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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대담 :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

2019.05.23

대담 :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 스토리 대표이미지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많은 사람의 기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3월 7일 열린 Social Innovators Table은 전통적 현금 기부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기부 플랫폼으로 해결책을 찾는 소셜 이노베이터들과 함께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토론의 장을 열었다.

 

● 대담자

김현욱 | 프리즈밍 공동대표

이은영 | 유니크굿컴퍼니 공동대표

송인혁 | 서유니크굿컴퍼니 공동대표

 

 

 

기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고민

진행자 안녕하세요. Social Innovators Table 일곱 번째 모임에서는 일상속 기부 문화 확산이라는 주제에 맞춰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기부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소셜 이노베이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기부와 나눔 활동에 참여하는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재능 기부 또는 현물 기부를 하고, 기부금을 내는 사람들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는 걸까 궁금해집니다. 유니크굿컴퍼니는 재능 기부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접근했나요?

이은영 오픈 더빙 플랫폼 헬렌은 처음부터 확장성에 중점을 뒀어요. 그래서 글로벌 플랫폼으로 구성했습니다. 한국어뿐 아니라 전 세계 언어로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기부하게 한 거죠. 만약 프랑스에 사는 프랑스인이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으면 일본어로 기부하고, 한국에 있는 사람이 다른 언어를 할 수 있으면 그 언어로 기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헬렌에서는 시각장애인도 목소리 기부를 할 수 있어요. 시각장애인도 수혜자가 아닌 기부자가 되는 거죠. 또 다른 의미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송인혁 테드 영상에 자막이 생긴 이유도 확장성 때문입니다. 테드에 참여했던 어떤 분이 이 영상을 청각장애인 친구에게도 보여주기 위해 자막을 넣은 것이 시초였죠. 초기에는 테드에서 직접 자막을 넣기도 했지만, 막상 반응은 좋지 않았어요. 전문 번역가임에도 영상 속 연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강연의 맥락을 제대로 살리지못한겁니다. 그 후 테드영상에 누구나 자막을 넣을 수 있는 열린 더빙 프로젝트 닷서브(Dot Sub)가 생겼습니다. 덕분에 전 세계 사람들이 각자 관심있는 영상에 자막을 넣기 시작했죠. 이렇게 청각장애인 친구를 위해 시작한 자막이 이제는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헬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각장애인뿐 아니라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 자막보다는 더빙이 편한 사람들 등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더빙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진행자 프리즈밍 김현욱 대표님도 비슷한 고민을 하실 것 같은데요. 제 경우 현물 기부라고 하면 안 입는 옷을 재활용 박스에 넣는 정도로밖에 생각을 못 하는데, 프리즈밍 플랫폼을 활용하면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까요?

김현욱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재활용 박스에 안입는 옷을 넣는 것도 현물 기부가 되겠죠? 여기서 저희는 생각의 흐름을 확장해 봤습니다. 그냥 안 입는 옷이 아니라 가장 좋아하는 옷, 오래 즐겨 입은 옷 등 사연이 담긴 옷을 기부 한다면 어떨까요? 아무래도 의미가 있는 옷이기 때문에 어디에 전달되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그만큼 사람들의 참여를 좀 더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별생각 없이 기부한 신발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을 알게 되면 현물 기부에 의미가 생기고, 또 다른 기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 번의 새로운 참여 경험이 기부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대담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진행자 재클린 노보그라츠 (Jacqueline Novogratz)가 쓴 <블루 스웨터(The Blue Sweater)>를 보면 저자가 임팩트 투자를 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본인이 고등학교 때 즐겨 입던 옷을 기부했는데, 그 옷을 르완다의 꼬마가 입고 있는 모습을 본 경험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내가 기부한 물건을 누군가가 쓰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감동이 남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직접 기부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오늘 모임을 갖기에 앞서 사전 인터뷰를 통해 많은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그때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김기찬 PD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의 펀딩을 진행하면서 어떤 요소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지, 또 성공적인 사례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기찬(와디즈 PD) 와디즈 내에서도 소셜 임팩트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한 공모전을 두 번 정도 치렀습니다. 그때 다양한 분들이 지원해 약 5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모두 좋은 의미와 가치를 지닌 프로젝트임에도 금액이나 참여자 수에서 성공한 프로젝트와 성공하지 못한 프로젝트로 갈리더군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방금 유니크굿컴퍼니에서 말한 ‘유니크굿’이라는 포인트가 많이 공감됩니다. 실제로 세상에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요. 하지만 이렇게 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선택받으려면 ‘내가 이 프로젝트에 기부해야 하는 이유는 뭘까?’라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첫 번째 답이 ‘나와의 연관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 있다면 프로젝트에 좀 더 관심이 가지 않을까요? 2017년 말에 일어난 포항 지진과 관련한 프로젝트 중에 리워드가 없는 단순 기부형이었는데도 지진을 직접 경험한 포항·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홍보를 해 좋은 호응을 얻은 사례가 있습니다. 이렇듯 기부 참여자와의 연관성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풀어가느냐가 기부 문화 확산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기찬 와디즈 PD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진

 

 

지속적 기부 참여를 위한 원동력

진행자 기부자를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하는데에는또다른방식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니크굿컴퍼니와 프리즈밍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송인혁 좀 전에 누구나 테드 영상에 자막을 달 수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실제로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원하는 영상을 번역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이 일에 매달릴까요? 저 역시 2011년 테드에서 안토니 아탈라(Anthony Atala)가 선보인 인공장기 프린터 관련 영상을 인상 깊게 보고,직접 자막을 넣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2~3년 후 어떤 분에게 전화를 받았어요. 그분은 본인의 장기에 문제가 많아 수술을 여러 번 하고 너무 괴로워서 자살 시도도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자막을 단 영상을 본 후 살기로 결심했다는 말씀에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사실 저는 제 자신을 위해서, 영어 공부를 위해서 했을 뿐이거든요. 그것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줬다는 사실에 새로운 목적의식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헬렌에 참여한 기부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어떤 영상을 더빙했고, 얼마큼 참여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영상을 보는지를 스코어처럼 확인하며 이를 통해 ‘내가 이만큼이나 했구나’ 깨닫는 거죠. 그래서 기부자들이 더빙한 영상을 최대한 많이 노출하고,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가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욱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는 물질적 수단인 토큰을 주는데, 저희는 물질보다 동기를 강화하기 위해 기부 크레딧을 생각했습니다. 기부 크레딧은 ‘선의를 강화하기 위한’ 프리즈밍만의 리워드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수요 매칭이 이뤄졌을 때 기부자에게, 또 기부 물품을 감정하는 자원봉사자에게 지급할 계획입니다. 기부 크레딧은 기부 과정에서 참여자의 성실성과 기부 물품의 정확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습니다. 기부자는 기부 단체를 평가하고 자원봉사자는 기부자를 평가하는데, 시스템 내에서 자발적 평가를 하면서 동기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죠. 기부자는 기부 크레딧이 많이 쌓일수록 유튜브 인플루언서처럼 기부 시스템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는 기분을 누릴 수 있고, 기부단체에 대한 신뢰도 더 쌓을수 있습니다.

 

 

기술 기반의 기부플랫폼이 지닌 가능성

진행자 유니크굿컴퍼니와 프리즈밍 모두 기술 기반의 기부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 소셜 벤처입니다. 기존 기부 시스템에 어떤 기술을 적용했는지 궁금합니다.

송인혁 실제로 많은 사람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목소리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시각장애인들은 그런 콘텐츠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수요의 미스 매칭이 일어난거죠. 저희 커뮤니티에 있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이분들도 유튜브를 보고, SNS도 활발하게 하고 있어요. 일반 미디어를 똑같이 사용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시각장애인이 일반 미디어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특정 플랫폼에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에 나와 있는 시각장애인용 더빙 영상의 이용도가 낮은 것은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헬렌은 통상적인 미디어를 있는 그대로 연결해 쓸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또 헬렌은 언제 어디서나 더빙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흔히 녹음에는 시공간의 제약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마치 블로그에 글을 쓰고 수정하듯 한글 자막을 바로 읽고 녹음할 수 있게한 거죠.

김현욱 블록체인 기술은 정보가 변하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되며, 중앙에 있는 권한을 여러 사용자가 나눠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처음 프리즈밍을 준비할 때 가상화폐로 기부하는 프로젝트를 많이 접했어요. 그런데 가상화폐는 가치가 유지되지 않고 계속 변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기부 시스템에 더 많은 기부자를 유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크게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우리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물 기부를 선택했습니다. 실제로 무역이나 상품 배송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하고 있는 점도 주목했어요. 이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중간 처리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현물 기부도 마찬가지로 모든 과정을 공유해서 신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대담 : 기부문화 확산을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에서 참여자가 필기를 하고 있는 모습

 

 

신뢰를 쌓기 위한 기부 현장의 고민들

진행자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이 투명성이고, 이는 곧 신뢰를 이루는 바탕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모든 과정이 다 공개된다고 해서 신뢰가 쌓이는지는 조금 의문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현욱 동의합니다. 투명성과 신뢰성은 완전히 일치되는 개념은 아닙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어떻게 보면 투명하게 공개하는 수단일 뿐이고, 기술 자체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죠. 하지만 이 수단을 잘 활용하면 기부자, 기부 단체, 수혜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늘어나고 내적 동기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신뢰가 쌓일 수 있는 연결 고리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결 고리를 더 찾아내고, 그 사이에 있는 장애물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진행자 두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술을 적용해 예전에 하지 못한 것들을 하게 되었지만, 결국 그 사이사이를 메우는 건 다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전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니 기부 단체에서도 신뢰를 높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기부 단체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어떻게 해결책을 찾고 있는지, 한국모금가협회 황신애 상임이사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황신애(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 사실 모금이 필요하지 않은 NGO는 없습니다. 모든 NGO가 다 모금을 하는데 모금의 핵심은 사람에 있거든요. 여기엔 주는 사람인 기부자와 받는 사람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인 수혜자가 있습니다. 모금을 할 때 보통 수혜자 중심으로 모금을 하게 되는데, 이때 수혜자의 어려운 상황을 그대로 노출하고 최대한 자극적으로 만들수록 모금이 잘 됩니다. 그렇다 보니 계속해서 ‘빈곤포르노’라고 불리는 방법을 사용하게 되고, 좋은 메시지로 모금을 하면 모금 성과가 떨어지죠. 이 경우 NGO들은 모금 성과와 메시지 사이에서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유니크굿컴퍼니의 방식은 기부자와 수혜자를 이해한 통찰력 있는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부가 수혜자를 위한 것인가, 나(기부자)를 위한 것인가?’와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기부했는데, 하고 났더니 내가 더 좋다’라는 경험을 동시에 얻는 방식인 겁니다. 이 점에서 NGO들은 기부 동기를 어떻게 유발할지 고민하고, 기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많은 정보와 사례를 공개하고 노출해서 기부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정보를 공개 할수록 행정적 부담이 커지지만, 기부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제공하고 투명성을 보완해나가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

 

 

새로운 기부 플랫폼에 대한 참가자 질의응답

진행자 다음은 플로어에서 많은 분이 궁금해하신 질문을 받아 여쭤보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음성 더빙이 가능한 TTS(Text-to- Speech) 기술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데, 사람이 직접 음성을 녹음하는 봉사 플랫폼을 기획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송인혁 ‘TTS’라는 말 자체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TTS는 인위적으로 사람의 소리를 합성하는 시스템으로 기계음이라고 보면 됩니다.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이용하면 자연스럽지 않은 느낌이 있잖아요. 하지만 ‘더빙’은 조금 다릅니다. 영화를 보면 배우 특유의 톤이 있지요. 영화 더빙을 할 때는 성우가 연기하듯이 톤을 다 살려서 합니다. 지금 제가 “어?” 하고 소리를 냈을 때 TTS는 감정이 없이 말하지만, 더빙에는 감정이 실려 있습니다. 화자의 의도를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기부자들의 목소리만 한 게 없습니다.

진행자 두 번째 질문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기부금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은데, 현금 기부가 아닌 현물 기부에 착안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김현욱 국내에서 현물 기부는 전체 기부의 20%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금 기부가 더 힘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저는 블록체인 기술을 현금 기부에 적용하는 건 아직 위험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가상화폐로 기부하면 가상화폐를 다시 사용 가능한 화폐로 바꿔야 하거나 그 과정에서 가상화폐의 가치가 변동해 1,000원이 10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화와 가치가 동일한 스테이블 코인을 사용하는 분도 있는데, 그러면 굳이 블록체인 기술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희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사회에 임팩트를 주는 것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전체 기부에서 현물 기부의 비중은 적지만, 그렇기에 저희 같은 소규모 NGO가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세 번째 질문입니다. “기부 투명성의 취지는 좋으나, 만약 수혜자가 개인정보를 노출하고 싶지 않은 경우라면 어떻게 대응하고 해결할 것인지요?”

김현욱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만큼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고요. 저희 시스템에서는 수혜자가 자기 정보를 알려줘야 수요 매칭이 되어 필요한 물품이 전달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혜자들이 정보를 밝히길 꺼립니다. 이럴 경우에는 기부 단체와 협업해 사회복지사,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가서 확인하는 작업을 합니다. 기술적으로는 수혜자 정보를 익명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간혹 기부자도 정보 노출을 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플랫폼 내에서 어디까지 정보를 노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진행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헬렌 서비스에 대한 실제 시각장애인분들의 반응은 어떤지요? 그리고 많은 분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시나요?”

송인혁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제 서비스를 시행한지 두 달 밖에 안 됐습니다. 현재 한빛맹학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피드백을 반영하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PC에서 사용할 수 있게 개발했는데, 실제로 사용하는 데에는 모바일 환경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으로 출시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많은 시각장애인이 헬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올해 목표입니다.

 

 

앞으로의 포부

진행자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두 소셜 벤처 모두 향후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얘기해주세요.

이은영 헬렌은 한국에서 출발했지만 머지않아 전 세계인이 이 플랫폼을 이용해 자신의 언어로 수많은 영상 콘텐츠를 더빙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저희는 솔루션을 만들었을 뿐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답은 미정입니다. 헬렌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환경을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김현욱 전국을 연결하는 현물 기부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실제 성공 사례가 되고 싶습니다. 실제로 성공 사례가 거의 없거든요. 우선 일회성이라도 날짜를 정해 기부자가 물건을 기부한 후 블록체인으로 기부가 진행되는 과정을 확인하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이런 경험이 많아질수록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오늘 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상 속 기부는 나의 체험, 나의 의미, 나에게로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상 속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실천해보는 게 어떨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