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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청년이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힘
202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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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힘
이유는 다르지만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는 점에서 동일한 자립준비청년과 고립·은둔청년. 이번 SIT는 두 대상을 지원하기 위해 당사자 기반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 유승규 안무서운회사 대표의 노력과 개선을 위한 발전적인 제안에 대해 들었다. 자립을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지지체계 마련 등 소프트웨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어서 폭넓은 논의와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된 대담 시간에는 자립준비청년과 고립·은둔청년을 지원하는 김아란 아름다운재단 국장, 김혜원 (사)PIE나다운청년들 이사장, 하원봉 SK뉴스쿨 팀장이 동석해 토의를 이어갔다.
• 청년의 고립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이유
송제훈(진행자) 이번 SIT를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주제는 ‘청년, 고립에서 자립으로 - 관계와 지지를 통한 함께 서기’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자립준비청년’과 보다 덜 알려졌지만 문제가 확산되고 있는 ‘고립·은둔청년’에 대해 알아보고 진정한 자립에 이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발표에서 들으셨다시피 두 그룹은 부르는 이름도, 처한 환경도 매우 다르지만 필요한 지원책엔 공통점이 매우 많은 것 같습니다.
대담 시간에는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고 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발표자 두 분, 관련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신 패널 세 분을 모시고 실용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청각장애인분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앱 ‘쉐어타이핑’으로 실시간 문자통역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자, 그럼 심플로우를 통해 남겨주신 첫 질문은 김성민 대표님께 답변 요청드립니다.
Q. 자립준비청년은 예전부터 있었을 텐데 왜 요즘들어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게 된 걸까요?
김성민 대표, 브라더스키퍼(이하 김성민) 분명 제가 보육원에 있을 때도 자립준비청년 선배들이 있었고 저도 퇴소하면서 자립준비청년이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생긴 것은 제가 브라더스키퍼를 창업한 때와 동일한 2018년 즈음이었습니다. 이때 생긴 변화는 대상을 정의하는 용어의 차이에 있습니다. 이전에는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불리다가 2018년부터 자립준비청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눈치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보호종료아동은 굉장히 어색한 단어입니다. 아동은 보호가 종료가 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때만 해도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보호종료아동와 관련한 사건, 사고에 대한 뉴스가 들리곤 했어요. 그때 사람들의 시각은, ‘국가에서 청소년기까지 잘 길러줬으면 됐지, 성인기까지 책임져야 돼?’ 였습니다.
사실 기성세대가 이제 막 사회에 나오던,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절엔 이런 생각이 일반적이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생애주기가 길어지면서 청년의 사회 첫 걸음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고, 준비하고 갖춰야 할 것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퇴소하면 알아서 사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자립할 때까지는 국가에서 부모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겁니다. 점차 청와대, 아름다운재단, 기아대책 등에서 자립준비청년 지원활동을 해주시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생기고 법과 제도의 변화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사진: 김성민 대표(좌), 유승규 대표(우)
송제훈(진행자) 잘 알겠습니다. 이어서 유승규 대표님께 질문드립니다. 발표 중 ‘히키코모리’가 일본의 큰 사회문제라고 하셨죠.
Q. 일본과 한국에서 고립·은둔청년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근 그 수가 많아지고 문제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승규 대표, 안무서운회사(이하 유승규) 흥미로운 통계를 하나 말씀드리면, 일본은 선진국 중에서는 홈리스의 비율이 가장 낮고, 반대로 히키코모리의 비율은 굉장히 높습니다. 여러 근거자료를 살펴봤을 때 한국, 일본처럼 어느 정도 경제 발전을 이룩한 유교문화권 국가에서는 성인이 되고도 가족과 함께 사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한 통계조차 없지만 일본이 히키코모리 비율 1위를 차지한다면 한국이 2위 정도 할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전과 달리 고립·은둔청년 문제가 가시화된 이유는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 내 고립·은둔청년이 있으면 부모님들이 겪는 고통은 말도 못합니다. 저도 은둔할 때 부모님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벗어나고 보니까 부모님도 부모 사회에서 고립이 되었더군요. 친척이나 이웃 사이에 자식이 은둔 중이라고 말을 못하는 게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분위기인 거죠. 그래서 사회 차원에서는 문제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문제가 없다고 착각했던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누적되어 왔고 최근에는 대안학교에서도 연락이 많이 옵니다. 예전엔 소위 에너지 있는 비행청소년의 비율이 높았는데 요새는 은둔하는 친구들이 많다고요. 문제를 문제라고 자각하지 못했기에 학교에서 이런 현상을 예방할 방법도 없고 조금씩 그 결과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 청년의 용기를 위해 필요한 '연립'
송제훈(진행자) 다음 질문들은 발표자분들이 제안해주신 방법에 대한 질문입니다. 먼저 김성민 대표님께 질문드립니다.
Q. 자립준비청년과 가족을 잇는 ‘사회적 가족’을 제안해주셨는데요.
이것이 제도화되면 실효성이 있을까요?
김성민 제 나이가 지금 38살인데요. 여전히 부모가 필요한 순간이 많습니다. 갓 사회에 나온 청년들이라면 그 필요성이 더 크겠죠. 다양한 사건과 사고에 휘말리지 않도록 조언해줄 어른이 필요하기에 한 가정과 청년을 매칭하는 사회적 가족이 필요합니다. 조언을 얻기도 하고 가정에서 받는 기대로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물론 입양이나 위탁가정이라는 제도가 있긴 합니다만, 실 거주를 함께 해야 해서 한국에선 신청률이 매우 낮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가족은 함께 살지 않아도 꾸준한 연락과 연결만이 필요하단 점에서 문턱이 낮죠. 실제로 브라더스키퍼에도 자립준비청년들을 소개해달라는 연락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먼저 민간에서 시도하고, 국가 차원에서 제도화하는 방향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송제훈(진행자) 이번에는 유승규 대표님께 드리는 질문입니다. 질문자분이 대표님을 ‘인싸’라고 지칭하셨네요 .
Q. ‘인싸’가 아닌 내향적인 사람도 은둔에서 회복될 수 있을까요?
개인의 특성별로 어떻게 다른 접근이 필요할까요?
유승규 저와 안무서운회사 구성원들이 방송이나 유튜브 영상에 출연하면 항상 이런 댓글이 달려요. ‘쟤네가 무슨 히키코모리야?’라고요. 하지만 이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는 많이 회복했으니까 그나마 출연할 수 있는 겁니다. 당사자들은 각각 특성이 다르고, 훨씬 많은 숫자가 은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정형편이 좋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예요. 중산층 이상의 흔히 말하는 전문직 종사자인 부모님들이 방문상담을 와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오히려 이 경우엔 더 고립되기도 해요. 국가의 지원이라고 하면 소득분위로 대상자를 판별하는 게 익숙한데요. 저도 아버지의 소득이 높게 잡히니까 ‘이런 지원이 나한테 해당될 리가 없지’ 하고 무시하곤 했어요. 아버지랑 안 친해서 지원받지도 못하면서요. 은둔의 문제는 소득과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단 거죠. 발표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방의 수만큼 은둔 이유는 다양합니다.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든, 가정 소득이 얼마이든 은둔이 발생할 수 있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타인의 이해, 공감, 소통과 지지는 고립·은둔 청년의 회복에 있어 공통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송제훈(진행자) 유승규 대표님께 하나 더 질문하죠.
Q. 은둔을 극복했다는 기준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극복한 청년은 안무서운회사를 ‘졸업’하게 되는 건가요?
유승규 청년이 졸업했다고 안무서운회사가 무서운 회사가 되면 안 되겠죠?(웃음) 자립을 했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저는 스스로 관계망을 넓힐 수 있으면 자립이라는 것에 가까워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전의 환경으로 돌아갔을 때 상태가 초기화된다면 자립을 했다고 볼 수 없겠죠.
국내에 안무서운회사 말고도 고립·은둔청년의 공동생활을 위해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기관이 한 군데 더 있어요. 그런데 이 두 곳밖에 없으니까 대기자가 감당되지 않는 수준이거든요. 언젠가는 졸업도 해야 하는데 한번 들어오면 잘 안 나가게 됩니다. 단순히 편하고 좋으니까요. 그래서 가능한 방법으로 근처에 자취방 하나 얻어서 모여 살고 저녁이라도 먹으러 오라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유지하기 쉬운 형태는 아닌 거죠. 그래서 저는 관계망이 취약한 청년들만의 코리빙(co-living) 하우스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생겨난 코리빙 하우스는 입주 비용이 그렇게 비싸지도 않은데 소위 힙한 청년들만 살더라고요. 정보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은 그런 곳에 살아보는 경험도 하지 못합니다. 안무서운회사를 졸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지 않아요. 김성민 대표님께서 가족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100% 극복한다는 개념보다 지속적인 관계망으로 재은둔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 사회적 관계 확립은 청년 자립의 열쇠
송제훈(진행자) 두 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청년의 자립에 있어 관계망이란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전 김아란 아름다운재단 국장님이 “자립은 정보전”이라고 말씀하셨던 게 연결되는데요.
Q. 책자나 웹 사이트를 통해 정보 탐색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데
굳이 인적 네트워크를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아란 국장, 아름다운재단(이하 김아란) 물론 이미 아동권리보장원에서 운영하는 ‘자립정보 ON’이라는 앱이 있어요. 그런데 청년들이 이런 앱이 있다는 걸 잘 모르죠. 어딘가 정보가 있어도 거기까지 닿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어요. 검색을 하면 뭔가 나오겠지만 그 중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골라내는 것도 쉽지 않고요. 심지어 지원 공모에 나오는 용어가 어려워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때 필요한 게 인적 네트워크인 것이지요. 믿을 수 있는 누군가로부터 지원정보에 대해서, 지원하고 도움을 얻었던 경험을 직접 듣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죠. 그렇기 때문에 당사자끼리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먼저 존재하는 앱이나 웹사이트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에선 캠페이너가 메신저방이나 온라인 카페에 다양한 자립정보를 공유하고, 당사자 네트워크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송제훈(진행자) 하원봉 팀장님께 질문입니다.
Q. SK뉴스쿨 학생들이 담당 매니저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다고 하셨는데요.
이 관계 유지라는 게 어떻게 이뤄지나요?
하원봉 팀장, SK뉴스쿨(이하 하원봉) 매니저들과 학생의 관계가 1년의 교육기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은 저희의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취업 이후의 고민이나 개인적인 고민이 생겼을 때 연락하고 만나서 상담을 받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조리학과에 다녔던 친구가 지금 다니는 회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준비 과정에 대해 담당 매니저와 상담하고 같이 준비하게 된 경우도 있습니다.
송제훈(진행자) 이번엔 김혜원 이사장님께 여쭤보겠습니다. 상담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고립·은둔청년이 상담센터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Q. 상담만으로 회복이 가능할지, 이해도가 부족한 상담이 오히려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는 질문입니다.
김혜원 이사장, (사)PIE나다운청년들(이하 김혜원) 많이들 궁금해하시는 부분입니다. 저희 기관은 상담센터와 (사)PIE나다운청년들 두 곳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PIE나다운청년들이 고립·은둔청년을 지원하다 보니 상담센터로 많이 유입이 됩니다. 대부분 부모님들로부터 상담요청 연락을 받는데요. 상담이란 게 일주일에 한 번으로 회복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접촉면이 훨씬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상담이 강압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내면을 건드리는 것이어야 하기에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한 것입니다. 경험이 많은 상담자는 고립·은둔청년에 대한 이해도가 높죠. 때문에 무조건 집에서 가까운 상담소를 찾기보다, 고립·은둔청년 상담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 곳을 잘 찾아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사자 본인도 상담 외 세상과의 접점에 대한 필요성을 자각하고 서서히 이를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희 기관에도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12~13년 동안 고립되었던 친구들이 있어요. 생각해보면, 12년 동안 누군가와 관계를 안 맺은 사람이 일주일 1회기 상담으로 한두 달 사이에 회복될 수 있을까요? 부모님들은 빠르고 획기적인 전환을 기대하곤 하세요. 은둔 전에 괜찮았던 자녀를 기억하시고 너무 상황이 다급하니까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쉬울 거라고들 생각하시는데, 서두르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돌아갈 수 있어요. 하지만 그 기간만큼, 12년 동안 어떤 경험을 했는가에 대해서 함께 돌이켜보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 회복이 가능합니다.
사진: 김아란 국장 (좌), 김혜원 이사장(중앙), 하원봉 팀장(우)
• 법과 제도 개선의 첫 걸음은 모두의 관심
송제훈(진행자) 이번에는 법과 제도 개선에 대한 질문입니다.
Q. 사각지대 없는 지원을 위해 법/제도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며,
빠른 변화를 위해 어떤 협력이 필요할까요?
김성민 오늘의 이 자리처럼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해 계속해서 많은 분들이 이해하고 알아가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오면서 국민들이 어디에 관심이 있는가가 법과 제도적 개선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유승규 고립·은둔청년과 관련해선 법이나 제도가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적어도 대상자를 규정하는 기준이 있고 지원책이 있다는 데서 부러운 마음도 들었어요. 고립·은둔청년이 정말 사각지대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자체 몇 군데의 조례만 존재하는 상황이고 조례들도 굉장히 파편적이에요. 어디서는 3개월 이상 안 나오면 은둔청년이고, 또 다른 데서는 1년 동안 안 나와야 은둔청년이라고 하는 등 기준이 다 다릅니다. 일단 대상자를 규정하고 얼마나 많은 청년이 은둔하고 있는지 정확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법과 제도 마련의 기틀이 세워질 것 같습니다. 아직도 방에 틀어박혀 있는 청년들이 많습니다. 많이들 관심 가져주시고 조력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통합적 접근이 필요한 고립청년 지원
송제훈(진행자) 자립준비청년과 고립·은둔청년 모두 법과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네요. 어느덧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SIT를 통해 모인 다섯 분이 청중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김아란 이런 자리에서 여러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무언가 바뀌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자립준비청년과 고립·은둔청년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또 수많은 사각지대들이 우리 사회에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요. 우리 청년들의 삶이 좀 더 나아지는데 함께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혜원 매년 2500명~3000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세상에 나옵니다. 자립준비청년을 규정하는 조건은 분명하죠. 어디에서 생활을 했고, 나이가 몇인지 등 분명한데 고립·은둔청년은 ‘그런 사람이 있어?’라는 이야기를 거의 매일 듣고 있습니다. 제가 고립·은둔청년 지원을 7년째 하고 있는데도 도움을 주시는 분들조차도 ‘믿어지지 않는다’, ‘한 번 와봤어요’ 정도의 인식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취급을 받는 청년들이 30~40만명 있고, 그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약 100만명 정도가 묵인되어온 거죠. 왜일까요?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했기 때문이죠.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의 시구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처럼 고립·은둔청년을 호명하고, 어떤 조건에 처했는지 규명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원봉 발표자분들과 패널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립이라는 게 특정한 지원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공감하게 되었던 자리입니다. 특정한 경제적 지원이 끊겨서 다시 자립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그 자립은 우리가 원했던 자립이 아닌 거죠. 지속적인 관계와 지지, 사회적 고립을 해소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지지체계가 조직화되어야 청년들이 자립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성민 고립·은둔청년을 지원하는 두 분께 먼저 위로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자립준비청년들 또한 존재를 인식하게 하는데 약 70년이 걸렸습니다. 지금도 현재 진행중이고 이제 막 지원제도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다르면서도 같은 경험을 하는 고립·은둔청년을 위해 저희의 경험과 노하우를 잘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여기 계신 여러분들께 질문 한 가지 드리고 싶습니다. 선택할 수 있다면 아동양육시설의 삶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자립지원청년은 누구도 선택하지 않을 이 삶을 적게는 5년, 많게는 20년 동안 살아내온 친구들입니다. 너무나 멋지게 이겨낸 용감한 친구들인 거죠. 우리 사회가 자립준비청년들을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존중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승규 제가 은둔할 때 봤던 영화 <흔들리는 도쿄>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일본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나라잖아요. 지진이 시작되니까 은둔하던 사람이 후다닥 뛰어나와요. 그러다 지진이 멈추니까 다시 들어갑니다. 그 장면을 보고, 제목을 다시 보고 물리적으로 흔드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그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야 된다는 메시지를 얻었습니다. 어떤 부모님들은 “걔네들 밥을 왜 줘? 밥을 안 주면 나올 거야.”라고들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물리적인 흔듦은 결국 사람을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가게 한다는 걸,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는 걸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송제훈(진행자)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대담을 정리하자면, 고립된 청년의 자립을 돕기 위해서는 물리적 지원이라는 한계를 넘어서야 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일부 상담 서비스 외 정서적 지원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자립 자원과 역량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미약하지요. 오늘의 논의를 통해 정서적인 부분을 케어할 수 있고 관계망을 확립하는 제도가 생겨나기를 기대합니다. 여러분께서 제안을 주시면 행복나눔재단도 함께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