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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대담 :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의 힘

2017.02.09

대담 :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의 힘 스토리 대표이미지

소셜 벤처의 현재와 미래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의 힘

아이디어와 생각,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소셜 벤처가 많아진다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한 관찰력으로 고유기술을 개발한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와 함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활용 방법과 혁신을 시도하고 확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 이미지       김진영 로아컨설팅 대표(현 로아인벤션랩 대표) 이미지

● 대담자                                        ○ 진행자
심재신  |  토도웍스 대표               김진영  |  로아컨설팅 대표(현 로아인벤션랩 대표)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 김진영 로아컨설팅 대표(현 로아인벤션랩 대표) 이미지

 

 

엔지니어의 창업 정신 타이틀 이미지

김진영   반갑습니다. 심재신 대표님을 보면서 스타트업의 본질과 창업가 정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인 질문부터 드릴게요. 토도웍스라는 이름에서 ‘토도’는 무슨 뜻인가요?


심재신   영어가 아니고 스페인어 입니다. '모두'라는 뜻이죠. 장애인과 비장애인, 그리고 소수분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일하겠다는 다짐으로 회사이름을 정했습니다.

김진영   일반적인 스타트업 창업가들은 투자를 받기 위해 팀을 꾸리고 공식대로 움직이는 반면, 대표님 같은 경우는 취미와 재능이 사업으로 연결된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대표님이 생각하는 창업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심재신   저는 IT 서비스 회사 ‘애니모스’를 16년간 운영하기는 했지만, 대표보다는 주로 엔지니어 역할을 했습니다. 일반 기업을 상대로 빠른 시간 내에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주는 일이 주 업무였던 거죠. 그래서인지 창업이라는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엔지니어로서 제가 만든 제품을 고객들이 좋아하는 게 좋아서 하고 있는 것뿐이거든요. 제품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제품을 찾는 사람도 많아진 거고요. 결과적으로 볼 때 저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창업인 것 같습니다.

김진영   하고 싶은 일을 끈질기게 하다 보면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심재신   그렇죠. 하고 싶은 일이 고객이나 사회에 받아들여진다면 창업에 어느 정도 성공한 셈 아닐까요? 게다가 그 일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계속 수정하면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동 키트를 장착하는 심재신 대표

 

 

전통 키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 타이틀 이미지

김진영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대표의 몫인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요?

심재신   실제 데이터만 가지고 투자 심사를 받게 되면 회사 비전이 담긴 기획안을 내야 하잖아요. 그 부분이 가장 힘듭니다. 솔직히 소설을 쓰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많아요. 저희 직원이 대부분 엔지니어어라서 그런지 올해까지 1,000대를 팔겠다, 수출하겠다 등의 예측은 거짓말하는 것 같아요. 반면에 저희는 구체적인 금액이나 수치보다는 고객의 피드백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고 사용한 고객들의 입소문으로 제품을 홍보하고, 고객의 니즈에 맞게 개선 방향을 적용해 기술력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김진영   그렇다면 토도웍스는 자금이 필요한 시점인가요? 아니면 자생할 수 있는 단계인가요?

심재신   회사 수익을 유지하는 데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문제는 확산입니다. 토도 드라이브는 의료용품이 아닙니다. 외국에서는 토도 드라이브와 같은 파워 어시스트 키트가 의료용품 카테고리에 있어요. 국내에는 아직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 키트를 분류할 항목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허가 신청을 할 수 없어 허가도 못 받고 있는 상태죠. 문제는 의료 기기 품목으로 허가받지 못하면 장애인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환자분이나 장애인분들이 보조금 없이 전동 키트를 구입해야 해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희가 판매를 확산시켜 제품을 많이 알리고, 보조금을 지급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더 노력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단시간 내에 의료 기기 항목에 추가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진영   얘기를 듣다 보니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토도웍스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으로 사업을 하고 있나요? 아니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건가요?

심재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이라고 규정지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엔지니어를 뽑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신청하긴 했습니다. 휠체어 탄 개발자와 같이 일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 인증이 필요하다고 해서요.

김진영   대표님 말씀에 동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 기업과 영리 기업 또는 영리 스타트업과 비영리 스타트업, 이렇게 이분법적 잣대로 구분하거든요. 그런데 과연 그게 의미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듭니다. 토도웍스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어떤 기준으로 채용하나요?

심재신   토도웍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차별 없이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장애가 있지만 똑똑한 분도 많은데, 대부분 은행이나 관공서에 취직하고 있어요. 개발자가 되고 싶어도 채용하는 곳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런 분들을 계속 채용해서 월급도 많이 주고 싶습니다.

 

 

전동 키트를 장착한 장애 아동들의 적응도를 알아보는 심리 상담 이미지

 

 

토도웍스가 일하는 특별한 방식 타이틀 이미지

김진영   토도웍스는 필요한 일을 하는 회사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는데, 일하는 방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심재신   직원이 12명인데, 그중 9명이 엔지니어입니다. 제품 설계부터 제작, 생산까지 모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제안서를 쓰는 대신 제작하고 싶은 제품을 직접 구성해봐요. 간단하게 나무나 3D 프린터로 제품을 만들어 상품성이 있는지 점검해보죠.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전 직원이 함께 고도화 작업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자주 회의할 필요가 없고, 시행착오도 줄일 수 있어요. 게다가 제품 생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내부에서 하기 때문에 마진 구조가 분산되지 않아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직원들에게 한쪽 면만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고 강조합니다. 프로그래머에게 공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보라고 하고, 공구를 사용하는 직원에게는 거래처를 방문해 고객들을 직접 만나보라고 해요. 다방면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서로 자극받으면 더욱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영   장애인뿐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분이 토도웍스를 알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홍보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요?

심재신   현재는 입에서 입으로 많이 전해져 토도 드라이브를 아는 분이 많습니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아직까지 저희가 목표로 하는 단가가 안 나왔기 때문입니다. 예상보다 많이 팔리면 큰일 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고, 검증받은 제품을 가지고 제대로 하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요. 완벽하게 갖추어놓고 그때부터 마케팅할 생각입니다. 또 소극적인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설치할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다 보니 직접 찾아가서 설치해주고 있어요. 그 때문에 직원 수도 한정적이고, 설치할 수 있는 제품도 최대 100대 정도입니다. 하지만 직접 찾아가서 설치하다 보니 장애인분들의 요구 조건을 자세히 들을 수 있고, 그런 점들을 보완해 바로 제품에 반영하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토도웍스가 일하는 특별한 방식 이미지

 

 

기술 기반 소셜 벤처의 가능성 타이틀 이미지

김진영   대표님이 사업을 하면서 같은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가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심재신   조금 부끄럽네요. 사실 토도웍스가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는 토도웍스를 설립하기 전 16년간 운영 경험을 통해 실체를 먼저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스타트업을 보니 제안서를 먼저 만드는 분이 많더라고요. 사실 제안서를 먼저 만드는 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안서에만 집중하면 물건은 언제 만들까 싶을 때가 많아요. 실제로 엔지니어 출신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했는데, 물건을 안 만드는 분도 많습니다. 그런 면을 보면서 의아했습니다. 제안서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하던 일을 하면서 평가를 받는 방법도 있거든요. 제 생각에는 제품을 만들고 호응이 좋으면 그 때 사업화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늦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저희도 힘든 점이 많습니다. 제품을 먼저 만들었지만 평가를 듣고 판매하기 위해 전국을 돌고 있으니까요. 투자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어렵습니다. 가장 좋은 건 투자를 받기 위해 제안서를 쓰고,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자생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해 투자 펀드를 직접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김진영   5년 후 토도웍스는 어떤 회사가 되어 있을까요? 그리고 대표님 개인적으로 5년 후에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심재신   개인적으로 현재 생활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5년 후에도 만드는 일은 제가 직접 할 생각이라 직원들에게 시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웃음) 토도웍스를 처음 만들 때 직원들과 한 얘기가 있습니다. 장애인만을 위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진 않다는 겁니다. 제가 굳이 장애를 가진 개발자를 뽑으려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일하면서 개발하는 제품은 분명 다를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장애인 제품뿐 아니라 비장애인 제품도 다른 관점에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좀 더 멀리 보면 현재 토도 드라이브를 사용하는 장애 아동들이 졸업한 후에 토도웍스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

김진영   SIT에 참여한 다른 소셜 벤처들의 질문을 받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은호   안녕하세요. ‘끌림’ 이사를 맡고 있는 박은호라고 합니다. 저희는 폐지 줍는 노인들을 위해 가벼운 리어카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동 휠체어를 가볍게 만들면 더 잘 팔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누군가 했을 것 같아요. 전동 휠체어의 전동장치가 무거울 수 밖에 없는 것을 가볍게 만들었다는 건데, 현실적으로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심재신   스토리펀딩을 하고 나서 갑자기 회사로 제품 구입에 대해 문의하는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어요. 도대체 왜 연락을 했고, 해외에는 왜 아직 이런 제품이 없는지 궁금해서 구글, 유튜브 등을 검색해 알아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먼저 검색을 하고 제품을 만들었다면 토도 드라이브 개발은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오로지 목적만 있었어요. 딸아이 친구 엄마가 전동 휠체어를 못 들고, 소형차에 그 친구 동생의 휠체어까지 두 대를 실을 수 없다는 것에 주목했어요. 엄마가 들어서 트렁크에 실을 수 있도록 무게를 5kg에 맞추는 데 집중했습니다. 기존 제품을 보고 연구하면서 역발상으로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기어에 모터를 달고 뒷바퀴를 반대로 돌리게 한 겁니다. 배터리의 힘을 모터 쪽으로 전달하게 한 거죠. 또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비행기에 실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저희가 처음으로 모터 드라이버를 설계하고 만들었더니 주변에서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운이 좋았죠.

김진영   토도웍스 사례를 보고 들으면서 기술력으로 만들어낸 놀라운 성과에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또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격, 유통, 마케팅 과정에도 혁신을 이끌어내며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토도웍스처럼 현장에서 발붙이고 변화를 만들어가는 소셜 벤처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심재신 토도웍스 대표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