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NSIGHT

Q&A로 찾아가는
사회적 가치 : 청각장애

2020.06.16

Q&A로 찾아가는 사회적 가치 : 청각장애 스토리 대표이미지

Q&A로 찾아가는
사회적 가치 : 청각장애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은 그 해답을 찾는 것만큼 중요하다. 청각장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돕기 위해 기관과 소셜 벤처, 정책자의 입장을 경험한 두 전문가가 Social Innovators Table의 질문에 답했다.

 

•답변자

이은정 팀장, 청음복지관 

청음복지관은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소통이 가득한 세상을 만든다’는 미션을 실천하며, 청각장애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사회복지관이다. 청각장애인의 생애 주기에 따라 재활 및 사회 적응, 학습 지원, 진로 교육과 여가 지원 등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하고, 장애인과 지역사회가 함께 발맞춰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강화평 창립자, 열린책장

청각장애인이 전래동화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스스로 수어 통역센터에서 수어를 배우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회적 기업 열린책장을 만들고 수어 전래동화 만들기, 수어 이모티콘 제작, 웹툰 제작, Son TV 등을 운영했다. 2018년 정치와 정책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에 대전광역시 동구 기초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되었다.

 

 

 

Q. 청각장애인의 자유로운 소통을 가로막는 사회문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강화평   청각장애인의 소통이 ‘문제’라고 정의하는 순간, 청각장애인은 소통에 무능한 사람이 되죠. 이 또한 청인 중심의 세계관이고, 청각장애에 대한 차별입니다. 농인과 농인 사이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지만, 청각장애인과 비청각장애인 간의 소통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이들의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무지’입니다. 잘 모르거나 이해할 수 없어서 소수(청각장애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소수는 다수에게 지쳐 더 이상 말하지 않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이은정   ‘청각장애인과는 소통이 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편견이 문제입니다.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은 수어, 구화, 필담, 제스처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어렵다는 생각에 대화조차 시도하지 않거나 소통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단절이 시작되죠. 소통의 단절은 관계의 단절로 이어지고, 관계의 단절은 청각장애인에게 대인 관계 문제 외에도 학업 부진, 외부 활동에 대한 제약, 심리적인 소외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을 수반합니다.

 

 

Q. 소통의 장애물이 사라진다면 어떤 변화가 생겨날까요?

강화평   청각장애인들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것입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다양한 직장에서 일할 기회가 생긴다는 거겠죠. 현재 청각장애인은 비청각장애인과 소통 문제로 취업을 하기 어렵습니다. 비청각장애인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면 예술과 문화 등 창작 분야는 물론 서비스업 진출이나 창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Q. 청각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우리 사회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은정   인식 개선 교육이 의무화되었지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학교 등에서 동영상이나 책으로 소극적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각장애인 스스로가 장애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청음복지관에서는 인식 개선 강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교육을 진행하던 강사가 “얘들아, 선생님은 청각장애인일까?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아니에요”라는 대답이 늘 따라오죠. 그럴 때 강사가 본인의 보장구를 직접 보여주고 선생님도 청각장애인이라고 설명해 주면 “청각장애인인데 왜 이렇게 말을 잘해요? 왜 이렇게 잘 들어요?” 하면서 놀라기도 하고, ‘장애가 있어도 우리와 똑같구나’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Q. 청각장애인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서 가장 변화가 시급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화평   아동에 대한 언어교육 지원과 함께 부모에 대한 장애 이해 교육 지원도 필요합니다. 장애 아동의 부모님들은 정말 많은 헌신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어는 말을 배우는 데 방해된다’, ‘농인은 보청기를 사용하면 안 된다’ 등 불필요한 선입견을 가진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 교육을 통해 청각장애를 이해하고 좀 더 열린 생각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요. 수어도 배워보고, 보청기도 착용해보고, 구어 교육도 받고,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있는지 모두 경험해보고, 최종적인 선택은 청각장애인 본인이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이은정   수어와 음성언어(구어) 사용자의 의사소통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소통을 돕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똑같습니다. 현재 한국수화언어법이나 장애인 차별 금지법 등에서 의사소통 지원에 대해 언급하고 있어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통역사나 속기사 등의 배치, 통역 지원에 대한 급여체계 등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청각장애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의사소통 도구로 수어 통역이나 문자 통역 등 알맞은 통역 서비스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의 현실화가 매우 필요합니다.

 

 

Q. 코로나19 같은 재난 상황에서 청각장애인들은 어떤 어려움과 마주하는지?

이은정   재난 상황 시 청각장애인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정확한 정보 전달과 파악의 한계입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긴급 속보나 실시간 브리핑 등에서 수어 통역이나 문자 통역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에야 비로소 재난 상황에 대한 새로운 수어 형성과 수어 통역 제공, 재난 문자 발송 등을 통해 장애에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재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강화평   속보나 실시간 브리핑의 수어 통역, 자막만으로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 메르스를 기억하시나요? 당시에도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것이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불안감이었습니다. 코로나19는 무엇인지, 예방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지, 감염이 의심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어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영상이 있어야 합니다. 메르스 때는 열린책장이 그런 콘텐츠를 만들어 배포했었고, 최근에는 농아인 협회, 수어 통역센터에서 자체 제작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예산만 확보된다면 소셜 벤처들이 좀 더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Q. 성장기 청각장애 아동과 청소년에게 가장 필요한 도움은 무엇일까요?

이은정   아동 · 청소년기는 비장애 아이와 마찬가지로 청각장애 아이들도 학업과 교우 생활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기죠. 이 시기와 맞물려 통합 환경에서의 적응과 학습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구어 · 수어 · 필담 등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이 있지만, 획일화된 의사소통 구조의 교육 환경에서 학습이 진행되다 보니 학습 진도를 맞춰가는 것 자체가 큰 어려움이에요. 다양한 의사소통 지원이 이루어져 수어 통역, 실시간 문자 통역 등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학습권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합니다.

강화평   열린책장 역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상으로 ‘한국 수어 대체 교과서’를 만들어 보려고 한 적 있어요. 하지만 소셜 벤처에서 접근하기엔 자본의 한계가 있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이런 ‘엔젤 콘텐츠’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정부가 움직이기 전에 기업의 CSR 측면에서 장기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또 저작권자로부터 콘텐츠에 대한 저작물 이용 허가도 필요하죠.

 

 

Q. 청각장애인을 위한 솔루션을 고민하는 소셜 벤처나 기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강화평   당사자(청각장애인)를 최대한 많이 만나고, 문제 해결 방향이 당사자가 아닌 지원 기관(정부 지원이나 기업 등)의 의지대로 흘러가는 걸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청각장애인들이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여러 사람을 만나보면 ‘소리를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게 됩니다. 방송, 유튜브 등 영상 매체에 자막이 지원되었으면, 수어 통역을 좀 더 잘해줬으면, 수어 통역 사이즈가 커졌으면, 일대일 통역을 해주었으면, 통역을 농인이 했으면 등등 수많은 의견이 있습니다. 청각장애인에게도 다양한 문제와 다양한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지원을 제공하는 측의 편의나 선의에만 기대어야 하는 현실의 문제를 직시해야 합니다.

이은정   장애에 대한 ‘이해’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일회성 만남, 인터뷰, 설문 조사 경험으로 청각장애인이 겪는 문제점이나 어려움 등을 모두 다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몇 번의 경험보다는 오래도록 함께하며, 청각장애를 이해하고 솔루션을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한 소통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란 점도 알았으면 합니다. 소통 문제는 관계의 단절과도 이어져 있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청각장애인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