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ERENCE
대담 : 동네에서 꽃핀
도시재생
2018.03.15
대담 : 동네에서 꽃핀 도시재생 스토리 대표이미지
도시 가치를 재발견하다
동네에서 꽃핀 도시재생
낙후한 도시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 바로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은 민간,정부,개인 등이 홀로 이룰 수 없다. 그래서 Social Innovators Table 네 번째 모임에서는 도시재생을 실험 중인 청년 소셜 이노베이터들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함께 모여 도시재생 현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 대담자
이상욱 | 어반하이브리드 대표 홍주석 | 어반플레이 대표
◯ 진행자
김종익 | 서울특별시도시재생지원센터 센터장
청년들과 함께 하는 도시재생
김종익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서울특별시도시재생센터 센터장 김종익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 도시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도시재생 실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어반하이브리드와 어반플레이가 대표 주자죠. 이들의 목표는 공생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두 회사 모두 청년 창작자에게 집중했는데, 그 이유가 뭘까요?
홍주석 전국에는 수많은 청년이 문화예술 활동을 하고 있고, 공공 기관에서는 3~4년 전부터 그들을 위한 많은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볼 땐 어항에 가두고 먹이를 주는 것으로 느껴졌어요. 청년들에게는 본인이 가진 콘텐츠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지역마다 그곳에서 활동하는 청년 예술가나 소상공인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로 축제 프로그램을 짰어요. 지역의 개성을 녹여낸 문화 콘텐츠를 제공해 마을 브랜딩을 하고 대중에게 알렸죠. 도시는 활력을 얻었고, 그곳에 사는 청년 예술가들에겐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이것이 낙후한 도시를 재개발이 아닌 재생으로 되살리는 방법이라고 믿습니다.
이상욱 저희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지역마다 이슈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해결할 순 없잖아요. 대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창신아지트’가 바로 그런 곳이죠. 저희는 ‘창신아지트’라는 공유 공간을 만들었을 뿐인데, 그 공간에서 봉제업자와 새내기 디자이너가 만나고 협업이 이뤄져요. 이 외에도 우리 도시에 필요하지만 부족한 공간을 만들고 있어요. 청년 1인 가구, 사회 초년생과 문화예술인, 기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게 곧 지역사회가 만들어낼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일 테니까요.
김종익 쇠퇴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이런 청년 기업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나태흠 안테나1 대표님에게 묻겠 습니다. 공공 기관이나 청년들과 협업을 하며 무엇을 느꼈나요?
나태흠 올해 한 지역에서 열린 ‘도시재생 박람회’를 기획하고 진행했어요. 그 지역에서 다양한 요구를 했는데, 지역에 대한 공감과 이해는 외부인인 저희가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지역 청년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해당 시에서는 아직 결과물이 없는 청년들에게 전적으로 일을 맡기긴 어려웠죠. 그래서 저희가 지역 청년들을 고용하고, 시에는 노출하지 않은 채 박람회를 준비했어요. 박람회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 고백했습니다. 사실 저희 역할은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정도였고, 실질적인 일은 지역 청년들이 주체적으로 했다고요. 대외 평가도 좋아서 다음 해부터는 지역 청년들이 직접 해당 시와 계약해 이 박람회를 진행 할 수 있게 됐죠. 이렇게 청년들이 지역과 교류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함께 성장할 때 그 도시의 주체가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공생 모델을 만드는 것이 저희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로컬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
김종익 만리재공원 근처에는 1927년에 문을 연 이발소가 있습니다. 바로 ‘성우이용원’입니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이 이발소는 2013년에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문화적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것, 편리한 것만 찾는 시대에 오래된 것의 가치를 깨닫기는 어렵습니다. 이렇게 잊혀가는 공간의 가치를 깨우고 재발견하는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반플레이는 사라진 방앗간을 추억하기 위해 연남동에 ‘연남방앗간’이라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홍주석 대표님, 로컬 콘텐츠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홍주석 자본 논리 때문에 동네가 계속 변해가죠. 오래된 이발관도, 일요일마다 가던 목욕탕도 사라지고 있어요. 젠트리피케이션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 없고, 이런 현상을 막을 수도 없어요.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결론은 사라져가는 콘텐츠를 아카이빙하고 알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공간마다 고유 콘텐츠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잖아요. 젠트리피케이션은 우리가 콘텐츠 가치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만들어낸 사람이 누릴 이익이 건물주에게 가는 현상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연남방앗간을 만들었죠. 연남방앗간은 방앗간이지만, 전통적인 방앗간은 아니에요. 방앗간에 카페가 더해진 모습이죠. 참깨라테 같은 메뉴를 팔고, 장인이 만든 참기름도 살 수 있어요. 카페 기반의 문화 경험 공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어반플레이의 슬로건이 ‘도시에도 OS가 필요하다’예요. 로컬 콘텐츠를 개발해 마을마다 브랜딩을 하고 싶어요. 예를 들어 경리단길이 뜬다고 가서 밥만 먹고 오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만드는 거죠. 이렇게 사라져가는 공간을 재해석한 공간이 많아지고 지속적으로 도시 문화에 대한 콘텐츠를 생산한다면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적 토양이 만들어질 테고, 그러면 이익이 건물주가 아니라 그 가치를 만든 사람에게 돌아가리라 믿습니다.
김종익 네이버 ‘우리동네’를 기획하고 진행한 이은영 네이버 리더님에게 동네 콘텐츠와 비즈니스의 연결점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이은영 창작자와 소상공인이 만든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그래서 2년 전부터 ‘우리동네’라는 지역 카테고리를 준비했고, 현재 베타서비스를 마쳐 정식 오픈했습니다. 목표는 창작자와 소상공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는 플랫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을 직접 방문해 지역 소상공인, 창작자, 공공 기관 담당자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이 서비스를 사업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실제로 공방을 운영하면서 블로그 노출이 안 돼 고민하던 소상공인들은 ‘우리동네’가 희망이 되었다고 전했고, 시민들은 ‘우리동네’ 서비스를 통해 동네의 속살을 보게 되었다고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저희는 앞으로도 ‘우리동네’ 플랫폼을 통해 의미 있는 콘텐츠를 개발·유통하고, 함께 발전하고 상생하는 의미 있는 모델을 만들 계획입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도시
김종익 살기 좋은 동네라고 하면 우리는 어떤 도시를 꿈꾸죠? 일반적으로 학군이 좋고, 가까운 거리에 마트가있고, 교통이 편리한 그런 도시일 겁니다. 하지만 이게 가치있는 도시일까요? 이상욱 어반하이브리드 대표님께 의견을 여쭙겠습니다.
이상욱 저희 회사가 지향하는 도시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해요. 첫째, 지역 내에서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확보하는 것. 둘째, 필요한 서비스를 지역 내에서 제공받을 것. 지금껏 부동산 개발 방식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발전했다면, 이제는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삶의 질에 대한 고민을 하죠. 저희는 건물 공실을 최소화하고, 비용을 낮춰 주민들이 안정적인 기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공공 기관이 가지고 있는 유휴 자산을 위탁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어떻게 확보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역 내에서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를 연구합니다. 유휴 공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정 수익을 돌려주면서 실수요자들의 비용 부담이 낮은 구조를 찾아야 안정적인 기반 확보가 가능할 테니까요. 실수요자들의 비용 부담이 낮아져 주거 기반 동네가 되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발생하죠. 아까 얘기하신 방앗간이나 미용실 같은 곳들요. 그런 서비스 시설까지 복합적으로 개발해야 하죠. 물론 그게 꼭 대형 개발일 필요는 없고요.
김종익 남양주에 국내 최초로 협동조합형 공공 지원 민간 임대주택이 지어질 예정입니다. 이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양동수 더함3 대표님, 주거 형태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요?
양동수 저희는 건설사가 리스크를 지고 이익을 얻는 구조보다 입주를 원하는 사람들이 협동 조합을 꾸리고 출자도 해 공급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면 아파트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를 국토교통부에 제안했고, 다행히 받아들여져 2018년 3월 남양주시 별내동에 ‘위스테이’4라는 브랜드로 착공할 예정이에요(대담 이후 위스테이 사업은 3월 17일에 착공식을 마쳤고, 순조롭게 진행중이다). 라이프 스타일 관점에서 보면 실험을 하는 거죠. 육아 문제는 기본이고 식사, 취미를 함께 함으로써 인간 소외 등 사회적 문제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주거 기반형 커뮤니티가 늘어나는 것이야말로 집이 재산 증식의 방편이 아니라 안정적인 보금자리로 바뀌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김종익 마을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는 다른 곳이 있습니다. 공동체를 활성화해 유익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활동 중인 우영승 빌드5 대표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우영승 시흥시 월곶동이라고 있어요. 포구 기능도 상실하고, 상권도 몰락한 동네죠. 저희는 이 지역에서 지역 주민과 자원을 연계해 함께 발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우선 육아 가구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해 아이와 아이 엄마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어요. 레스토랑 ‘바오스앤밥스’, 꽃집 겸 카페 ‘월곶동책한송이’에 이어 시민 자산화 사업으로 키즈 카페 ‘바이아이’도 계획 중이죠. 시설은 수유 공간과 아이들 놀이터가 있는 예스 키즈 존이 있고, 공간과 별개로 엄마들을 위한 ‘월곶맘 프로젝트’도 진행해요. 육아에 지친 엄마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플라워 수업도 진행하고, 지친 심신에 위로가 될 만한 강연도 했어요. 누군가 차려준 식사가 오랜만이었던 엄마들은 감동했고,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이런 프로젝트 덕분에 엄마들이 저희 공간에 애정을 갖고 찾아주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로 지역 주민들과 새로운 지역 문화를 만들어갈 계획이에요.
투자자가 꿈꾸는 도시재생
김종익 지금까지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문화를 기획하거나 도시를 설계하는 분들의 말씀이었습니다. 이제 투자자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샘터 사옥을 인수해 변화를 꿈꾸는 배수현 공공그라운드6 대표님입니다.
배수현 말씀하신 대로 저희는 작년에 샘터 건물을 매입했습니다. ‘공공일호’라고 명명하고, 지난주에 오픈했어요. 공공일호에서는 교육과 미디어를 테마로 벤처 기부 펀드 ‘씨프로그램’이 교육 관련 도서관과 대안 학교 ‘거꾸로캠퍼스’를 운영하고 있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메디아티’가 미디어 분야의 젊은 인재 발굴에 집중하고 있죠. 앞으로는 공간을 대여해 사회적 기업에 임대하는 것 외에도 소유 구조를 다변화해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채권을 발행하는 거죠. 수익도 기대하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싶은 분들이 저희 같은 회사에 투자하는 구조를 구상 중이에요. 실제로 외국에도 이런 사례가 있어요. 영국 에시컬 프로퍼티 컴퍼니(Ethical Property Company)라는 곳은 사회적 기업을 위한 임대 부동산을 개발하고 해당 수익률을 배당 형태로 주주들에게 나눠주고 있어요. 공동체를 만들거나 도시재생에 투자한다기보다는 내가 참여해 소유 구조로 가져간다는 목적 아래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그 외에 브리지스 펀드에서 운용하는 임팩트 부동산 투자 펀드도 있어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거죠. 일례로 EMI 레코드 공장을 개조해 주거 공간으로 변화시켰어요. 실제 수익률도 11~56% 정도로 높아요. 이젠 사회적 부동산 투자 모델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 역할을 저희가 해보려고 해요.
김종익 이제 마지막으로 한 분 더 말씀을 들어보려고 합니다. 김정태 미스크7(MYSC) 대표님은 어떤 도시재생에 투자하고 싶으신가요?
김정태 일반 스타트업은 시장 크기와 성장 가능성을 보겠지만, 저희는 성장보다 지속가능성에 투자합니다. 사실 저희 회사는 도시재생과는 큰 관련이 없었어요. 최근 도시재생 뉴딜이 개발보다는 소프트웨어 쪽으로 가다 보니 사회혁신과 도시재생을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요청이 늘었어요. 올해는 한국디자인진흥원 등과 구성해 인천시 부평구, 전북 익산시와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올해 이 두 지역에서 12개 팀을 선발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서 지난해 부천시에서 프로토타이핑을 진행했어요. 지역재생이라는 이유로 많은 소상공인의 상점이 철거돼요. 그중에는 30~40년 된 단골 고객이 있어서 잘되는 곳도 많죠. 그런데 가게를 운영하다가 연로해지고, 자식도 가업을 거부하면 대부분 그만둡니다. 저희는 그런 분들과 관계를 잘 맺어서 소상공인을 개인 사업자가 아닌 법인화하는 작업을 진행했어요. 법인화하면 그분들은 공동 설립자로 연금처럼 계속 배당을 받게 되죠. 이때 소상공인이 가진 기술이나 단골을 청년이 인계받는다는 조건이 있었어요. 이런 로컬 벤처링(Local Venturing) 모델로 투자를 해봤어요. 이렇게 오래 살아남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모델을 찾아 투자하고자 합니다.
도시재생에 대한 포부
김종익 1,000세대 마을 공동체가 생기고, 그 안에 라이프 스타일을 담고, 그 이야기가 또 새로운 콘텐츠가 됩니다. 모두 도시 재생을 위해 애쓴 청년들 덕분입니다. 마지막으로 포부를 여쭙겠습니다.
이상욱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 오늘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감사했어요. 저희가 하고 있는 일들은 결국 저희끼린 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파트너십이 있어야 새로운 개발 주체를 만들고 펀딩과 소스를 만들 수 있습니다. 올해에는 창신동에서 패션 디자이너들을 위한 공간을 계속 개발하고, 역삼동에서 청년 직장인들을 위한 주택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계속 노력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홍주석 지역마다 많은 청년과 스타트업 회사가 있어요. 저희는 오늘 그들의 대변인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외에 다양하고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고 계신 분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함께 사는 도시, 만들고 싶은 동네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앞으로 좀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종익 전국에는 도시재생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소셜 이노베이터가 있습니다. 사실 오늘도 더 준비된 분들이 계신데 아쉽네요.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