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위라클팩토리 박위 대표
2021.11.18
발표자 이야기 ㈜위라클팩토리 박위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 없는 배리어프리 세상 만들기
박위 대표는 구독자 약 34만(2022년 1월 기준)의 유튜브 채널 ‘위라클 WERACLE(이하 위라클)’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이자 장애인 당사자이다. 7년 전 낙상사고로 전신마비 진단을 받은 이후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게 되면서 얻게 된 새로운 관점을 세상과 공유하고, 본인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을 시작했다. 장애와 비장애 간의 경계를 허물고,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는 박위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모두에게 기적을 전달하고 싶은 위라클의 이야기
유튜브 채널 ‘위라클(Weracle)’은 우리(We)에게 기적(Miracle)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과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메세지를 다양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통해 전달한다. 박위 대표의 일상을 마치 친구나 가족이 바라보듯 친밀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위라클의 콘텐츠는 휠체어 사용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장애와 비장애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인식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신마비 진단을 받기 전, 박위 대표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박위 대표는 사고 이전의 본인을 여행과 운동을 즐기는, 활발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 돌아봤다. 장애 관련 이슈를 접할 땐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은 들었지만 본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고, 사고 직후에도 재활을 거치면 예전과 같은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과 재활로 긍정적인 예후를 보이긴 했지만, 퇴원을 하고 나서도 휠체어에서 생활해야 했다. 휠체어를 타고 바라본 세상은 더이상 이전과 같지 않았다.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물리적 어려움과 인식의 장벽을 마주하게 되었다. 하지만 박위 대표는 여기에 낙담하기보다는 자신이 경험하고 깨달은 바를 세상과 나누기를 선택했다.
“저라는 사람이 영상 속에서 표현될 때 마치 내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가 날 보는 듯한 제3자의 관점에서 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게 되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장애인, 이동 약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저로 인해서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이 변화되는 걸 봤죠. 저랑 같이 생활 하거나, 한 번이라도 만났던 분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고 마치 저를 옆에서 만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찬가지로 정욱진, 박진성 편집자가 위라클팩토리에 참여하게 된 것도 박위 대표의 이러한 방향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박진성 편집자는 위라클이 만들어지기 전, 박위 대표가 SNS에 올린 재활 소식을 통해 인연이 닿게 되었다. 재활 방법이나 향후 계획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관계를 이어오던 중 박진성 편집자의 영상 편집 기술을 눈여겨 본 박위 대표의 제안으로 위라클의 영상 편집자로 합류하게 되었다. 정욱진 편집자의 경우, 박위 대표의 대학 후배로 아나운서 지망생 및 스포츠 캐스터로 활동하던 중 규모가 커진 위라클의 업무를 비정기적으로 함께하다가 완전히 합류하게 된 케이스다. 지난 2019년 2월 처음 채널을 연 위라클은 150개가 넘는 영상을 꾸준히 업로드하며 약 30만 구독자들의 응원과 사랑을 받고 있다.
박위 대표의 일상을 담은 영상 컨텐츠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하는 것마저 편견일지도
박위 대표는 위라클의 다양한 영상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컨텐츠로 오스트리아에서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시민들의 반응을 담은 실험 카메라 영상1)을 꼽는다. 처음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해당 콘텐츠 제작을 의뢰받았을 때, 위라클은 오스트리아 대중교통의 장애인 접근성이 좋은 이유는 어릴 때부터 학습한 장애 인식 교육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오스트리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불편함이 없었지만 이어진 현지인과의 인터뷰에서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오스트리아의 시민에게 ‘오스트리아의 장애인 분들이 이동하는 데 불편이 없는 것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잘 받아서 인가요?’ 라고 질문했는데, ‘우리는 교육을 받은 적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크게 당황스러웠죠. 와중에 또 다른 시민은 “장애와 비장애를 다르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제 안에 있던 또 다른 선입견을 깨뜨려줬던 거 같아요.”
1) https://www.youtube.com/ watch?v=Gnr0yn6vmqM
오스트리아 실험카메라 영상 캡처
해당 영상을 창작하는 과정에서 박위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다르다고 바라보는 관점에 앞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 또한 평범한 삶을 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위라클로 하여금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지 않는 ‘배리어프리’ 컨텐츠를 만들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장애인 당사자는 주로 인터뷰이로 등장 한다는 편견을 깨고 박위 대표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위라클 택시&휠터뷰] 나, 휠체어 이용자는 접근하기 어렵다고 여겨졌던 여행과 스포츠 등의 활동을 직접 체험하는 [위라클의 이야기, 도전] 등의 코너는 이러한 바탕에서 만들어졌다.
장애, 연령, 성별을 뛰어넘는 채널 확장
“구독자 분들의 연령대가 다양하기 때문에 영상 콘텐츠에 대한 니즈나 피드백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다양하게 나타나고, 어찌 보면 뚜렷하지 않아요.” ‘모두에게’ 기적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는 채널의 목표에 걸맞게 위라클의 채널 구독자층은 다양한 연령과 성별에 걸쳐 넓게 분포하고 있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뚜렷한 타겟층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폭 넓은 구독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고민을 기울여야 한다. 위라클이 콘텐츠를 만들 때 이동 약자 및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는 핵심 메세지를 담으면서도 ‘재미’를 신경 쓰는 이유다.
위라클 유튜브 채널
“제가 영상에 대해 갖고 있는 철학은, 영상이 재미있어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기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영상을 기획하려고 해요.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재미가 없으면 사람들이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만 해도 재미없는 영상을 보려고 하지 않으니까. 유머를 넣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하지만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노력에 늘 비례하지는 않는다. 소위 ‘인기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포함시켜야 하는 최근의 콘텐츠 경향 탓이다. 박위 대표는 위라클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 중 하나로 채널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구독자에게 가닿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을 꼽는다. 매번 고뇌를 동반하는 영상 창작 과정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보내는 긍정적인 피드백은 위라클의 원동력 이 된다.
“‘제가 오늘 생을 마감하려고 했는데, 우연히 위라클의 영상을 봤어요. 마음을 고쳐서 살아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런 내용의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어요. 굉장히 힘이 났어요. 이 영상의 조회수 1이, 사람 한 명의 생명도 살릴 수도 있는 거구나, 깨달았고요. 그래서 위라클의 영상을 보고 기운이 난다는 분들의 피드백을 받았을 때 저희 팀에도 더 에너지가 생깁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우리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난 사람들을 존중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전파하고자 하는 지금의 위라클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한국을 넘어, 전세계에 위라클의 희망을 전달하는 그날까지
박위 대표는 장애인의 이동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장벽을 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여기에 장애인 당사자로서 자신의 일상을 보다 가깝고, 친근하게 전달하는 방식이 도움이 될 거라고 내다본다. 때문에 위라클의 목표는 채널을 처음 만든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세계로 무대를 넓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휠체어 위에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다. 위라클은 이를 위해 구독자 참여형 콘텐츠, 해외 로케이션, 다국어 영상 자막 등 다양한 시도를 기획하고 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입되어 있잖아요. 저의 이야기를 일부 사람들에게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제한 없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영상을 만드는 과정이 사실 쉽지는 않죠. 그래도 저라는 사람이 영상 속에서 가족이나 친구가 날 보듯이 표현이 되거든요. 그 관점으로 저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제 위라클이 시작된 지 2년 반이 지났는데 세계로 나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도약의 시기가 온 거죠. 본격적으로 영어 자막 등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