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한 공간을
되살리는 아이디어

Social Innovators Table은 도시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고 있는 건축가, 예술가, 투자자 등 다양한 소셜 이노베이터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도시재생을 주제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서로의 방법과 관점을 공유할 때 아이디어가 더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대학로 샘터 X 공공그라운드

투자자가 도시를 살리는 방법

도시마다 상징적인 건물이 있다면, 대학로는 샘터 사옥이 아닐까. 1980년 한국건축가 협회상을 받은 ‘작품’이자 파랑새극장, <샘터> 등으로 누군가에게는 ‘추억’인 샘터 사옥이 몇 해 전 매물로 나왔다. 샘터를 인수한 곳은 어느 대기업이 아닌 ‘공공그라운드’ 였다. 공공그라운드는 우리나라 벤처 1세대가 기금을 모아 만든 ‘착한’ 부동산 투자회사다. 배수현 공공그라운드 대표는 매입 당시 건물주였던 샘터사에 이 건물을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적 기업으로 공간을 채우고, 다양한 행사와 토론으로 많은 사람의 이야기와 추억이 가득한 공간을 만들겠노라 약속했다. 건물 가치와 원형을 보존하는 선에서 재설계해 수익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 실현한다는 공공그라운드의 목표에 맞게 운영 중이다. 우선 시민들이 통행하던 1층 광장은 계속 열어두고, 내부 직원만 사용하던 루프톱 라운지는 대관 공간으로 수정하는 등 샘터가 지니고 있던 공유와 공존이라는 가치를 유지 및 계승했다. 3~4층에는 미디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메디아티’를 비롯해 새로운 교육 실험에 투자하는 ‘씨프로그램’, 이들이 후원하는 스타트업과 비영리 기업이 입주했다. 교육 관련 비영리 단체 ‘미래교실네트워크’가 설립한 대안 학교 ‘거꾸로캠퍼스’도 있다. 중고생 청소년들이 소통하고 협력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나가는 작은 실험실이다.

공공그라운드 외관

SIT에서 도시재생의 현주소를 보다

샘터에서 공공일호로 새롭게 탈바꿈한 공간의 목표 수익은 연 2~3% 정도. 은행 이율보다 낮은 수익이지만 대학로의 상징이 보존되고, 그 공간에서 의미 있는 사회혁신이 일어난다면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믿기에 가능한 투자다. 배수현 공공그라운드 대표는 SIT에서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 반가웠다. “SIT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소셜 이노베이터들을 만나 다각도로 영감을 받았어요. 분야별로 어떤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지, 도시재생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일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녀는 그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모임과 실험이 가능한 공간으로 입주자들에게 개방한 옥상 라운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