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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중도입국청소년의 자리는 어디에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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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입국청소년의 자리는 어디에
진로교육, 자립과 정착을 위한 KEY
중도입국청소년이 한국 사회에서 성장하고 자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발표자들은 학교 안팎의 모든 중도입국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교육’ 지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기 마련이지만, 중도입국청소년은 한국어를 배우고 체류 신분과 경제적 문제 등을 해결하느라 이들의 진로 고민은 뒷전으로 미뤄지기 마련이다. 중도입국청소년이 현실에 갇히지 않고 앞날을 설계하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도록 여러 각도의 지원이 필요한 때다.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해 소셜 이노베이터 3명과 함께 대담을 나눴다.
사각지대 안에서의 각개전투, 중도입국청소년
송제훈(진행자) 안녕하세요. 12회차 Social Innovators Table에 참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열두 번째 모임의 주제는 ‘중도입국청소년의 성장과 자립으로 이루어가는 건강한 다문화사회’입니다. 중도입국청소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자리잡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미래를 꿈꾸고 준비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은데요. 우리 친구들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대담을 시작하며 먼저 김수영 대표님께 여쭙겠습니다. 중도입국청소년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비율이 30%에 이른다고 나와 있는데요. 실제 현장에서 보신 느낌은 어떠신지요?
김수영 글로벌청소년센터 대표 (이하 ‘김수영’) 많은 자료에서 학교 밖 중도입국청소년의 비율을 30%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는 숫자가 30%인 것이고, 제가 8년여 동안 1200여 명의 중도입국청소년을 만나온 경험을 바탕으로 체감한 바는 조금 다릅니다. 17세 이상으로 기준을 달리해 보면 학교 밖에 있는 아이들은 70%에 달합니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숫자가 많고, 통계 바깥에 있는 아이들은 니트족으로 지낸다거나 PC방을 전전한다거나 고용 불안정 상태로 지내기도 합니다
송제훈(진행자) 김수영 대표님은 발표 중에 정보접근성 개선을 해결과제로 꼽으셨는데요. 진로와 관련한 정보는 커리어넷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제공되고 있는데 미비한 점이 무엇인지요?
김수영 물론 진로정보를 제공하는 곳은 많습니다. 커리어넷도 있고 다문화교육포털에서는 진학정보를 외국어로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먼저 커리어넷에 대해 설명하면, 중도입국청소년들이 회원가입을 하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휴대전화가 본인 명의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실제로 저희 센터에서는 대학생 멘토와 함께 커리어넷을 살펴보도록 한 적이 있는데, 다국어 번역이 제공되지 않아서 ‘긍정적이다’라는 표현의 의미를 설명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두 번째로 다문화교육포털의 경우, 다국어 번역이 제공되지만 민간지원기관이 아닌 국공립학교로만 정보를 제공합니다. 학교 밖이나 민간센터에 있는 청소년들은 정보를 찾기 어렵습니다. 결국 민간기관의 활동가들과 선생님들이 각개전투해가며 정보를 찾아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진로 관련 정보들이 잘 취합된다면 선생님들 개인의 능력에 기대지 않고 모든 정보가 공유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송제훈(진행자) 심플로우를 통해 올라온 질문이 있는데요. 지원이 필요한 청소년을 찾는 방법에 대해 물으시네요.
김수영 제 영업 노하우를 공개하자면요.(웃음) 2~3년 동안은 모든 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저희 기관의 서비스에 대해 설명했던 것 같아요. 두 번째로, 아이들의 양육자가 분명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동주민센터와 연계되어 있을 수밖에 없기에 이곳들을 찾아가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면 우리 센터로 보내달라고 했어요. 마지막으로는, 저도 중국에서 6년 정도 살았는데 가장 정보를 얻기 좋은 곳이 이주민 커뮤니티더라고요. 요즘은 SNS를 통해 이주민 커뮤니티가 아주 잘 발달되어 있어서 입소문으로 많이 찾아오시더라고요. 결국 지인 소개를 통한 홍보가 중요하다는 거죠.
미래 설계를 위한 조력자의 필요성
송제훈(진행자) 이경진 사무국장님께 여쭙겠습니다. 발표를 통해 중도입국청소년이 직면한 여러 가지 어려움 중 한국어와 문화 적응보다도 진로를 유난히 강조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이경진 해밀학교 사무국장 (이하 ‘이경진’) 청소년들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어려움은 한국어 교육이 맞습니다. 때문에 실제 학교나 지원센터 등에서 이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해결하다 보면 청소년기에 중요한 진로 문제가 뒤로 밀려 결국 한국 정착에 큰 도움을 못 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초점을 진로에 맞추고 한국어 교육 등 다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입니다. 그 예로, 자신의 진로 목표를 찾은 아이들은 한국어 공부나 학교 적응, 또래집단에서의 어려움이 있어도 이를 극복하는 의지와 동기가 생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송제훈(진행자) 이경진 사무국장님은 진로교육 코디네이터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셨죠. 그렇다면 코디네이터가 갖추어야 할 필수 역량은 무엇일까요?
이경진 우선 중도입국청소년이 한국에서 겪는 전반적인 어려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진로 적성 지도와 교육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시기에 어떤 자원과 서비스를 연결해야 하는지, 자원을 끌어올 수 있는 전문적인 역량이 필요하겠습니다.
김재우 공존플랜 부소장 (이하 ‘김재우’) 코디네이터의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공공서비스를 마련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고려사항은 효과성, 효율성, 적시성입니다. 이 세 가지를 고려하면 전문 코디네이터를 새롭게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 기존의 전문가 인력풀을 활용하는 편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중도입국청소년 전문가에게 진로교육 역량을 더하거나, 기존 진로교육 전문가에게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이해를 더하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양성되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 기존의 전문가가 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지요.
송제훈(진행자) 진로 지도와 관련해 새롭게 도입해볼 만한 제안을 주신다면 또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경진 유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상시화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직접 운영해보았더니 가장 효과가 좋았거든요. 한국에 온 유학생들은 중도입국청소년과 공통점이 있고, 본국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어도 미리 습득해 왔기에 교육과 한국어 능력 수준에서 더 앞서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롤모델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어줄 수 있고 현실적인 지침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김수영 저는 기업과 재단 등에서 운영하는 기존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기술학교, 직업학교들의 한 켠을 중도입국청소년에게도 내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보통 이런 프로그램의 지원자격에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라는 조건이 붙곤 하는데요. 저는 ‘누구나’라는 용어가 참 싫어요. 우리 중도입국청소년들은 이 ‘누구나’라는 요건에 해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인데요. 기업과 재단에서 운영하는 청년 지원 프로그램에서도 국적과 출신을 따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중도입국청소년에게 정원 중 몇 명의 자리, 몇 학기 중 한 학기라도 내어주시면 우리 아이들이 미래를 꿈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재우 중도입국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청소년에게 진로와 진학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왜 자원은 많은데 해결이 어려운가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청소년에게 필요한 다양한 욕구 중에서 진로는 후순위에 등장하는 욕구더라고요. 체류 신분, 의식주, 경제적 기반 등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한 뒤에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본인이 능동적으로 진로를 찾아가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봐요. 여기에 더해서 접근성의 문제가 있지요. 아이들이 18세 정도의 성인 전기에 접어들면 아르바이트 등의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의 지원, 교육 프로그램은 보통 9~6시에 운영됩니다. 아이들이 일을 끝내고 오면 교육을 받을 수 없다는 거죠. 이런 측면에서 접근성을 극복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관들 사이의 연계와 연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경제 활동을 하는 청소년들을 자주 만나다 보면 이들이 노동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의문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경제 활동을 막을 수 없기에 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역차별? 사회적 합의를 이뤄갈 방법
송제훈(진행자) 여전히 한국 청소년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역차별이라는 시선도 존재합니다. 이주배경청소년 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까요?
김재우 평등이란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키가 큰 아이도 있고 키가 작은 아이도 있을 텐데, 이들에게 발판이 필요하다고 같은 높이의 발판을 주는 게 평등이 아니라, 서로 다른 높이의 발판을 주는 것이 진정한 평등이겠지요. 다른 출발선상에 서 있는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 진정한 구성원이 되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균형 있는 사회가 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해밀학교처럼 이주배경청소년을 지원하는 학교가 언젠가는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수영 한국 사회 안에 사회적 배려계층이 존재하는 것처럼 청소년 중에서도 약간의 배려가 필요한 존재가 중도입국청소년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에게 당연히 주어지는 기회와 지원이 이 아이들에게 현재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해 청소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재우 최근 국적법 개정이 이슈가 되었는데요.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무언가 큰일이 날 거라고 두려움을 갖더라고요. 중도입국청소년에게도 특별한 것을 만들어서 주겠다는 게 아니라, 지금 받지 못하는 것을 받을 수 있게 문턱을 낮추고 손잡고 같이 가자는 것이잖아요. 편견을 지닌 국민들이 불안한 이유를 찾아 해소해주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제훈(진행자) 오늘의 논의를 통해 문제 해결의 키는 자립 의지를 갖춘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진로에 중점을 교육해야 하며, 필요한 지원을 위해 관련 분야 혁신가들의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컨퍼런스를 준비하며 중도입국청소년 성장과 자립을 위해 애쓰시는 많은 분들을 만날 때마다 더 나은 다문화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오늘 제안해주신 방안이 문제 해결의 시작점이 되기를 희망하며, 그 과정에 재단도 함께 동참하는 방법을 고민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