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어반하이브리드 이상욱 대표
2018.03.12
발표자 이야기 어반하이브리드 이상욱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공유 공간을 개발하는
퍼블릭 디벨로퍼
토지, 사람, 공간, 콘텐츠 등 도시를 되살릴 수 있는 소재는 다양하다. Social Innovators Table 네 번째 모임에서는 이상욱 어반하이브리도 대표가 시도한 사례를 통해 공간 변화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도시에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개발자
빌딩 숲으로 둘러싸인 서울을 보면 우리에겐 이미 충분한 공간이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2013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도시 문제를 연구하던 이상욱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을 위한 저렴한 집, 청년 창업가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사업장, 예술가들이 마음껏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작업 공간 등 정작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하고 느꼈다. 그래서 이상욱 대표는 ‘어반하이브리드’를 설립했다. “어반하이브리드는 ‘퍼블릭 디벨로퍼(Public Developer)’입니다. 기존 부동산 개발업체 (Developer)가 토지 가치를 극대화해 수익을 얻었다면, 저희는 지역 가치를 찾고 지역에 필요한 공간 등 새로운 개발 구조를 활용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가 발견한 지역 가치는 때론 산업이었고, 때론 사람이었다. 그렇게 6년째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공간
이상욱 대표는 가장 먼저 신림동 공공 유휴 공간을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관악구와 공공-민간 협력 방식으로 공동 투자하여 4년간 버려진 경로당을 리모델링해 ‘신림아지트’로 오픈했다. 신림아지트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청년들이 모여 일할 수 있는 작업 공간과 지역 주민들이 반상회를 열거나 인문학·영어 강의 등을 들을 수 있는 배움터로 나누어 운영했다. 소셜 벤처 ‘제리백’은 이곳에 입주해 우간다 아이들을 위한 가방을 만들었고, 주민들은 이곳에 모여 마을을 가꿀 아이디어를 모으며 소통하기 시작했다. 안정적으로 운영 수익을 확보하면서 지역 공간으로도 활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저희가 지역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순 없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은
창의적인 집단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거죠. 창의적인 집단이 결합한다면
지역 산업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을 테니까요.
어반하이브리드가 개발한 역삼동 쉐어하우스
그 다음에 주목한 곳은 창신동이었다. 창신동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봉제 공장이 모여있다. 동대문시장 대부분이 이 곳에서 옷을 생산하지만, 원가 절감을 이유로 해외 생산이 늘자 공장들은 속속 문을 닫았고, 재단사들은 하나둘 떠나갔다. 재봉틀 소리가 가득하던 창신동은 조용해졌다. “창신동에는 여전히 경험이 풍부한 기술자와 아이디어가 넘치는 새내기 디자이너가 공존하고 있었어요. 접점이 부족할 뿐이었죠. 그래서 이들이 함께 작업하며 상생할 수 있는 공동 작업 공간 ‘창신아지트’를 만들었습니다.” 공간을 따로 또 같이 사용하며 새내기 디자이너는 경력이 많은 기술자에게 샘플을 저렴하게 만드는 법, 원하는 디자인 패턴을 뜨는 법 등을 배웠고, 한길만 걸어온 기술자들은 새로운 트렌드를 배워 새 판로를 개척했다. 런던에서 활동하던 해외 브랜드가 창신아지트를 찾아 입주해 있던 샘플 디자이너나 패턴 디자이너와 작업을 진행하는 일도 있었다. 그들은 몇 번 작업을 해보고 합이 잘 맞아 함께 새로운 공간을 찾아 떠났다. 이상욱 대표는 이 사례를 통해 공간이 지역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전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고 확신했다. 단순히 일감을 늘리거나 자체 생산력을 높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서로 결합하고 영역을 확장한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창신아지트처럼 청년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게 곧 지역사회가
앞으로 만들어낼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일 테니까요.
창신아지트에서 함께 작업하는 디자이너와 재봉 기술자
안정적인 삶을 위한 임대주택 사업
서울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주거 비용이 저렴해야 한다. “쉐어하우스를 개발할 때 접근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렴’해지려면 기존과는 달라야 했죠. 그래서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저개발 필지나 유휴 부동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쉐어원’은 어반하이브리드와 저개발 필지나 공실 꼬마 빌딩 등 유휴 공간을 가진 자산 소유주가 협력하여 사업을 기획하고 쉐어하우스로 개발해 운영까지 하는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건물을 매입하거나 임대하지 않은 덕에 월세는 강남권 시세보다 20~30% 저렴했다. 지하는 문화 공간을 만들거나 입주민에게 좀 더 적합한 공간으로 꾸몄다. 건물주의 만족도도 높았다. 연 6%대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누리면서 건물 관리에 대한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민간은 가지고 있는 자본이나 건물로 사업에 참여하며 개발 비용을 줄였고, 청년들은 저렴하면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을 빌릴 수 있었다. 이상욱 대표는 앞으로도 민간과 협력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이득을 돌려줄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쉐어하우스에 마련된 입주민 공동 공간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하여
과거 도시 개발은 사람보다 공간 변화가 우선이었다. 지역에 대한 이해 없이 크고 새로운 것을 짓기 바빴다. 이런 개발이 거듭되면 도시가 낙후되었을 때 사람들이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게 된다. 이상욱 대표는 “작은 공간을 보존하고 개발하며, 새로운 지역 가치를 만들길 원한다”고 전했다. 최근 그는 부동산 투자 운용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창신동 지역 자산을 확보하고 지역에 필요한 비즈니스 공간, 디자인 코워킹 스튜디오, 코리빙 공간으로 차근차근 오픈할 예정이다. 건물 수명이 곧 도시 수명이 되는 도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도시. 그는 그런 도시가 스스로 살아날 수 있다고 믿는다.
시민들이 잘사는 도시가 좋은 도시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시민들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주거 환경부터
조성해야죠. 저희가 조금이라도 저렴한
주거 공간을 공급하려고 노력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