부가가치를 모두가 공유할 때 지속가능한 도시가 된다. 그런 믿음으로 그는 오늘도 도시 내부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