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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대담 : 청년과 어른이
함께 나아가는 자립

2018.07.29

대담 : 청년과 어른이 함께 나아가는 자립 스토리 대표이미지

진정한 성장을 위한
가능성의 연대

청년과 어른이 함께
나아가는 '자립'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힘을 보태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청년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성장은 물론 주변 어른들의 관심과 도움, 사회정책과 협력이 필요하다. Social Innovators Table 다섯 번째 모임에서는 진정한 성장을 위한 협력, 청년 자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대담자

유지황  |  팜프라 대표

박진숙  |  연금술사 대표

 

◯ 진행자

명성진  |  세상을품은아이들, Pathmakers 대표

 

 

 

청년 자립의 현주소와 어른의 역할

명성진   안녕하세요. 저는 ‘세상을품은아이들’의 명성진입니다. 요즘 청년들은 교육과 취업, 일에 대한 고민으로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죠. 이렇게 생존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어른으로서 가슴이 먹먹해지는데요, 도전하는 청년, 팜프라의 유지황 대표님은 무일푼으로 농업 세계 일주를 했죠. 그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밍 보이즈>도 인상 깊게 봤습니다. 여행은 어땠나요? 여행에서 얻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지황   사실 여행의 대부분은 싸움이었어요. 영화에는 보이지 않지만 세 청년이 치열하게 다퉜습니다. 거의 6개월 동안 말을 안 하기도 했고요. 그 시간들을 겪으면서 다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우리는 도대체 교육과정에서 뭘 배웠을까?’ 세 사람 모두 경상도 남자여서 그런지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도 알지 못했거든요. 사실 그건 경상도 남자를 떠나 교육과정에서 스스로의 마음이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어요. 인도에서 수행하며 그 점을 깨달았죠. 제가 생각하는 자립은 내면부터 완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내면을 다스리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파밍 보이즈>도 내면을 알아가는 여정이었습니다. 여행을 통해 내면의 확신이 생겼고, 어떤 일이든 시작할 수 있는 동기를 얻었어요.

 

 

청년과 어른이 함께 나아가는 '자립'에 대한 대담 이미지

 

 

명성진   동감해요. ‘Pathmakers’1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30~40일간 산티아고를 걷기도 하고, 몽골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여행을 통해 내면의 자신을 발견하는 거죠. 자신을 발견하면 자신의 길이 보이고, 무언가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되더라고요. 연금술사의 박진숙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진숙   사실은 괴리감을 느낍니다. 흔히 청년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대졸 또는 혈기왕성한 청년의 모습을 생각하잖아요. 청년 제도를 만드는 것도, 담론을 이끌어 가는 것도 앞서 말한 청년의 모습이 기준이죠.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사회적 자립이 어려운 비대졸 청년들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유지황 대표님이 청년들의 롤모델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명성진   청년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른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청년들은 그냥 자라지 않고,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없거든요. 청년들에게 좋은 어른이란 어떤 모습 일까요?

박진숙   저는 좋은 어른은 아닙니다.(웃음) 이 일을 하면서 ‘어른이 뭘까?’라는 물음이 너무 어려웠어요. 어른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라고 나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어른의 기준은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괴리감을 느끼는 이유는 그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점이 크다고 봅니다. 책임지고 감당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어른이 많아지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유지황   코부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만난 건축가가 있어요. 그분이 1,000만 원을 지원해줘 집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한 달이면 집을 짓는다고 장담했지만 실상은 6개월 넘게 걸렸어요. 그런데도 계속 조언해주면서 묵묵히 지켜봐주시더라고요.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배려와 겸손이 담겨 있는데, 그분의 태도를 보면서 좋은 어른은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박진숙 연금술사 대표(대담자), 유지황 팜프라 대표(대담자) 이미지

 

 

개인과 공동체가 공존하는 자립

명성진   이번 주제가 자립인데, 자립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많이 다릅니다. 도대체 자립이란 뭘까요? 박진숙 대표님은 자립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박진숙   사회적 자립, 심리적 자립, 경제적 자립을 했을 때 온전한 자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안정, 자립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박적으로 살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지금 이 시대에 자립할 수 있는 사람은 나이를 불문하고 없다고 봅니다. 저도 아직 집도 없고, 노후 준비도 안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자립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도 않고, 같이 일하는 청년들에게 자립을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사실 요즘 세상은 밥벌이하며 사는 것만으로도 훌륭하다고 봐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학교 보내고 취업시키고, 이런 단계 자체가 다 무너졌는데 어떻게 자립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엔 자립은 자급이며, 자급은 돈에만 기여하는 노동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생산하고 재생시키며 자기 힘으로 서고 자신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입니다.

명성진   맞아요. 실제 삶도 그렇습니다. 자립이라고 하면 철학적 개념이 떠오르고, 삶이 갑갑해 자립이라는 개념 자체가 멀게만 느껴지는 청년도 많아요. 유지황 대표님은 자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지황   자립을 개인의 문제로 둘 것인가, 아니면 사회의 개념으로 봐야 할 것인가가 이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립은 자기중심을 찾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는 앞으로 직장과 직업은 무너질 거고, 사람과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 기술이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의 개념이나 돈을 버는 개념은 아닌 거죠. 그래서 저는 나이가 들어도 좀 자신이 생겼어요. 농사를 짓고 집을 짓고 양계를 하면서 살면 되니까요. (웃음)

명성진   앞에서 주변의 좋은 어른이 청년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했는데요, 청년 자립을 위해서는 공동체나 또래 집단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공동체로 함께하는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지황   팜프라에서 실제로 일하는 사람은 3명이지만, 계속 응원하고 지지를 보내준 분도 많아요. 그분들 덕분에 더욱 확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팜프라에서 다양한 모델을 연구하는 이유는 누구나 갖다 쓸 수 있는 오픈소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누구나 갖다 쓸 수 있습니다.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분들이 없어진다면 팜프라의 존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박진숙   저희는 완전히 청년 친화적인 기업이에요. 모든 게 청년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른의 삶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저도 그렇고 같이 일하는 직원들 또한 어른의 삶이라는 건 거의 없었죠. 어느 날 중간관리자인 후배가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며 그만둔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알았습니다. ‘청년의 삶은 어른과 같이 가야 하는데, 내가 계속 어른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구나.’ 그 후부터 개개인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어요. 사실 공동체라고 하면 뭉뚱그려 하나처럼 보이지만, 저는 반대로 개인이 보입니다. 개인에게는 일터이면서 삶의 과제를 알게 해주고, 개인의 삶을 실현할 수 있게 돕는 것이 공동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청년들에게 어른에 대해 좀 알라고 말합니다. 청년들도 어른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니까요. 저희 회사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있는데, 모든 세대의 삶과 과업에 관심을 가지자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조직에서 소외당하지 않으면서 삶을 잘 살 수 있는 형태로 바뀌고 있어요.

유지황   처음 직원을 모집할 때 팜프라에서 개인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이 팜프라에서 배우고 익힌 대로 앞으로의 삶을 위해 기술이나 가치를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했죠.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 마을이라고 하면 개인이 희생되는 구조였잖아요. 그런데 더 이상 그게 성립되지 않는 것 같아요. 개인이 필요로 하고 흥미를 느껴 협업할 마음이 들 때 같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년 자립을 위한 사회적 관심

명성진   저는 Pathmakers를 아이들 스스로 존재감을 가지고, 모난 구석이 있어도 받아들여지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자존감과 맷집을 키우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면 자립의 길이 보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공동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공동체는 개인의 가치가 최고의 가치로 드러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세워주고 배려하며 손잡고 나아가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공동체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팜프라나 연금술사 역시 청년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영리 기업으로 출발했어요. 영리 기업으로 출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유지황   팜프라를 공동체라고 하지 않고 회사라고 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청년들이 같이 일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수익을 내어 지속가능하게 회사를 유지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죠. 회사 구조를 개인 사업자로 할지, 법인 사업자로 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어요.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한 가지 비즈니스 모델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게 저희가 내린 결론입니다. 회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 수 있는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당연히 영리를 추구해야 합니다. 중요한 점은 수익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대한 고민인데, 그 방향성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 중이에요.

 

 

박진숙 연금술사 대표(대담자), 유지황 팜프라 대표(대담자), 명성진 세상을품은아이들 · Pathmakers 대표(진행자) 이미지

 

 

박진숙   처음 연금술사를 만들었을 때는 협동조합법이 없어 하자센터 내에서 하자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지원 기관 밖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비영리 프로그램 속에 있는 소위 취약 계층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비영리 속에 있다는 게 자존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이죠. 그들은 일반 사람들하고 똑같은 위치에 있을 때 자존감이 올라갑니다. 사실 비영리를 추구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장사를 해 돈을 벌겠다고 생각했고, 내 월급은 내가 번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지금도 그 선택을 후회하진 않지만, 영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도 뚜렷해요. 그래서 사실은 굉장히 비영리스러운 영리로 가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주식회사인 것도 구성원 모두가 주식을 보유한 소유주가 되어 수평 구조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주식이라는 형태를 가지고 있을 뿐 협동조합 방식인 거죠. 수익을 다 공개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에는 굳이 영리와 비영리를 나눌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요. 어차피 비영리로 간다고 하더라도 영리 같은 비영리를 할 것 같아서요.

 

 

기업 이념과 성장 과정을 담아낸 책들. (왼쪽부터) 팜프라의 <파밍보이즈>, 연금술사의 <우리는 작은 가게에서 어른이 되는 중입니다>, 세상을품은아이들의 <세상을품은아이들> 이미지

 

 

명성진   흔히 청년들이 도전 정신이 없다고 하는데, 교육적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실패하면 두 번째 기회가 없으니 도전할 수가 없어요. 계속 실패해도 도전 정신을 키워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 수는 없을까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절대 혼자 만들 수 없습니다. 여러 주체들의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유지황   작년과 올해가 조금 달라진 점이라면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움직임이 작게나마 있다는 겁니다. <파밍 보이즈>가 개봉한 후 전국으로 문화기획자들을 찾아다녔고, 지역별로 모임을 가지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자리를 통해 ‘나 혼자가 아니구나’, ‘관심이 많이 생겼구나.’ 등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청년들을 위한 지원 정책은 미흡해요. 팜프라 특성상 토지를 구입할 수도, 임대할 수도 없습니다. 농업인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아 임대도 안 해주고 농업 관련 지원 혜택도 받을 수 없어요. 그래서 농기구 하나 사는 것도 쉽지 않아요. 실질적인 지원 정책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시나 군 소유의 땅을 활용해 청년들을 모을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해요.

 

 

유지황 팜프라 대표(대담자), 명성진 세상을품은아이들 · Pathmakers 대표(진행자) 이미지

 

 

박진숙   사회적 기업이나 비영리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프로젝트를 지원할 때 당사자에게만 혜택을 줍니다. 당사자를 지원하는 형태로 자원이 몰리는 거죠. 그런데 좋은 어른이나 공동체를 뒷받침하는 기반이 없는 형태에서 자원이 개인에게 몰려봤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개인을 뒷받침해주는 사람, 즉 저 같은 사람은 돈을 스스로 벌어야 하는 문제에 당착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임금을 벌기 위한 노동도 따로 하고 돌보는 노동도 따로 하면서 굉장히 과한 노동을 하고 있어요. 청년들의 성장을 위해 희생하는 구조인 거죠. 자원의 혜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하게 지원되면 좋겠습니다. 자원의 수혜를 받는 당사자 옆에서 뒷받침해주는 사람들에게도 자원을 지원하는 형태로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대표가 계속 나서는 구조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표는 명성이 있어 돈을 번다고 하면 중간관리자는 그렇지 않거든요. 간접 지원이 좀 더 포괄적으로 운영되면 좋겠습니다.

 

 

청년 자립, 쉼표도 필요하다

명성진   많은 지원 기관이 생생한 목소리를 꼭 들었으면 좋겠네요. 그럼 앞으로 가지고 있는 계획에 대해 한마디씩 해주세요.

박진숙   연금술사는 공식적으로는 올해 안식년을 보내고 있어요. 장사는 하지만 청소년이나 청년들을 교육하는 일은 쉬고 있습니다. 청년의 사이클이 7년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휴식을 갖는 거고, 회사도 좀 쉬면서 재정비하는 거죠. 안식년을 잘 보내고 내년에는 조금 다른 버전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유지황   지금 숲에 들어가기 위해 집을 짓고 있어요. 한 달이면 된다고 했는데 또 4개월이 지났네요. 올해는 비도 오고 해서 조급해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워낙 청년들의 삶을 압박하는 것이 많잖아요. 스스로 여유를 가지려고요. 장기적으로 일하기 위해 많은 친구를 만나 이야기도 나눠보고, 농사짓기에 좀 더 집중해서 수확의 기쁨도 맞보고 싶습니다.

명성진   다른 참석자분들도 두 분에게 궁금한 점이 많을 텐데, 질문을 받아볼까요?

이준혁   제주도에서 온 26세의 청년입니다. 저는 작년까지 좋은 윤리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그러나 졸업 후에 교사의 꿈을 접고, 카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진숙 대표님 같은 경우도 교사를 하다가 연금술사에 소속된 청년들이 자립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감정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박진숙   연금술사를 운영한 지 7년이 됐는데, 거쳐간 청년이 많아요. 평균 근속 기간이 3년 6개월 정도인데, 일을 하면서 안정감을 갖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안정감이 엄청난 딜레마를 안겨줍니다. 그 이유는 일하다 보면 지루하거든요. 실제로 지루해서 그만둔 청년도 많아요. 최근에 3년 정도 일하던 청년 구성원이 퇴사를 하겠다고 찾아왔어요. 저는 퇴사 계획을 세워 통과해야 보내주거든요. 퇴사 이후 계획이 없으면 다시 돌려보냅니다. 그 친구가 퇴사 계획을 가져왔는데, 한 달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제빵 기술 자격시험을 보겠다고 적었더라고요. 3년 동안 모은 1,000만 원으로 여행도 가고 자격증도 딴다는 데 붙잡을 이유가 없었죠. 예전에는 청년들이 나간다고 하면 불안했어요. 다른 회사에 취직할 수 있을까? 자립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죠. 이제는 청년들을 돌본다는 생각보다는 청년들이 스스로 사는 것을 응원해주려고 합니다.

배건웅   븟·이타카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배건웅입니다. 여러 가지 사회적 활동과 제 사업을 병행하다 보면 지치고 외로울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유지황   저는 혼자만의 공간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계속 일을 하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을 누릴 여유도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아까도 말했듯이 여행을 하면서 많이 싸울 수밖에 없었나 봐요. 개인 생활이 없었기 때문이죠. 제가 게임을 좋아하는데, 그 시간만큼은 방해하지 말아달라고 솔직히 말해요.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또 친구들도 중요해요. 가고자 하는 방향이나 가치관이 비슷한 친구들을 만나면 힘이 나더라고요.

박진숙   오랜 시간 함께 일한 후배에게 ‘나는 어떤 선배일까?’ 궁금해서 물어보려다가 스스로를 돌아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퇴근도 안 하고, 밥도 안 챙겨 먹고 일만 하는 제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스스로 희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제 모습을 발견한 거죠. 그래서 일단 멈췄어요. 처음으로 해외로 장기간 휴가도 다녀오고, 퇴근 후 요가도 배우고 있어요. 밥도 잘 챙겨 먹으며 자기 돌봄의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자기를 잘 돌보는 사람이 남도 잘 돌볼 수 있으니까요. 올해를 안식년으로 정해 청년들의 교육을 중단한 것도 이런 이유였어요. 안식년을 통해 제가 다시 에너지를 얻으면 내년에는 저와 같은 사람들이 공존하면서 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명성진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청년 자립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사회를 혁신하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이니만큼 세상이 각박해도 마음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를 세워줄 수 있는 관계가 많아지길 바랍니다. 이 자리가 긍정적인 출발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