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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

2019.09.04

발표자 이야기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청각장애인에게
택시 운전기사의 꿈을
찾아준 고요한택시

‘고요한택시’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론칭한 사회적 기업 코액터스 송민표 대표는 택시 운전기사라는 직업을 통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기회는 적고 수입은 낮은 청각장애인 취업

“안녕하십니까? 저는 청각장애인이 운행하는 친절한 고요한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 입니다.” 스물여섯, 친구들은 취업 준비로 한창 바쁠 때 송민표 대표는 타인의 취업을 돕는 길을 선택했다. 시작은 대학 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참여한 인액터스(Enactus)였다. 인액터스는 ‘Entrepreneurial.Action.Us’의 준말로, 기업가 정신을 실천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전 세계 36개국, 국내 30개 대학이 참여하는 비영리 대학생 비즈니스 단체다. 대학생이던 송민표 대표와 동료들은 인액터스를 통해 ‘어떤 사회문제들이 주변에 있고,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장애인 취업 문제를 주목하게 되었다. “다른 장애인들도 취업률이 낮지만, 특히 청각장애인 취업률이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낮았어요. 약 37.1%라는 통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67%가 단순노무직에 종사하고, 약 73%가 월평균 100만원 이하의 수입을 가지고 있더군요.” 청각장애인 의사소통을 돕는 기술은 발전해왔지만, 일자리에 대해 고민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사회문제 해결과 동시에 청각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일자리를 찾던 중 운수업에 대한 니즈가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택시 운전기사라는 직업을 주목하게 되었다. 청각장애인들이 비교적 간단한 의사소통만으로 업무 수행이 가능하고, 수입이 일정하지 못한 단순노무직보다는 안정적이면서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생각이 들었다.

 

 

택시 안에 설치한 태블릿 2대로 의사소통하는 고요한택시 이미지

 

 

소리 대신 태블릿으로 소통하는 택시

송민표 대표는 2017년 8월 ‘고요한택시’ 팀을 결성해 프로젝트로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4월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기술’이라는 모토로 ‘코액터스(Coactus)’를 창업했다. 현재 구성원 4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이 중 3명이 창업 당시부터 같이일해온 동료들이다. “서울과 면적이 비슷한 싱가포르에만 우버 드라이버로 등록한 청각장애인 수가 300명 정도 됩니다. 물론 우버의 경우 앱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차량 안에서 필요한 대화는 거의 필담으로 이뤄진다고 하더군요. 주로 길에서 택시를 잡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그에 맞는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고요한택시는 택시 안에서 목적지를 소통해야 하는 국내 상황에 맞춰 청각장애인 운전기사와 승객 간 의사소통을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이다. “택시 안에 태블릿 PC 2대를 설치해 목적지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승객이 탑승하면 뒤쪽 태블릿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 거죠. 앞쪽 태블릿은 기사님이 승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승객이 요청한 목적지를 태블릿으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고요한택시 애플리케이션은 현재 네 가지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예를 들면 “시청역으로 가주세요”라는 말을 음성인식을 통해 운전기사에게 전달하는 방법, 직접 손으로 쓰는 방법, 그리고 키보드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SKT와 업무 협약을 맺으면서 T맵을 탑재해 지도에 원하는 목적지를 찍어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운전기사는 직접 태블릿에 손으로 쓰거나 ‘알겠습니다’, ‘요금은 얼마입니다’, ‘감사합니다’와 같이 자주 사용하는 문구를 미리 저장해 필요할 때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요한택시를 소개하는 영상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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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통계를 봐도 비장애인과 청각장애인
드라이버의 안전성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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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장벽을 딛고 찾은 새로운 솔루션

청각장애인이 운전하는 차량이 실제로 안전할까.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가 고요한 택시를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국내에선 1998년쯤 1종 운전면허가 청각장애인에게 처음으로 허용되었어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8년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모수의 차이는 있지만 장애인 운전자 사고율은 0.012%에 불과해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코액터스는 안전을 염려하는 이들을 위해 기술적 솔루션을 보강할 계획이다. 운전 중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나 경적 소리 등을 진동 또는 빛으로 전환해 청각장애인 운전기사가 운전 중 깜박이는 빛으로 인식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현재 고요한택시의 최우선 목표는 운전기사 수를 늘리는 것이다. 올 상반기 목표는 연내에 100명까지 인원을 늘리는 것이었지만, 현실적 문제에 부딪혔다. 걸림돌은 바로 택시 운전면허 취득이었다. “현재 택시 운전기사를 희망하는 청각장애인 지원자분들만 40여 명이 계세요. 그런데 이분들이 택시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반 운전면허 시험의 경우 비장애인은 필기시험을보고 청각장애인은 수어로 시험을 보게 되는데요, 택시 운전면허 시험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시험이 없다 보니 모두 필기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택시 운전기사를 희망하는 청각장애인들은 40~50대가 많은데, 수어 체계가 익숙한 이들에게 일반인과 동일한 조건으로 필기시험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일곱 번이나 시험에 도전한 끝에 붙은 이도 있고, 시험을 볼때마다 코액터스 직원들이 직접 예상 문제를 뽑아 ‘족보’를 챙겨주며 돕기도 했다. “최근에는 장애인고용공단, 서울맞춤훈련센터와 함께 보다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고 있어요. 청각장애인 택시 운전기사 지원자 분들을 위한 맞춤 훈련 프로그램을 만드는거죠. 8월부터 진행되는 이 과정에 큰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견고한 협업으로 쌓아 올린 결과물

고요한택시의 성과에는 많은 기관과 기업의 도움이 있었다. “대학생으로 출발한 만큼 우리가 가지고 있던 네트워크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어요. 적극적으로 다른 기관들과 함께하고자 노력했고, 그 덕분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내부적으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동안 기사분들을 모집하고, 양성하고, 운행하는 데에는 협력 파트너들이 함께해주셨죠.”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와 기존에 협회와 센터에서 진행하던 ‘장애인 택시운전기사 양성 사업’을 청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또 지자체와 여러 단체, 대기업과 협업을 통해 금전적 지원, 콜택시 앱 기능 개발, 지자체 홍보, 수화 통역 지원 등을 제공받을 수 있었다. “기사님들이 콜택시 앱으로 배차를 받을 때, 기존에는 승객이 택시에 붙은 스티커를 보거나 차량에 탑승해서야 청각장애인이 운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당황해서 배차 취소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SK텔레콤 T맵 택시와 함께하며 배차 승객들에게 고요한택시임을 미리 알려주는 기능을 마련해 승객들이 탑승 전에 문자로 기사님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죠.”

 

 

남양주 지역에서 고요한택시를 운행하는 김진태 운전기사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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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는 운전기사 분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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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찾아온 긍정적 변화

현재 고요한택시는 13명의 청각장애인 운전기사와 함께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남양주, 경북 경주 등 활동 지역도 다양하다. 고요한택시를 직접 경험한 승객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아이와 탑승했던 승객분이 소셜 미디어에 남기신 후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고요한택시를 이용하면서 아이에게 어떤 택시인지 설명을 하고, 아이가 느낀 점을 일기장에 적은 내용을 SNS에 올리셨더군요. 아이가 장애인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해 생각했다는 점이 가슴을 울렸습니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지면서 택시 회사로부터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이 먼저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사업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송민표 대표는 오히려 크고 작은 좌절을 겪다 보니 작은 성과에서도 희망을 본다고 답한다. “저희 기사님들 중 월평균 수입이 240만원 정도 되는 분이 다섯 분 계세요. 그런데 경력이 쌓이고 익숙해지면서 어느새 300만원 이상 버시는 분이 꽤 많아졌어요. 또 장애인분들의 경우 지인을 통해 취업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분들을 통해 점점 더 많은 청각장애인분이 모집되는 그런 작은 성과들이 저희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큰 동력이 됩니다.” 송민표 대표는 이날 발표를 마무리하며 청중에게 마지막 당부를 놓치지 않았다. “만약에 택시를 탑승했는데 우연히 고요한택시를 만나게 된다면 ‘기사님, 감사합니다(왼쪽 손등에 대고 오른쪽 손을 세워 두드리는 수어 동작으로)’라고 인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IT 현장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