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ERENCE
대담 : Social Innovator의
지원 인프라 활용법
2017.06.15
대담 : Social Innovator의 지원 인프라 활용법 스토리 대표이미지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기까지
아이디어가 작은 씨앗이라면, 투자 및 육성 등의 지원은 아이디어를 키우는 양분이다. 이러한 지원 없이는 사회혁신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장애 아동을 위한 교육앱에서 출발해 전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한 이수인 에누마 대표와 함께 적합한 파트너를 찾는 법과 지원 인프라 활용 방법을 모색했다.
● 대담자
이수인 | 에누마 대표
◯ 진행자
이성수 | 전 신나는조합 상임이사 (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사무총장)
에누마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이성수 ‘에누마’라는 회사 이름부터 ‘토도수학’, ‘킷킷스쿨’ 같은 프로그램 이름까지 모두 굉장히 쉽고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무슨 뜻인가요?
이수인 회사 이름은 2015년까지 ‘로코모티브 랩스’였어요. 우리의 미션이 끊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서 기차를 뜻하는 로코모티브로 지었는데, 이름이 너무 길어서 다른 이름을 고민하게 되었어요. 에누마(Enuma)는 ‘하나하나 센다’라는 뜻의 에뉴머레이트(Enumarate)에서 온 것이에요. 어디에 있는 아이건, 어떤 아이건 빠트리지 않고 세고자 하는 저희의 미션을 담은 이름이에요. 토도는 스페인어로 ‘모두’를 뜻해요.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도 모두 포함해서 학습을 시키고 싶은 생각을 담은 이름이지요. 킷킷의 ‘킷’은 태국어로 생각을 말하는데, 킷킷이라고 하면 ‘깊이 생각한다’는 뜻이 된다고 해요. 저희 팀의 태국인 멤버가 지은 이름이죠. 아이들이 저희 앱을 통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지었어요.
이성수 에누마는 누적 금액 500만 달러 정도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50억 원이 넘는 금액인데, 기업 경영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지 궁금합니다.
이수인 저희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에 아주 넉넉한 금액은 아니라서 투자 금액이 부족해지기 전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려고 열심히 달리고 있어요. 사실 제가 예전에 게임 회사에 근무했을 때는 수백억 원짜리 프로젝트도 만난 적이 있거든요. 건강한 성인이 재미있게 플레이하는 국민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그 정도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에 산업 전체의 공감대가 있어요. 그런데 교육 콘텐츠에는 전체적으로 투자 크기가 많이 작은 편이에요. 조금 전 제가 지원금 심사를 위한 피치(Pitch)를 하고 왔는데, 심사위원 중 한 분이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에서 우승하게 되면 상금이 100억 원이나 되는데, 그 큰 돈을 다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세상 아이들이 모두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100억 원은 부족한 돈이라고, 그 몇 배가 들어가야 할 거라고 말씀드렸죠.
미션을 이해하는 투자자가 중요한 이유
이성수 에누마는 여러 기관의 투자를 받아왔습니다. 투자자 성향에 따라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진 않았을지 궁금합니다.
이수인 에누마는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 기업이에요. 미션을 따르긴 하지만 비영리 기업이 아니고, 전문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았어요. 에누마 최초의 투자자이자 이사회 멤버인 ‘K9 벤처스’의 마누 쿠마르는 실리콘밸리의 기준을 지키는 데 엄격한 원칙주의 투자자예요.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리콘밸리 기준에 맞는 밸류에이션(Valuation, 가치평가)1을 계속 지켜나가야 해요. 처음에는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시작하지만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점점 이 밸류에이션이 올라가고, CEO 마음대로 어떤 투자자에게는 밸류에이션을 적게 받고 어떤 투자자에게는 높게 받는 식의 예외는 가능하지 않아요. 지원금을 받는 거라면 모르지만 지분을 내주어야 하는 투자에서는 엄격하죠.
얼마 전 인도의 사회사업가들이 킷킷스쿨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데, 저희가 영리 기업으로서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높다 보니 투자가 진행되지 않았어요. 투자자 성향에 따라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를 수는 있지만, 회사의 가치를 투자자가 누구냐에 따라 바꾸지는 않아요.
이성수 마누 쿠마르라는 분은 투자자이자 좋은 멘토 같네요.
이수인 사자가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리듯이 키우지요.(웃음) 회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 창업 경진 대회에 나가라고 등을 떠밀었어요. 저는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일단 나가서 배우라고. 그런 경진 대회에서 서류 심사에 통과하려면 투자자의 레퍼런스 체크가 필요한데 그건 다 해주고요. 경진 대회에 나가면 서류 심사를 통과한 창업자들에게 피치와 영어에 대해 코칭을 해주는데 그걸 꼬박꼬박 받고, 5분부터 15분까지 정해진 시간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는 기술을 익혔어요. 사업은 투자를 받지 못하면 아이디어로 사라져버릴 수도 있잖아요. 이런 발표 기술은 익혀두면 매우 유용하더라고요. 마누는 제가 처음이라서, 이민자라서, 여자라서, 영어를 못해서, 혹은 아기 엄마라서 이런 걸 잘 못한다고 꽁무니를 빼도록 봐주지 않았어요. 덕분에 강하게 클 수 있었죠. 2013년에 회사를 막 세운 햇병아리 시절 테드엑스(TEDx)2에서 발표까지 했다니까요. 그걸 성공적으로 하고 나니까 그 다음엔 별로 겁이 안 나더라고요.
이성수 발표에서 투자를 잘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를 말씀했습니다. 첫째, 내 기업의 소셜 미션이 분명할 것, 둘째, 이사회를 잘 활용할 것. 셋째,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고 최선을 다해 기여하는 것. 혹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가 제안했을 때 거절한 적도 있나요?
이수인 아니요. 제가 피치를 100번 정도 했는데, 저희 미션을 이해하지 못한 영리 투자자와는 결국 안 맺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호감이 있었더라도 서로 깊게 알아가다 보면 결국 안 맞는 부분이 드러나더라고요.
이성수 에누마 투자자들은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투자회사 소프트뱅크 벤처스코리아나 중국 최대 사교육업체인 탈에듀케이션그룹은 영리 투자자이잖아요. 그들이 왜 투자했다고 생각하나요?
이수인 저희 팀과 제품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성공하리라고 믿으니까 투자를 해준 거지만,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죠. 저는 피치를 할 때 이렇게 시작하거든요. “제가 풀고 싶은 문제가 있습니다. 저희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났고, 그래서 이렇게 불타는 미션을 안고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소프트뱅크 벤처스 코리아나 탈에듀케이션 그룹에서는 이 부분을 따뜻하게 봐주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이런 피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제품을 잘 만드는 건 알겠는데 자꾸 장애를 강조하니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CEO를 바꿀 수 있으면 투자할 만한데.”라는 말을 하는 투자자들이 진짜 있어요. 저희에게 투자해주는 분들은 제 이야기에 공감하고, 이런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분들인 거죠.
이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
이성수 이사회 얘길 해볼게요. 미국에서는 초기 투자를 받은 후 CEO를 바꾸는 일이 55%나 된다고요?
이수인 초기 투자에서는 아니고, 정식 제품을 만드는 ‘시리즈 A3’에서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리즈 B4’ 단계로 넘어갈 때 주로 CEO가 바뀝니다. 직업 안정성이 진짜 나쁘죠. (웃음) 저에게 “너 회사 성장하면 바로 잘릴 준비는 하냐” 라고 묻는 분들은 보통 남자 투자자들이었어요. 그런 분들에게 투자를 많이 받진 않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며칠간 힘들어요. 그런데 저희는 진짜 운이 좋아서 여자 투자자 비율이 높아요. 본인이 부모인 사람들도 많고요. 그래도 시리즈 A 전까지는 스스로 언제 잘릴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저희 시리즈 A 라운드는 소프트뱅크벤처스코리아가 리드했는데, 투자 과정에서 창업자가 회사를 떠나면 안 되는 조항이 있다는 거예요.
이성수 구세주네요.
이수인 네, 매우 기뻤어요. 잘릴 염려가 없어졌다니, 세상에 이런 좋은 투자자가 있나 싶었죠. (웃음) 그런데 미국 이사들이 그 조건을 보고 약간 황당해하더라고요. 한국과 미국에서 투자자들이 창업자를 보는 관점은 이게 다른 것 같아요. 한국의 경우 창업자는 회사와 거의 한 몸이고, 창업자가 떠나면 회사가 망할 확률이 높죠. 그런데 미국에서 회사는 이사회의 것이고, 창업자 출신 CEO는 거기에 고용된 한 사람일 뿐이에요. 창업자가 잘리지 않으려면 계속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어요. 창업자와 회사는 엄격하게 분리됩니다. 자기가 회사를 세웠고 지분을 100% 가지고 있어도 정해진 기간을 못 채우고 회사를 떠나면 이 지분을 포기해야 해요. 처음 회사를 세울 때 변호사에게 이 조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이해가 잘 안돼서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이성수 회사가 잘 돌아가려면 이사회 역할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는 게 좋을까요?
이수인 미국에서는 많은 CEO가 이사회와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여러 CEO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하며 그런 분들을 볼 때마다 제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이사회를 잘 구성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해요. 첫 번째는 기존 투자자의 협조입니다. 저희는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나면 기존 투자자들이 레퍼런스 체크를 정확하게 해요. 그분들은 새로운 투자자에게 전화해 회사나 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죠. 덕분에 어느 정도 같은 미래를 그리는 분들이 모일 수 있었어요. 두 번째로 CEO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속적으로 신뢰를 주면서 이사회를 알차게 운영해야죠. 정기적으로 투자자와 이사들을 만나 사안을 설명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는지 잘 이해해주는 분들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싶다면 끊임없이 노력해야죠.
소셜 이노베이터를 위한 프로그램
이성수 투자를 제외하고 CEO로서 성장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된 지원 프로그램이 있었다면요?
이수인 저도 모든 프로그램에 가진 않아요. 이사님들이나 멘토가 추천하면 가보는 편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안 맞고 필요 없어 보이는 프로그램도 막상 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CEO 부트캠프에서는 사업가로서 마음과 정신을 단련시킬 수 있었고, 오릭(Orrick)에서 진행하는 엘리베이터 피치5 워크숍에서는 빠른 시간에 핵심을 전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어요. 언젠가부터는 미션을 강화시키는 프로그램을 찾게 됐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떤 사회문제를 풀고 있는지 그 흐름을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실리콘밸리 구석에 박혀있는 작은 교육회사 혼자서는 그런걸 파악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때 뉴스쿨즈 벤처펀드 프로그램이나 아쇼카 펠로십 , KOICA CTS 프로그램,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가 도움이 됐습니다. 아쇼카 펠로십은 기업가가 이끄는 조직이 아니라 기업가 자체에게 초점을 맞춘 지원으로, 소셜 이노베이터 4,000명이 모인 글로벌 네트워크에 소속된다는 것이 장점이죠. 만약 창업자라면 창업자 연대 프로그램도 추천하고 싶어요. 제 멘토는 모두 창업자 출신이에요. 돈이 없는 회사에서 직원 한명을 더 뽑느냐 마느냐 하는 고민은 돈 있는 사람이 하는 고민과는 전혀 다른 조언이 필요하거든요. 창업자들을 묶어주는 지원 센터에서 공유하는 고민이나 조언은 현실적이죠. 그리고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아까 말씀드린 피치 경진 대회는 꼭 추천하고 싶어요. 피치에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망쳐도 세상이 무너지는건 아니라는걸 알게 돼요. 쉽게 절망하지 않는 방법을 익힐 수 있죠.
이성수 CEO 부트캠프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이수인 아름답죠. 콜로라도의 산장에 10명 정도의 CEO가 모이고, 10명 정도의 코치가 이들을 둘러쌉니다. 사흘 내내 자기 경험을 나누고 서로 멘토십을 해주며, 투자자이거나 창업자, 혹은 전문 심리 상담가 출신인 코치들이 대화를 도와줍니다. 정말 그 값어치를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비용이 비싸서 투자 유치를 성공할 때마다 투자자들에게 미리 이런 프로그램에 가겠다고 허락을 받고 몇 년에 한번씩 가고 있고요. 이런식의 창업자들 간 피어(Peer) 그룹은 VC들이 만들기도 하고, 온·오프라인으로 꽤 있어요. 한국에도 비슷한 것이 있다고 알고 있어요. 비슷한 창업자들끼리 모이면 시장 정보를 얻기도 쉽고, 지원 프로그램이나 투자자에 대해 도움이 되는 정보를 교환할 수도 있습니다.
이성수 국내외 여러 조직에서 지원을 받고 관계를 맺었는데, 미국에서 관계 맺은 조직들과 비교해보면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이수인 미국도 조직마다 특성이 달라요. 보통 굉장히 전문적이에요. 40년 넘게 운영된 만큼 많은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에 여유가 있어요. 이들은 경험한 패턴을 빗대어 시기마다 저희가 대비해야 할 것들을 알려줍니다. 꽤 실질적이죠. 반면 한국 지원 프로그램은 생긴지 얼마 안된 것이 많아요. 본인들도 공부하면서 도와주는 식이라 굉장히 열심히, 깊게 도와줘요. 한 회사 한 회사를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요.
앞으로의 계획
이성수 대담을 마치고 질문을 받아보겠습니다. 다문화 가정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김지영 알로하아이디어스 대표님과 노유진 아쇼카 한국 매니저님(현 채용 플랫폼 '위커넥트' 이사)에게 차례로 마이크를 넘겨보겠습니다.
이수인 사업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지나서 한국 지사를 냈는지, 그리고 해외지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성수 처음에는 한국에 있는 개발자들에게 그때그때 일을 맡겼어요. 당시 최고 개발자들이 모두 한국에 있었거든요. 개발자들이 갑자기 저희 일을 못 해주는 상황이 생길까 봐 불안했지만, 지사를 낼 순 없었죠. 실리콘밸리에서는 ‘작은’ 회사가 ‘미국 밖’에 지사를 낸다는 건 의아한 일이니까요. 시리즈 A를 받고 나서야 ‘최고 개발자들을 우리 팀으로 잡아둘 지사’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그때부터 준비했어요. 현재는 연락 사무소일 뿐 법인은 아니에요. 제대로 하려다 보니 비용, 법률상 문제 때문인데요, 연락 사무소와 법인의 가장 큰 차이는 연락 사무소의 경우 직접 매출을 발생시키면 안돼요. 사실 IT회사이기에 이런 구조로 지사를 운영 할 수 있는 거죠. 서비스 이용자가 모두 글로벌 플랫폼 위에 놓여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희는 실제로 비즈니스나 경진 대회에 참가하는 등 모든 일을 미국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한국은 주로 R&D 역할만 담당해 일반적인 지사와는 차이가 있어요. 지사를 만들 때는 반드시 대책이 있어야만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지사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어려워요.
노유진 앞으로 킷킷스쿨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겠다고 했습니다. 탄자니아 외에 어떤 기회가 있는지 궁금하고, 다른 지역으로 확장할 때는 또 다른 지원이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 중인가요?
이수인 글로벌 러닝 엑스프라이즈는 5년짜리 경진 대회예요. 엑스프라이즈 재단이 개최하고, 유네스코와 탄자니아 정부가 파트너로 상금 1,500만 달러를 걸고 전 세계 문명을 해결할 수 있는 태블릿 기반 아동용 소프트웨어를 찾고 있어요. 참가한 약 198개 팀 중에서 5개 팀을 선발해 탄자니아 아이들에게 태블릿을 지급하고, 가장 성과가 좋은 팀은 2019년 4월에 100억 원을 받게 돼요. 이 대회 시사점은 상금 규모가 아닙니다. 이 경진대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과감한 시도예요. 혼자서 학습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찾고, 과거에는 컴퓨터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던 기초 교육에 집중하죠. 게다가 이렇게 만든 제품을 오픈소스로 공개합니다. 교사에게 의존하던 교육 방식을 벗어나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디지털로 교육하고, 오픈소스를 통해 후진국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합니다. 케냐 같은 경우에는 국민을 중학교 교육까지 시키려면 1년에 6조5,000억 원이 필요해요. 하지만 확보한 자금은 1조5,000억 원 뿐이죠. 이 프로그램들이 효과가 있다면 부족한 예산까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런 마법이 일어나야만 해요. UN도 마찬가지죠. 현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난민이 가장 많은 상황이에요. 스웨덴으로 간 시리아 난민에게 누가 스웨덴 언어를 가르칠까요? 스웨덴에 아랍어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요? 이래서 태블릿을 기반으로 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죠. 그래서 단기간에 수익을 내고 싶어 하는 파이낸셜 투자자가 아니라 미션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프로젝트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이성수 앞으로 계획이나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이수인 저희 제품 라인은 ‘토도수학’과 ‘킷킷스쿨’, 이렇게 두 가지예요. 이 둘은 사실 미션이 같으니 한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죠. 장애를 가진 아이가 학교생활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가장 무서웠던 건 선생님이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 채 학교에서 13년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오늘 내가 배운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재미를 느끼고 내일도 배울 의지가 생기며, 그래야 속도에 상관없이 평생 무언가 배우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려면 모든 아이가 쓰는 교육 툴에 학습이 어려운 아이들을 배려하는 기능이 충분히 들어가 있어야 하죠. 오늘 배운 걸 이해하고, 내일 새롭게 배울 용기가 생기는 그런 툴을 만들어 세상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희가 이것을 만들면서 알아낸 게 하나 있어요.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배울 게 많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중 뭔가 놓치면 학교에 들어갔을 땐 이미 못 배우는 거죠. 그 간극은 우리가 알고있는 것 보다 훨씬 커요. 한글을 모른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선생님 말씀 중에 지시어를 잘 못 알아들어요. 게다가 다문화 가정 엄마들은 아이가 클수록 숙제를 못 도와주게 되는 상황까지 더해지죠. 아이는 학교 교육에서 점점 멀어지고, 스스로 배움을 멈추기도 해요. 아이들 교육을 위해 풀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초등학교 입학 이전에 교육을 바로잡음으로써 이후에 큰 기적을 이룰 수 있어요. 적어도 저희는 영·유아부터 초등교육까지 준비할 수 있는 도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어요. 이 중요성을 세상에 알리고, 저희가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이성수 전세계 2억 5,000만 명 아이들이 공부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그날을 위해 한발 한 발 나아가도록 이수인 에누마 대표님께 응원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