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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사)글로벌청소년센터 김수영 대표

2021.06.03

발표자 이야기 (사)글로벌청소년센터 김수영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중도입국청소년자립다문화

어떤 아이도 탈락하지 않는 교육 안전망 만들기

김수영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이주배경청소년 지원 사업을 이끌며 중도입국청소년 문제에 집중하게 되었다. 최근 현장 활동가들과 힘을 합쳐 사단법인 글로벌청소년센터를 설립했으며 입국 초기 적응부터 학습 지원, 진로 설계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이주배경청소년의 한국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불현듯 찾아온 중도입국청소년의 존재

“남들 다하는 업무가 아니라 나를 원하는 곳에서 일해보자는 ‘똘끼’로 20년간 비주류 복지 현장에서만 일해온 ‘맨땅의 헤딩형’ 사회복지사 김수영입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똘끼’와 ‘맨땅의 헤딩형’이라는 키워드로 자신을 소개하는 걸까. “보통 ‘다문화청소년’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죠. 저도 처음에는 이주배경청소년에는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이주한 결혼이주여성의 자녀만 있는 줄 알았어요.”

사회복지 현장에서 이주민을 대상으로 복지사업을 하던 김수영 대표는 우연히 이주 여성들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이들은 본국에서 데리고 온 아이들의 교육과 적응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순간 한국에서 나고 자란 다문화청소년과는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중도입국청소년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김수영 대표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는 이주를 경험한 청소년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주는 단순히 사는 곳과 언어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변하는 사건이다.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부모를 따라 한국살이를 시작하는 중도입국청소년이 한국 사회에 수월하게 적응하기에는 사회 제도적 지원도 미약한 상황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김수영 대표는 지난 2015년, 사회복지사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중도입국청소년 지원에 뛰어들었다. 작은 노력이 중도입국청소년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활동을 이어나가던 중 더 많은 중도입국청소년을 찾고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21년 2월, 현장 활동가들과 힘을 합쳐 비영리 민간단체인 사단법인 글로벌청소년센터(이하 글로벌 청소년센터)를 설립했다.   

 

(사)글로벌청소년센터 창립총회 사진. 일시 2021년2월17일 수요일 오전 10시. 장소 유니프로덕션

지난 2월 열린 (사)글로벌청소년센터 창립총회

 

 

중도입국청소년의 30%는 학교 밖에

중도입국청소년의 약 30%는 ‘학교 밖 청소년’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학교에 다니지 않는 숫자는 증가한다. 한 연구에 의하면 중학생 연령 중 39.5%, 고등학생 연령에서는 63.3%의 중도입국청소년이 학교 밖에 있다고 추정한다. "우리 아이들은 왜 학교 밖 청소년이 될까요? 학교 밖 청소년이라고 하면 심각한 문제 때문에 학교에서 이탈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되곤 합니다.

김수영 대표, (사)글로벌청소년센터

 

 

 

글로벌청소년센터에 중도입국청소년이 찾아오면 한국어 교육과 더불어 학교 진학을 위한 서류 확인부터 시작하는 이유다. 한국에서 태어나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청소년은 주민센터에서 보내오는 취학통지서를 교부하면 쉽게 초등학교, 중학교 의무교육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지만 중도입국청소년은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다. 이전 학력을 증빙하기 위해 성적증명, 졸업증명서를 번역 공증 후 영사관 인증을 받아 제출해야 하고 이것을 준비하는 데만도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학교에 가는 방법을 몰라 4년 동안이나 집에만 있었던 아이도 있었다.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 진학은 더 힘들다. 입학을 받아들이는 것은 학교의 재량이기에 입학을 거부당하면 다른 방법이 없다. 중도입국청소년이 학교 밖 청소년이 되는 경로다.

 

 

 

꿈, 희망, 미래를 설계하는 글로벌청소년센터

공교육 체계 안에서는 학생들이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자유학기제를 운영하고 다양한 기관과 단체를 통해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그러나 학교 밖에 있는 아이들은 이러한 기회에 닿지 못한다. 글로벌청소년센터에서는 다양한 기회를 지원하는 조력자가 되어 중도입국청소년들이 미래를 준비해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에서 온 18살 아이가 있었어요. 학생들과 마찰이 있고 선생님 말도 잘 안 듣는 아이였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하더니, 검정고시를 준비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 과정에서 자신과 비슷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다면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도 가지게 되었죠.”

 

중도입국청소년과 한국 청소년이 교류하는 ‘또래친구 만들기’ 활동 모습

 중도입국청소년과 한국 청소년이 교류하는 ‘또래친구 만들기’ 활동 모습

 

 

목표가 생긴 중도입국청소년들이 한국어 실력 향상을 위한 학습부터 학력 인정에 필요한 검정고시 합격, 안정적인 체류를 위한 비자 문제 해결까지 산재한 어려움을 통과해나가는 모습을 본 김수영 대표는 진로 목표 설정과 달성을 돕는 조력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래서 글로벌청소년센터에서는 검정고시 서류와 시험 준비를 지원한다. 아이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한국어 실력 향상을 위해 한글 자모를 배우는 입문 단계부터 발표와 토론으로 이뤄지는 고급 반까지 총 7단계의 수준별 한국어 교육도 제공한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중도입국청소년에게는 자기소개서 쓰기와 면접을 위한 말하기 연습 등도 지원한다.

 

 

꿈, 희망, 미래로 가득 차야 할 청소년기에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기회들이
중도입국청소년들에게도 주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함께 만들어가야 할 중도입국청소년의 자리

하지만 많은 경우, 진로 목표가 확실치 않은 학교 밖 중도입국청소년들은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취업이나 체류자격 개선을 위한 기술자격증 취득 등 눈앞의 단기적인 목표에 몰두하다가 방향을 잃고 방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김수영 대표는 진로교육을 위한 전문적인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진로, 진학의 문제에서 정보력은 중요하다. 이미 한국 사회에 포화된 진로교육 자원을 중도입국청소년도 제대로 활용 할 수 있도록 김수영 대표는 '정보와 시설 접근성 개선'을 과제로 꼽는다. 각 시 도에 자리한 진로진학정보센터와 진로직업체험센터 등을 학교 밖 청소년들도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들이 진로와 진학에 필요한 정보를 찾는 플랫폼 ‘커리어넷’ 역시 중도입국청소년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기를 소망한다. 마지막으로 공교육 과정뿐 아니라 기술학교, 특성화학교 등 진로 특화 교육기관의 문턱이 낮아지면 중도입국청소년이 학교 밖에서도 한계에 부딪히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 시설에서 중도입국청소년의 입학 조건을 완화해주면 좋겠고, 교육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어려운 한국어 전문 용어를 다국어로 설명해주는 맞춤형 진로 서비스가 제공되면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늘어날 수 있을 거예요.”

 

성년의 날에 성년이 된 중도입국청소년을 축하하는 모습 스승의 날에 감사를 전한 에트(파키스탄 출신, 사진 가운데)와 센터 선생님들

성년의 날과 스승의 날을 축하하는 모습

 

 

김수영 대표는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아직까지도 중도입국청소년에 대한 인식도 많이 부족하고, 지역사회 내 지원도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중도입국청소년의 성장과 자립이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활동가들의 연계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현장에서 활동해온 분들은 다들 느끼실 거예요. 같은 이야기를 몇 년째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아직도 변화되지 않은 현실이 답답하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하지만 10년 전, 5년 전에 비하면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현실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요.”

이주배경과 무관하게 중도입국청소년이 기본적인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리는 김수영 대표의 최종적인 목표는 ‘연결형 활동가’이다. 정보와 자원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곳에 닿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작은 능력으로 다른 이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을 거예요. 도움이 되는 정보를 잘 취합해서 연결해주는 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소수의 전문가만이 가지고 있는 정보나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고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연결하는 활동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