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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UNITY

SIT에서만난사람들
에코팜므

2019.11.05

SIT에서만난사람들 에코팜므 스토리 대표이미지

이주여성이
예술
스스로 치유 할 수
있을까?

에코팜므는 예술 교육을 통해 난민을 비롯한 이주여성의 문화적 재능을 발굴한다. 프랑스어로 생태를 뜻하는 ‘에콜로지(écologie)’, 경제를 뜻하는 ‘에코노미(économie)’와 여성을 뜻하는 ‘팜므(femme)’가 합쳐서 ‘에코팜므 (EcoFemme)’가 탄생했다. 생태적 방법으로 난민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꾀하는 문화공동체다.

에코팜므 ecofemme.or.kr

 

 

 

예술로 이끄는 치유, 성장, 자립

프랑스어를 전공한 박진숙 이사는 2007년 인권 변호사인 남편의 제안으로 난민 지원 단체 ‘피난처’에서 콩고 난민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다. 쉽지 않은 정착 생활을 거친 난민들은 상처를 많이 받았고, 자존감이 낮아져 있었다. 그들의 자존감을 회복시키기 위해 고민하던 차에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이주민 연례 회의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인도, 아프리카 등 다양한 곳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리더로서 자신감 넘치는 발표를 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고, 행사장에 걸려 있는 난민 여성들의 그림을 보고 자존감 회복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녀는 한국에 돌아와 난민 여성들에게 그림을 그리자고 제안했다. “먹고사는 것도 힘든 난민들이 무슨 예술을 하냐고 하나같이 회의적이었죠. 예술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지만,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 수는 있더라고요.” 난민 여성들의 얼굴은 놀이식 예술 치료를 통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에코팜므에는 치유와 성장, 자립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치유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고, 성장하지 않으면 자립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당장 일감부터 주는 자립은 오래가지 못한다. “치유를 통해 성장하게 되면 직업이 무엇이든 상관없어요. 세상을 살아나갈 힘이 생기거든요.”

 

'그림을 통해 세상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강의 중인 미야 에코팜므 대표 이미지

그림을 통해 세상과 이야기하다’라는 주제로 강의 중인 미야 에코팜므 대표

 

 

 

함께 걷는 걸음, ‘작게, 오래, 재밌게’

2019년, 에코팜므에는 변화가 있었다. 박진숙 이사는 2007년 한글반 교사와 학생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미야에게 대표 자리를 건넸다. 그녀는 애초에 10년만 대표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조직일수록 직위 체계가 단순하고, 팀원들이 리더십을 키울 기회가 없어요. 경력이 쌓이고 성장하는 만큼 책임도 커져야 오래 일할 수 있어요.” 더불어 난민이 직접 리더로 나서 다른 난민을 위해 일하기를 바랐다. 책임감과 인내심, 명석함을 갖춘 미야는 리더가 되기에 충분했다. “미야는 저를 가리켜 ‘그녀는 언제나 곁에 있다(She’s always there)’고 말했어요. 곱씹을수록 그 말이 참 고맙더라고요.” 그들은 봉사자와 수혜자가 아니라 친구였다. 에코팜므의 모토는 ‘작게, 오래, 재밌게’다. NGO로서 사회적 가치만 강조하면 누구라도 지칠 수 밖에 없다. “설립 후 3~4년쯤 됐을 때 이 작은 조직에도 슬럼프가 왔어요. 고민 끝에 주3일 근무로 재택 근무를 장려하고, 1년에 한 달은 유급 휴가를 주고 있어요. 최소한의 체계는 갖추되 서로 배려하며 자유롭게 근무하는거죠. 외부 프로젝트는 1년에 한 개만 합니다.” 에코팜므에 재정적 도움을 주는 70%는 개인 후원자다. 또 난민 여성들의 그림으로 만든 상품을 예쁘다며 구입하는 소비자들도 큰 힘이다. 에코 팜므는 여러 마음들이 모여 유기적으로 굴러가고 있다.

 

그림으로 치유하는 모자이크 아트 스쿨 프로그램 이미지

그림으로 치유하는 모자이크 아트 스쿨 프로그램

 

 

다문화는 피부색이 아닌 모든 문화의 차이

박진숙 이사는 다문화라는 단어가 오염되어 있다고 말한다. 피부색이 아닌 나이, 성별, 지역 모두 다문화의 요소이므로 모든 문화의 차이로 시각이 넓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사회 전반에 혐오에 가까운 부정적인 에너지가 흐르는 것에 대해 “모르면서 싫어하는 것은 모두에게 손해”라고 강조한다. “사람들은 ‘난민’이라는 집단의 이미지만 떠올려요. 우선 난민을 사람으로 보세요. 한때는 요리사였고, 선생님이었고, 작가였고, 기자였는데, 모든걸 잃고 보호받기 위해 온 사람들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견디면 더 나아가 한국과 국제 사회에 기여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요. 아인슈타인, 김대중 대통령부터 예수님까지 모두 난민이었죠.” 더불어 긍정 에너지를 가진 그녀는 “그래도 이제는 난민이 있다는 걸 다 알게 됐다”고 덧붙인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크게 소리를 높이지는 않지만, 후원자나 봉사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에요. 이해하려고 하려면 이해 못 할 일은 없습니다.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이 문제죠.” 박진숙 이사의 꿈은 각 지역마다 이주민이 수장이 되는 아트센터를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만남과 교육의 장에서 이들을 만나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