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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해밀학교 이경진 사무국장

2021.06.03

발표자 이야기 해밀학교 이경진 사무국장 스토리 대표이미지

중도입국청소년자립다문화

다양성으로 가능성을 찾는 교육

이경진 사무국장은 다문화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에서 행정 업무를 맡으며 이주배경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후 다문화 청소년 교육에 뜻을 가진 김인순 이사장과 의기투합해 해밀학교의 설립부터 운영을 맡아오고 있다. 이주배경청소년과 한국 청소년을 모두 포용하는 대안학교인 해밀학교는 지난 2013년 개교해 2018년 교육부 인가를 받아 운영 중이다.

 

 

 

사랑과 포용을 꿈꾸며 시작한 해밀학교

해밀학교는 중도입국청소년과 다문화 배경 청소년, 일반 한국인 청소년을 구분 짓지않고 모두 포용하는 ‘다문화 대안학교’다. 해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서 겪는 차별과 편견으로 인한 상처를 보듬고, 사회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경진 해밀학교 사무국장과 해밀학교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0년, 이경진 사무국장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충북 청주에서 중도입국청소년과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대안학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때 학생들의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한 바자회를 기획하며 여러 유명인사들에게 초대의 메시지를 보냈고, 메시지를 받은 이들 중 한 명이 가수 인순이(김인순 해밀학교 이사장)였다. 얼마 뒤, 김인순 이사장은 이경진 사무국장에게 이주배경청소년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김인순 이사장은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다문화가정에서 성장했다. ‘다름’에 대한 차별이 지금보다 더 노골적이던 시대였기에 김 이사장의 사춘기는 정체성 혼란과 고민의 연속이었다.
한국 대표 디바로 큰 성공을 일구고 나서도 같은 처지에 있는 다문화 배경의 아이들이 눈에 밟혔고,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의 고등학교 진학률이 28%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학교 설립을 결심했다. 이경진 사무국장은 김인순 이사장을 필두로 한 학교설립준비팀에 합류해 구슬땀을 흘리며 개교를 준비했고 2013년 4월 강원도 홍천에서 해밀학교가 문을 열었다. 개교 당시에는 정식 졸업장이 수여되지 않는 미인가 학교였으나,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한국 사회에 동화되기 힘든 학생들과 부모들은 한국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싶어 했다. 교육부의 인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선 부지와 시설을 확보해야 했고, 수많은 사람이 모금에 동참한 끝에 마침내 2018년 3월, 교육부 인가를 받고 중학교 졸업장을 수여할 수 있는 학교로 거듭날 수 있었다.

 

해밀학교 정보 이미지. 해밀은 비온 후 맑게 갠 하늘이라는 뜻이다. 모든 이주배경 청소년들이 어려움 없이 맑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해밀학교 연혁. 2012년 10월 (사)인순이와 좋은 사람들 설립, 2013년 4월 해밀학교 개교, 2015년 12월 법무부 조기적응 지원센터 신청, 2015년 12월 해밀학교 1회 졸업식, 2016년 03월 무상교육 전환, 2018년 03월 교육부 인가

 

 

 

해밀학교가 찾아주는 아이들의 꿈

“얼마 전, 다문화 청소년 관련해 활동을 하시는 활동가분이 입학을 문의하는 전화를 주셨어요. 작년에 엄마를 따라 14살에 중도입국한 베트남 출신 학생에 대한 내용이었는데요. 이 학생은 베트남에서의 초등학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지 못했고 한국어 수준을 기준으로 초등학교 4학년 과정에 편입학하게 되었다고 해요.”
해밀학교에는 이러한 사정이 있는 중도입국청소년들의 입학 문의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한국어도, 한국 문화도 낯선 아이들이 공교육 체계에서 학업을 지속하며 진로를 찾고, 원만한 또래 관계를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해밀학교의 중도입국청소년 학생 비율은 약 30%다. 한국인 학생과 이주배경 청소년을 묶어 소모임을 구성하고 각자의 나라를 탐색하는 프로그램 ‘어셈블리’를 운영하며, 이중언어 교육, 합창과 악기,농사 등 비언어 교육으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간의 이해와 결속력을 높인다. 기숙형 학교로 운영되기에 교사와 사감의 협력으로 부모의 돌봄 공백도 메울 수 있다.
이주배경청소년 중에서도 중도입국청소년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영역에 있다. 그러나 이경진 사무국장은 중도입국청소년의 가능성을 본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가정의 학생은 한국 문화와 언어권에서 자라죠. 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 나라와 그 문화를 이해하게 됩니다. 반면 중도입국청소년은 해외에서 태어났기에 본국의 문화 기반 위에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수용하며 다양성을 강화해갑니다."

 

 

 

적응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이 어려움을 극복한 이후에는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경진 사무국장, 해밀학교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진로교육’이다.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는 중도입국청소년들은 빠르고 완벽하게 핸디캡을 해결하는 아이들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잘하는지 발견하고 그에 따라 자기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이었어요.”
중학교 과정인 해밀학교에 다니는 초기 청소년들에게 진로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진로교육을 통해 미래의 실마리를 찾은 청소년들은 입학을 거절당하는 등 한국 사회에서 배제되는 경험을 겪으면서도 다문화적 배경을 활용해 길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 그 사례로 필리핀 출신의 중도입국청소년 미선(가명)이가 있다.
“미선이는 원래 밝은 성격이었는데 한국어가 어려워서 학교생활을 힘들어했어요.” 그러나 해밀학교에서는 미선이에게 한국어 교육만을 우선적으로 강조하지 않았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편, 체육, 미술, 음악, 요리 등 다양한 교과목을 통해 자신의 소질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미선이는 음악과 미술에 흥미를 보였다. 기타 연주를 배우다 오디션을 보기도 했고, 미술 전시회를 열어 그림을 판매하기도 했다. 지금 미선이는 무엇을 할까?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애니메이션 디자인을 전공하며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 미선이가 다양한 교과목을 접하며 발견한 적성과 목표는 어렵게만 느껴지던 한국어 공부에도 좋은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이다.

 

미선이 미술 전시회 사진. 2명의 인물이 전시회 작품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

미선이 전시회

 

 

 

자신감과 경험을 성장의 밑바탕으로

이뿐만 아니라 해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을 표현하며 성장하는 기회를 중요하게 여긴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중도입국청소년들이 학교에서 특정한 역할을 완수하거나 성취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모든 학생이 한 가지 악기를 다루게끔 교육하고 학교에 있는 동안 크고 작은 무대에 올라 공연하게 한다. 한국말이 어눌해도 학생회장에 출마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성취 경험으로 자신감을 가진 아이들은 사회적 소수자로서 겪는 여러 어려움에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해밀학교는 한국 내에 네트워크가 부재한 청소년들에게 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부모와 학생 모두 사회적 기반이 없고 정보력도 취약해요. 주변의 인적 관계망을 통해 진로를 경험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러한 경험을 잘 누리지 못하는 것이죠.” 해밀학교의 자칭 ‘큰엄마’인 김인순 이사장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아이들이 세계여행을 다니는 탐험가가 되고 싶다고 하면 젊은 탐험가를 초청하는 식으로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 주시곤 해요.” 이러한 연결로 해밀학교 학생들은 간접적으로 다양한 진로를 경험할 수 있다.

 

해밀학교 전경 모습 사진

해밀학교 전경

 

 

 

효과적인 지원을 위한 제안

해밀학교는 내년 개교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중도입국청소년의 한국 사회 적응과 진로교육 등의 역할을 하는 교육기관이 국내 곳곳에 설립되고 있지만 이경진 사무국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보다 깊이 있는 지원책으로 ‘진로교육 코디네이터’의 확충을 제안한다. “해밀학교보다 상대적으로 인력이 적은 일반 지원기관에서는 진로교육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초기 적응부터 진로설계까지 통합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전문적 역량을 가진 코디네이터가 필요해요.”
남은 과제는 코디네이터 양성, 양성된 코디네이터와 학생의 연결을 돕는 제도적 장치 그리고 유관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다. 제도권 내 학교와 중도입국청소년을 지원하는 기관 모두 중도입국청소년 집단의 특성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각 지역, 분야에 산재한 현장 전문가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공유되기도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도입국청소년 지원 경험이 있고 진로에 필요한 정보를 연결하는 역량을 보유한 코디네이터가 필요한 것이다.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정보와 자원을 연결해줄 코디네이터가 있다면 중도입국청소년의 적응부터 정착까지의 과정이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밀학교의 수업 및 체험활동 모습. 좌측 사진은 수업 중의 모습이다. 우측 사진은 미술 작품을 단체 관람하는 사진이다.

해밀학교의 수업 및 체험활동 모습

 

 

 

한 아이가 자라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협력을 통해 중도입국청소년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중도입국청소년이 자신의 꿈을 찾아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자기의 몫을 해내기 시작한다면 다 함께 어울려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