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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톡투미 이레샤 페라라 대표

2019.11.05

발표자 이야기 톡투미 이레샤 페라라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소통으로 이루어가는
이주여성 자립의 꿈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지 않는다면 우리가 먼저 다가갈 수는 없을까. 이레샤 페라라 톡투미 대표는 소통과 공감을 통해 이주여성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함께 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간다.

talktome.or.kr

 

 

 

톡투미, 이주여성에게 소통 가능성을 열다

“저는 안양에서 왔어요. 제가 이렇게 인사를 하면 다들 웃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지 얼마나 된 것 같아요? 10년? 15년? 한국에 산지 20년이 지났는데, 사람들 눈에 전 아직도 스리랑카에서 온 이방인일 뿐이니까요.” 이레샤 페라라 대표는 여성복 디자이너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던 중 출장에서 만난 한국인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이주여성이 되었다. 결혼하자마자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고 바깥에 나와보니 어느덧 자신은 아무것도 혼자선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방송을 하게되며 비슷한 처지의 이주여성들을 만나보니 한국에 와서 자신처럼 설 자리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았다. 10여 년간 방송과 강연을 통해 다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이레샤 페라라 대표는 2010년 뜻을 함께하는 이주여성들과 함께 ‘이주여성 자조단체 톡투미(Talk to Me)’를 만들었다. “한국에선 다문화 사회, 다문화 가족, 다문화 문제 모두 부정적이고 불쌍한 의미로 받아들여요. 다문화가 문제라는 시선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이주여성도, 한국에서 태어난 2세대 아이들도 똑같은 국민으로 대하면 된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톡투미는 ‘나에게 말을 걸어주세요’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다문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은 의지를 담았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4명이 나누어 마시며 아이디어를 냈던 그들은 이제 이주여성의 일자리를 만들고 다문화의 가치를 전하는 전도사로 거듭났다. 2013년에는 서울시 비영리 민간 단체로 등록했고, 6~7년 만에 6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이주여성의 자립을 돕는 모니카와 라자 인형 만들기 사업에서 국경없는 요리 교실에 이르기까지 톡투미의 활동은 넘치는 아이디어와 에너지로 끊임없이 확장 중이다.

 

 

다문화 전도사가 된 모니카 인형

톡투미와 뜻을 함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모니카 인형 만들기에 참여하는 것이다. 2011년부터 이주여성들이 자원봉사 자들과 함께 재활용 헝겊으로 만들어온 ‘모니카’는 다양한 피부색과 생김새의 인종을 표현한 캐릭터 인형이다. 이레샤 페라라 대표와 동료들은 이주민과 선주민을 가르고, 이주민은 바깥의 사람이라는 인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고민하다 다양한 피부색을 담은 모니카 인형 만들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모니카는 외국에선 흔한 여성 이름이지만, 한국어 ‘머니까’에서 시작한 이름이기도 해요. ‘멀리서 온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죠. 이주여성이라는 낯선 존재로 살아가다 보니 먼저 다가오지 않으면 스스로 다가가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모니카 인형은 이렇게 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에 다가 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주었습니다.” 모니카 인형 키트는 이주여성들이 직접 제작한다. 재봉이 익숙하지 않은 이주여성에겐 강습을 해주고, 임신하거나 한국에 온 지 얼마안된 이들에겐 집에서 직접 키트를 제작 할 수 있도록 재료와 미싱을 제공한다. 기본 인형 몸통과 도안이 담긴 키트는 2만원에 자원 봉사자들에게 판매하고, 완성된 모니카 인형은 다시 기부된다. 아이들, 학생과 회사원 누구나 신청하면 모니카인형 만들기에 참여 할 수 있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헌옷이나 소품 등을 이용해 완성해서 보내도 된다. 톡투미는 모니카 인형과 함께 코끼리 모양의 ‘라자’ 인형 키트도 선보였다. 라자는 동남아시아에서 ‘왕’을 뜻하는 말로, 코끼리는 행운을 가져다주고 소원을 이뤄준다고 전해진다. “모니카와 라자 인형의 일부는 판매하고, 판매 수익금은 이주여성의 일자리를 만들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 계층에 장학금 등을 지원하는데 쓰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인형은 국내외 소외계층 아동에게 기부하거나 다양한 다문화 교육 강의에 사용하죠.”

 

다양한 피부색으로 다문화의 가치를 담은 모니카 인형 이미지

다양한 피부색으로 다문화의 가치를 담은 모니카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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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인형과 라자 인형은
이주여성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주고, 자원봉사자들에게 나눔의
기쁨을 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양성의
의미를 알려주는 역할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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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투미 인형 제작·활용 과정 이미지

 

 

국경 없는 요리 협동조합, 다밥

현재 톡투미에는 스리랑카, 태국, 베트남, 중국, 일본, 러시아, 필리핀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톡투미를 시작할 때부터 이구동성으로 뜻을 모은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결론 이었어요. 그럼 ‘언제 가장 행복한가’ 생각해보니 가족에게 모국의 음식을 만들어주고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때라는 생각이 떠올랐죠.” 그런 마음으로 2012년부터 도시락 사업을 시작했고, 2016년에는 정식으로 톡투미 다밥협동조합이 출범했다. ‘다같이 밥먹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다밥’은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음식을 다양한 사람과 ‘음식’으로 소통하는 요리 스튜디오의 역할을 한다. 이주여성의 이야기가 담긴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도시락 주문 서비스 ‘말하는 레시피’와 케이터링 사업, 이주 여성이 직접 요리 선생님이 되어 세계 음식을 함께 배우고 만드는 ‘국경 없는 요리 교실’이 대표적 사업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직접 만들어보는 톡투미 다밥 요리 교실은 요리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화합하며 이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취지에 걸맞게 쪽방촌 이웃과 함께하는 요리 교실이나 다문화 가족을 위한 요리 교실을 열어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한다. 최근 톡투미는 모니카 인형으로 인연을 맺은 숙명여자대학교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말하는 레시피’를 ‘밀키트’로 새롭게 선보였다. 팟타이와 얌운센, 반세오 등 다양한 외국 음식을 집에서 간편하게 만들어보는 밀키트는 온라인을 통해 337%의 높은 판매 달성률을 기록하며 펀딩에 성공하기도 했다.

 

요리를 좋아하는 이주여성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는 ‘톡투미 다밥 협동조합’ 이미지

요리를 좋아하는 이주여성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는 ‘톡투미 다밥 협동조합’

 

 

 

톡투미가 꿈꾸는 사회

톡투미의 활동 영역은 인형 만들기와 다밥 협동조합에 머물지 않는다. “2012년 부터는 이주여성들의 모국에 도움이 필요한 지역을 지원하는 ‘이모나라 나눔여행’ 사업을 운영하고 있어요. 스리랑카와 베트남을 방문해 현지 주민들과 함께 지역 개발을 위한 지원 활동을 진행합니다. 이 사업에서 이주여성은 참여자들과 지역 주민간의 소통과 문화 교류를 돕는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죠.” 매년 12월에는 지역 경로당을 방문해 외로운 어르신들을 모시고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는 ‘우리 동네 크리스마스’ 행사를 열고 있다. 지원을 받는대로 소극적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여성 스스로 적극적으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톡투미의 행보는 남다르다. “지금까지 우리는 27평 규모의 작은 사무실에서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형을 만들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기도 하죠. 처음에는 100원도 없던 우리가 지금은 어느 정도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가졌고, 사회에 기여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걸 우리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톡투미는 이주여성 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사람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려고 노력한다. 용산 지역 저소득 노인을 위한 도시락 봉사, 복지시설 방문 봉사 등을 통해 이주여성 스스로 다양한 이들과 관계를 맺고 우리 사회를 향해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길을 찾고있다. “제가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단 하나입니다. 다문화는 단순히 낯선 이방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정말 멋진 다문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주 여성에게 단순히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주 여성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톡투미 2019년 사업 현황 이미지

 

이주여성이 직접 강사로 참여하는 '국경 없는 요리 교실' 이미지

이주여성이 직접 강사로 참여하는 ‘국경 없는 요리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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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라는 위치에 서 있는
이주여성들에게 가장 먼저 주어야 할
것은 일자리, 학력, 언어 같은 것이 아니에요.
‘너의 자리는 여기다’라는 안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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