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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RENCE

대담 : 새로운 도전에
날개를 다는 방법

2018.11.03

대담 : 새로운 도전에 날개를 다는 방법 스토리 대표이미지

청년 Social Innovator를
성장시키는 협력 방식

한 명의 소셜 이노베이터가 궤도에 오르기까지 과연 얼마나 많은 조력이 필요할까. 학교 안에서 시작된 작은 아이디어를 싹 틔워 든든한 비영리조직으로 성장시킨 청년 소셜 이노베이터 2명을 한자리에 모아 그들의 성장을 도운 협력과 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대담자

임희재 | 토킹포인츠 대표 이호영 | 십시일밥 설립자

◯ 진행자

신현상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 선 비영리 조직

신현상   반갑습니다. 임희재 토킹포인츠 대표님과 이호영 십시일밥 설립자님은 비영리 조직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계시죠. 하지만 전통적인 비영리 기업 운영 방식과는 확연히 다르기도 합니다. 두 분이 비영리를 선택한 이유와 직접 현장에서 느낀 장단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임희재   토킹포인츠가 비영리일 수밖에 없던 이유는 저소득층과 이민 가정이 서비스 대상인만큼 미션에 충실할수록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비영리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좀 더 미션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광고나 홍보에서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영리 기업이라면 벤처 펀딩 기회가 훨씬 많아지고, 성장 단계별로 펀딩을 받아 단계적으로 자금을 해결할 수 있죠. 그런데 비영리 조직은 그런 펀딩 구조가 없어 항상 펀드레이징 상태로 후원자를 구해야만 합니다. 더욱이 저희처럼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매번 후원자 대상 교육도 새롭게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고요.

이호영   제가 비영리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주식회사 십시일밥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철학적인 고민도 있었습니다. 자원봉사로 참여할 대학생들은 비영리 조직 안에서 더 큰 사명감을 느끼고, 공동의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참여를 제안했을 때 훨씬 더 오픈 마인드로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비영리 조직이라 해도 자체적인 수익 모델이 필요 없는 건 아닙니다. 십시일밥은 기부금도 받지만 최소한의 운영 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자발적인 수익 모델을 갖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호영 십시일반 대표, 임희재 토킹포인츠 대표가 이야기를 하는 모습

 

 

신현상   사실 대학 내에 이런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이 많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분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또 지원할지’에 대한 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이 다닌 스탠퍼드대학교와 한양대학교 모두 사회혁신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대학들인데요, 실제로 두 분은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임희재   스탠퍼드 MBA 과정에 재학하는 학생들의 경우 비영리 조직이나 정부 기관에서 인턴십을 하면 월급을 못 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급여를 스탠퍼드 사회혁신센터(Stanford Center for Social Innovation)가 대신 후원해주죠. 또 학생이 비영리 기업을 설립할 경우 지원하는 파이낸셜 펠로십도 있습니다. 저희가 실제로 토킹포인츠를 설립할 때도 제일 처음 받은 펀딩이 스탠퍼드에서 주는 펠로십이었죠. 이밖에 다른 학부 학생들도 함께 참여 할 수 있는 소셜이노베이션 앙트러프러너십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호영   한국의 경우 한양대학교 뿐만 아니라 모든 대학이 보이지 않는 공동체로 묶여 있죠. 그래서 제가 불특정 다수의 학교 사람들에게 우리 후배가 이렇게 힘들다고 얘기했을 때 아무도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현수막을 붙여도 불법인 줄 알면서 행정팀 직원분들이 제재하지 않았고, 처음 사업 계획서를 보고 도장을 찍어주신 교수님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런 도움을 받다 보니 오히려 이런 혜택을 원스톱으로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주는 기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 마침 한양대학교에 그런 역할을 하는 사회혁신센터가 만들어졌고, 제가 그곳에서 일하며 과거의 저처럼 활동가가 되려는 학생들을 돕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Social Innovator의 성장을 돕는 지원 방식

신현상   토킹포인츠의 경우 대학 외에도 다양한 기관들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았는데요, 재정적 지원(Financial Support)이나 기술적 지원(Technical Support)도 있고, 감성적 지원(Emotional Support)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 좀 더 설명해주신다면?

임희재   제가 처음 토킹포인츠를 시작할 때 받은 후원은 대부분 펠로십이었습니다. 펠로십은 기업에 주는 후원이 아니라 기업가에게 주는 후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처음 받은 에코잉 그린 펠로십의 경우 2년동안 8만 달러를 지원받는데,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인 소셜 이노베이터들의 커뮤니티 빌딩 모임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1년에 한 번, 단 4일간의 모임이지만 조직을 운영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나 고민이 비슷비슷해 빠른 속도로 친해질 수밖에 없죠. 이런 정서적인 지원을 탁월하게 해내는 기관들이 있습니다. 구글의 경우에는 임팩트 챌린지를 통해 선발한 사회적 기업을 구글 안에 있는 앰배서더(직원 자원봉사자)와 연결해주죠. 그에게 “우리는 이런 기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앰배서더가 구글 안에서 바로 필요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줍니다. 실제로 저희는 구글을 통해 개발하던 앱의 코드 리뷰도 받고, 구글 번역기를 비즈니스에서 활용하는 워크숍을 제공받는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신현상   말씀을 듣다 보니 좀 더 궁금해지네요. 커뮤니티를 통해 소셜 이노베이터들이 모인다면 3~4일간 실제로 어떤 프로그램들이 이뤄지나요.

임희재   보통 창업자 프로그램의 경우 회사 설립은 어떻게하고 모금은 어떻게 하는지 등을 알려준다고 생각하지만, 이 컨퍼런스는 좀 다릅니다. 에코잉 그린 펠로십은 ‘우리는 이 일을 왜 하는가? 10년, 20년 후 어떤 미래를 꿈꾸면서 일하고 있는가? 어떤 점이 가장 힘든가?’ 등에 대해 토론합니다. 즉 3~4일간의 동반자(Peer) 상담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거의 잠도 안자고 대화를 나눌만큼 고민을 털어 놓으며 뜻깊은 시간을 보내죠. 직접 모이는 건 1년에 한 번이지만, 사실 한 달에 한 번씩 저희끼리 모여 비디오 컨퍼런스를 할 때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 달 상담소인 셈이죠.(웃음)

 

 

'청년 Social Innovator를 성장시키는 협력 방식 새로운 도전에 날개를 다는 방법' 대담에서 경청자가 필기하는 모습

 

 

 

 

수익 모델과 사회적 가치 사이의 균형점

신현상   임희재 대표님께 현장에서 추가 질문이 있는데요, 예산의 20% 정도를 유료 수익 모델로 충원하는게 굉장히 놀랍다며 수익 모델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 드렸습니다.

임희재   만약 교사 혼자 토킹포인츠 앱을 다운로드해 사용한다면 얼마든지 무료로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전체나 교육청이 지역 내에 도입하려면 학생 수별로 이용료를 내야 하죠. 그런데 그 이용료가 마진은 거의 없고, 거의 실행비(Implementation Fee) 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는 전체 운영비의 20% 정도를 충당하는데, 솔직히 저희는 50% 정도까지만 되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내 정말 큰 비영리 조직인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1 역시 수익 모델을 갖고 있지만, 수익률이 40~60% 정도일 뿐입니다. 일단 수익률을 높인다는 목표를 세운만큼 최근엔 좀 더 다양한 수익 모델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기업구조를 바꿔 영리 기업과 비영리 조직을 따로 세운다면 영리 기업에서는 해외에 있는 국제학교와 같이 좀 더 경제력이 있는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판매하고, 그 수익을 비영리 조직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저희 제품이 무료다 보니 교육 분야가 아닌 곳에서도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히스패닉 농부가 많은 농장이나 빌딩 관리 회사 같은 곳도 저희 제품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이런 기업이나 대규모 농장 등에서 수익을 창출해 저희 타깃 마켓인 저소득층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합니다.

신현상   두 분 모두 수익 모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비영리 조직이지만 재정 자립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인 것 같습니다. 수익 모델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가치와의 충돌을 막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경험을 공유해주시기 바랍니다.

임희재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익을 추구하는 데는 명료한 한계가 있습니다. 늘 재정난을 겪을 수밖에 없죠. 제 업무 시간의 30~40%는 그 재정난을 충당하기 위해 뛰고 있는데, 만약 우리가 100% 수익모델로 자립할 수 있다면 전 ‘그 시간에 얼마나 더 임팩트를 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의 미션과 상관없는 국제 학교에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을 가져오면 재정난은 해소되지만, 미션이 약화될 (Dilute) 수도 있죠. 더불어 저희가 개발하는 제품의 정체성도 약화될 수 있고요. 제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는 것과 미션이 약화되는 것, 새로운 임팩트를 추구하기 위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두 벤다이어그램 사이에 어떤 해결책이 있겠죠. 아직은 못 찾았습니다. 비영리 조직에서 자립은 가장 이상적인 기준이라고 보시면 돼요. 현재 미국 내에서도 그런 조직은 딱 하나 있습니다. 도너스 추즈(Donors Choose)2라고 선생님들이 교실 안에서 학습 재료를 크라우드 펀딩하는 곳이죠. 미국 내 그 많은 비영리 조직 중 딱 한 곳이라는 사실만 봐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이호영   돌이켜보면 저는 비영리라는 사고의 틀에 갇혀 어떤 수익도 추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비영리 사업이라고 해도 수익을 가장 1순위로 추구하지 않을 뿐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최소한의 수익을 창출해야만 하는데, 조직원들의 반발이 두려웠던 거죠. 하지만 막상 1년에 한 번 열리는 총회에서 제가 20% 수익률에 대해 동의를 구하자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운영비의 필요성이 그만큼 절실했으니까요. 일단 그렇게 숨통이 트여 지금까지 운영이 가능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적정 수익률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거죠.

 

 

'청년 Social Innovator를 성장시키는 협력 방식 새로운 도전에 날개를 다는 방법' 대담에서 참여자들이 명함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

 

 

신현상   말씀을 들으니 비영리 조직이라 해도 조직이 가지고 있는 핵심 역량을 잘 활용해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호영 설립자님께 질문이 있는데요, 십시일밥에 몸담고 계실 때 핵심(Core) 팀을 만들어 운영했는데, 팀 운영 과정에서 생겨난 여러 가지 갈등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합니다.

이호영   처음엔 동아리를 시작하듯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였습니다. 가방에 매일 10개씩 사업 계획서를 프린트해 들고 다니며 교양 수업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팀플 하기 전 이 얘기부터 먼저 꺼내는 식으로 10명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실체 없는 사업에 10명을 모아 매주 회의를 했더니, 2~3개월쯤 지났을 때 친구들 눈빛에서 관심도 없어지고 ‘진짜 우리가 하는 거 맞나?’라는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이런 위기에서 제가 떠올린게 소셜 벤처 경연대회 였습니다. 1등을 하면 상금도 받고, 스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친구들 눈빛이 달라졌죠. 그렇게 또 4개월이 흘렀습니다. 4개월 동안 멘토링도 세 번 했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니 이때쯤엔 자연스럽게 팀워크가 강해져 있었습니다. 이미 대회는 중요하지 않았던 거죠. 결과적으로 1등을 해서 상금도 받았지만, 그보다는 팀워크를 얻은 게 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이호영 십시일반 대표, 임희재 토킹포인츠 대표가 이야기를 하는 사진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청사진

신현상   두 분 모두 젊은 나이에 비영리 조직을 운영하며 ‘만약에 내가 이 조직을 떠나면 누군가 이어서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호영 설립자님은 이미 그런 결정을 하고 십시일밥을 다음 운영진에게 넘긴 케이스이기도 하고요. 일종의 후계 과정에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호영   십시일밥의 경우 처음엔 조직이 39명 정도였지만, 참여 대학이 10개를 넘어서니 봉사자들만 200명이 넘었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조직 구조를 바꾸어 이사회를 두었습니다. 그러다 25개 대학을 넘어서니 이제 이사진 25명을 한자리에 모으는 일도 어려워지더군요.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그다음 단계인 독립을 선택했습니다. 중앙에서는 회계나 법적인 문제만 관리하고 각 현장에서 운영과 식권 전달까지 모두 자치적으로 운영하게 하자 그제야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정 과정에서 9개 대학교가 이탈했습니다. 이러한 구조 조정을 거쳐 비로소 운영할 만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서야 누군가 이 업무를 나 대신 맡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후임 대표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능력이 아니라 신념과 꿈이었습니다. 아무리 잘 구축된 시스템이 있다 해도 사건 · 사고는 늘 있게 마련이고, 새벽에라도 일어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재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선 꿈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죠. 능력보다는 이 분야에서 하고자 하는 것, 이루고자 하는게 있는 사람, 확실한 꿈과 비전이 있는 사람을 선택했습니다.

임희재   저는 토킹포인츠를 시작할 때 5년 정도 해보고 승계 계획(Succession Planning)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재도 지금으로부터 5년 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임라인이 계속 늦춰지는 거죠. 함께 에코잉 그린 펠로십을 한 친구들 또한 현재까지는 100% 모두 스스로 시작한 기관을 여전히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목표는 제가 자리를 비웠을 때 ‘운영이 되는지 보자’입니다. 그런 목표부터 시작해 천천히 승계를 준비한다는 계획이죠. 저희가 처음 창업을 할 때는 올라운더(All-rounder) 라고 불릴 만큼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을 써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문가를 기용하고, 이 사람이 나가도 누군가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오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게 향후 2~3년 동안 저희의 우선 과제인 셈이죠.

신현상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20년 후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어떠할지 두 분께 한번 여쭤보고 싶습니다.

임희재   저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데요, 모든 사람이 교육에 접근 가능한(Accessible)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이나 이민자 가정이나 저소득층이나 어디서 태어났든, 어떤 성별을 가지고 있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미래 말이죠. 계획은 없지만 꿈은 있는 셈이네요.

이호영   저는 싫증을 좀 빨리내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계속 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 변화는 반드시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대표든 대표가 아니든, 또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거기서도 열심히 계속 할 것 같습니다.

신현상   어떻게 보면 여기 참석하신 분들 모두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소셜 이노베이터로서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활동 중인 분들인데요, 마지막으로 같이 나누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임희재   일단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또 하나는 협력이 정말 중요하며, 그런 협력으로 가득한 생태계 (Ecosystem)를 어떻게 이끌어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생태계에 내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Contribute)할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게 도울지 고민하는 그런 상호 지원(Mutual Support)의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호영   제가 여기 계신분들에게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닌 것 같고요. 학생들이 저를 찾아올 때 하는 말로 의견을 대신 하겠습니다. 학생들이 제게 찾아와 ‘이 길로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하고 물어보면 저는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사회혁신에 대한 마인드셋이 되어 있는 것이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소셜 벤처를 만들어 매출 10억 원을 달성하고 1억 원 가치의 사회적 임팩트를 발생시킬 수도 있지만, 네가 대기업 구매팀에 갔는데 그 구매팀에서 중소기업에 많은 일을 주어 그 중소기업의 고용을 살리면 그 임팩트는 100억, 1,000억 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떤 게 자신에게 맞는지 생각해보라고 기회를 주는 거죠. 저는 일종의 동종교배라고 생각하는데, 소셜 이노베이터들이 자기들끼리만 계속 소통하는 것, 자기들만의 그룹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원이 되거나 고위 공무원이 되어 그 위치에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취약 계층을 위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을 때, 그때 비로소 사회가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그들 모두가 소셜 이노베이터가 되는 셈이죠.

신현상   두 분 모두 명쾌한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지난 2월 아쇼카 익스체인지 컨퍼런스에 갔었는데, 그때 기조연설을 한 분이 말씀하신 게 기억에 남더군요. “4~5년 전만 해도 우리가 사회혁신을 얘기하면 소셜 벤처를 만들고 창업하는 것을 교육 목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아니라 정치든 언론이든 경제든 문화든 굉장히 다양한 사회 분야에서 이런 사회혁신의 사고방식을 길러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협력해서 이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것, 또 그들이 다시 사회에 나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회 혁신의 중심이 될 것이다”라고요. 우리 모두가 이런 변화를 같이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호영 십시일반 대표, 임희재 토킹포인츠 대표,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이야기를 하는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