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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딕션 전성국 대표

2020.06.16

발표자 이야기 딕션 전성국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발음'으로 청각장애인의 자신감 회복을 돕는 어플리케이션

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이 ‘듣기’뿐일까. 청각장애인의 ‘말하기’, 그중에서도 발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전성국 대표가 발음으로 청각장애인의 자신감 회복을 돕는 ‘바름’ 애플리케이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청각장애인에게 ‘듣기’만큼 중요한 ‘말하기’

“지금부터 제가 문장 하나를 말하겠습니다. (소리 없이 입 모양 만으로) ‘부산에서 가장 맛있는 건 뭐야?’ 이 말을 알아들으신 분들은 손을 들어주시겠어요?” 청각장애인을 위한 발음 교정 애플리케이션 ‘바름’을 개발한 딕션 전성국 대표는 흥미로운 퀴즈로 발표를 시작했다. 처음엔 한 명, 두 번째엔 서너 명 여러 번을 되풀이했지만 손을 든 참석자는 많지 않았다. “청각장애인과 부모님들이 함께했던 강연에서 제가 이 테스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얼마나 손을 들었을까요? 한 번 만에 절반 이상이 손을 들었습 니다. 모두 청각장애인이었죠. 청각장애인들이 구화법으로 얼마나 쉽게 소리를 읽을 수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낸 퀴즈니까요.”
청각장애를 가진 전성국 대표는 평소 상대방의 입 모양을 읽는 구화법으로 소통한다. 상대방의 입 모양이 안 보이거나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이해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많은 사람이 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은 듣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말하기, 그중에서도 ‘발음’입니다.” 대부분의 청각장애인들은 말을 할 수 있지만, 제대로 듣지 못해 발음이 부정확하고 이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예도 많다. 외형 으로는 비장애인과 구별되지 않지만, 발음 때문에 소통과 인간 관계의 어려움을 겪거나 사회생활에서 위축되는 경우도 많다. “제삼자의 도움 없이 청각장애인 스스로 본인의 발음을 정확히 알고 발음 연습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름 서비스는 이런 제 오랜 바람을 구현한 것입니다. 예전부터 누군가 만들어 주기를 바랐던 서비스를 제 손으로 직접 만든 거죠.”

 

 

개인적 경험에서 시작된 바름의 아이디어

전성국 대표는 2급 청각장애를 갖고 있지만, 대학 시절 광고 디자인을 전공하며 국내외 공모전에서 많은 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스펙을 자랑했다. “막상 졸업하고 취업을 하려니 도통 면접을 볼 수 없었어요. 어쩌다 서류가 통과되어 연락이 와도 청각장애 때문에 전화 통화가 어렵다고 하면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 다.” 결국 전성국 대표는 옆에 있던 친구에게 기업에서 전화가 오면 자신인 척하고 면접 일정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오랜 연습과 훈련 덕에 능숙한 발음으로 참여한 첫 면접의 결과는 최종 합격으로 이어졌다. “좋은 발음으로 단 한 번 넘어선 편견은 더 이상 제게 장애물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회로 바뀌었죠.” 작은 회사에 취업해 월급 80만원에서 시작한 그는 타고난 열정으로 빠른 연봉 인상과 승진을 거듭했다.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 되기를 여러 차례, 일을 시작한 지 5년이 안 되어 연봉이 6배 이상 올랐고, 디자인에서 마케팅, 웹 기획, 서비스 전략 기획까지 다방면에서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다 2018년 4월, 전성국 대표는 자신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사표를 던졌다. 청각 장애인으로 살아온 30여 년간의 경험에 기반해 청각장애인의 정확한 발음 분석과 발음 훈련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나선 것이다.

 

바름 애플리케이션 이미지

바름 애플리케이션만의 차별화된 요소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음성인식 기반 발음 분석 서비스

“사실 청각장애인은 한국어의 ‘올바른 발음’을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발음을 귀가 아닌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바름 서비스는 청각장애인에게 ‘밥 맛있게 먹었어?’의 올바른 발음 ‘밤 마시께 머거써’를 먼저 정확히 알려준 후 스스로 녹음하도록 한다. 만약 사용자가 ‘밥 마딛떼 머거떠’라고 발음하면 이를 들리는 그대로 표기하고, 본인의 발음과 올바른 발음을 한 음절한 음절씩 비교해준다.
“바름 앱 사용자는 내 발음분석에서 본인의 발음 중 가장 많이 틀리는 음소를 자음, 모음, 받침별로 확인할 수 있어요. 또 해당 음소를 어떻게 틀리게 발음하고 있는지도 통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ㅂ’을 ‘ㅃ’으로 40% 이상 잘못 발음하고 있다면 스스로 ‘ㅂ’ 발음에 힘을 빼고 발음해야 하는 것을 깨닫는 것만으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는 거죠.” 바름 앱의 첫 번째 목적은 자신의 어떤 발음이 맞고 틀리는지 정확하게 체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렇게 사용자의 발음 분석을 꾸준히 제공하며 동기를 부여하면 영어 공부를 하듯 반복 학습으로 청각장애인 스스로 발음 교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37만 명에 달하는 국내 청각장애인 중 0.5%만이 꾸준히 언어 치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0.5%를 제외한 99.5%가 본인 발음의 정확도를 바름 앱으로 체크해 언어치료의 필요성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발음의 부정확함을 알게 되더라도 고착화된 습관으로 인해 고칠 수 없는 발음은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바름의 기능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바름의 기능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언어치료를 돕는 발음 교정 서비스의 새로운 가능성

“국내 청각장애인 중 수어가 아닌 음성언어로 말하고 싶은 사람들은 대부분 언어치료를 받길 희망합니다. 하지만 일대일로 이뤄지는 언어치료는 인력, 시간, 장소, 비용에 제약이 많아 접근하기 쉽지 않죠.” 전성국 대표는 높은 수업료와 시공간의 제약, 이 두 가지 문제만 해결된다면 언어치료와 발음 교정 서비스 시장도 현재보다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앱을 출시하며 월 4900원의 비교적 저렴한 월 이용료를 책정한 것은 바름이 촉매제가 되어 더 많은 이에게 언어치료의 동기부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바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는 이러한 발음이 부족하다’라고 인지하는 것만으로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언어치료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특히 바름이 누적해온 발음 분석 데이터를 활용하면 언어치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자가 학습을 돕는 등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전성국 대표는 바름의 PC 버전에서 언어치료사를 위한 관리자 모드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추후에는 청각장애인과 언어치료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기능을 추가하는 확장도 고민하고 있다.

청각장애인의 지속적인 언어치료 여부, 장애인 재활치료 서비스의 월평균 비용


발음을 통해 꿈꾸는 바름과 청각장애인의 미래

전성국 대표의 최우선 목표는 바름의 국내 대중화다. 그리고 한걸음 나아가 전 세계 사람들의 소통의 벽을 허물기 위한 미션을 차례로 수행해나갈 계획이다. “바름은 청각장애인뿐 아니라 다문화가정이나 난민 등 정확한 한국어 발음 연습이 필요한 모든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엔 바름의 서비스 대상을 확장하기 위해 다문화 관련 기관과 아동센터 열한 곳과 MOU를 체결하기도 했죠.”
지난 6월에는 바름의 글로벌 버전 ‘Korspeak’도 출시했다. 해외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을 타기팅해 영어로 가이드를 한 안드로이드 앱을 출시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1만여 명이 다운 로드할 만큼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다. “바름은 하루아침에 청각장애인과 사회 간 소통을 도와주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청각장애인의 발음 정확도를 조금이라도 높여 자신감을 높이고, 그래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청각장애인 스스로의 발전을 돕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죠.” 전성국 대표에겐 초등학교 내내 교과서를 달달 외울 정도로 발음 연습을 시켰던 어머니와 욕조차 제대로 발음해야 무시당하지 않는다며 세상 모든 욕의 발음까지 알려주셨던 아버지가 있었다. 그런 가정환경에서 자란 전성국 대표는 자신이 매우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말한다. 그리고 모든 청각장애인이 운이 좋을 수는 없기에 자신 같은 사람이 바름 서비스를 만들어 세상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청각장애인들에게 무조건 ‘사회에서 당당해라, 장애를 극복하고 경쟁하라’고 말하기 전에 ‘발음’으로 진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전성국 대표는 매일 밤 자신의 세 살배기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청각장애인 아빠도 또박또박 올바른 발음으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전성국 대표의 거침없는 열정은 새로운 희망이 되기에 충분하다.

 

 

 글로벌 버전으로 출시한 Korspeak 애플리케이션

글로벌 버전으로 출시한 Korspeak 애플리케이션

 

                                                                                               

   따옴표 이미지

언어치료 현장에서도 바름 앱이 사용될 수 있도록

발음 평가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에요.

청능 훈련 관련 서비스도 기획.개발 중인데,

청각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의 청능을 자극해 말하기 훈련뿐 아니라

듣기 영역의 훈련도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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