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마을무지개 전명순 대표
2019.11.05
발표자 이야기 마을무지개 전명순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이주여성의 자립과
성장을 돕는 마을기업
이주여성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전명순 마을무지개 대표는 지역을 기반으로 이주여성의 자립을 도와주고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rainbowcatering.modoo.at
이웃 주민에서 조력자로
2011년, 전업주부이던 전명순 대표는 은평구에 있는 작은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당시 도서관에는 임신했거나 어린 아이를 데리고 오는 이주여성이 많았다. 낯선 곳에 와서 생활하는 모습을 보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주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선거 방법이나 소방 교육, 성교육 등 생활 속 정보를 알려주거나 같이 책을 읽고 요리해서 아이들과 놀러 가기도 했다. 이렇게 이주여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 “저에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때부터 이주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 했습니다.” 전명순 대표는 이주여성들이 단순노동이 아닌, 스스로의 재능을 살려 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그렇게 처음 시작한 일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 교육이었다. 이주여성과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여성이 한 팀이 되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등 총 8개국의 수업 자료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 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에 힘입어 교육사업을 확대해보기로 하고 이주여성과 함께하는 마을기업 ‘마을무지개’를 창업했다.
세계 이색 문화를 경험 할 수 있는 초등학생 대상 다문화 교육
외식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수요식당’
2012년 4월 마을무지개는 역촌동 재래시장 한쪽의 작은 점포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주여성 8명과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5명, 이렇게 13명이 뜻을 모았다. 창업 첫해에는 다문화 교육으로 4000만원 정도 수익을 얻었다. “수입이 생겼지만 직원들에게 많은 돈을 주진 못했어요. 월 30만원 정도 활동비를 지급했을 뿐인데, 이주여성들의 반응은 좋았습니다. 다문화 교육 강사라는 직업이 생겼고, 돈도 벌었다는 기쁨이 크다고 했어요.” 하지만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겼다. 여름 방학과 겨울방학 그리고 학년 전환기인 3월에는 다문화 교육을 신청하는 기관이 없었다. 방학 기간에 수입이 전혀 없으니 이주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식당이나 공장에 취직해도 말릴 방법이 없었다. 급하게 다른 이주여성으로 자리를 대체하거나, 그만둔 이주여성이 몇 달 후 다시 찾아와 일하고 싶다는 난감한 부탁을 하기도 했다. 전명순 대표는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했다. 방학때도 수입이 생길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이 필요했다. “회의가 끝나고 다같이 식사를 할 때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돌아가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어요. 하루는 다같이 모여 쌀국수를 먹고 있는데, 옆 사무실 직원이 어디서 시켰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이주여성이 만든 음식을 판매하는 사업을 떠올렸습니다.” 우선 시범 삼아 ‘수요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음식을 판매했다. 음식은 이주여성 스스로 가장 자신있는 메뉴를 선택해서 만들었다. 그러다가 주변에 입소문이 나면서 식당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한번에 많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계량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마침 기업 공모전에 선정되어 받은 사업비 1000만원을 모두 요리 교육과 리플릿을 제작하는데 사용했다.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음식 사업을 시작했다.
다문화는 여러 가지 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꽃밭과 같다고 생각해요. 열린
마음으로 이주여성을 바라보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하다 보면 건강한
다문화 사회가 되지 않을까요. 다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봅니다.
성장의 기반이 되어준 케이터링 사업
마을무지개 음식 사업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수요식당’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행사 케이터링 주문이 들어왔다. 점점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주문량도 늘었다. 전명순 대표는 본격적으로 식당을 내기로 결심했다. 역촌초등학교 부근에 위치한 ‘타파스’는 마을무지개에서 처음 문을 연 식당이었다. 8평 규모의 작은 공간이지만 이주여성들과 함께하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케이터링 주문이 늘었고,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어느 단체에서 자신들이 사용하는 공간의 계약 기간이 2년 남았는데 비어 있는 상태라며, 마을무지개에서 사용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이다. 망설임 없이 바로 받아들여 시작한 식당이 ‘루덴스키친’이다. 45평의 공간에 넓은 주방이 생기자 케이터링 주문이 더욱 많아졌다. 기존에는 은평구에서 주로 활동했는데, 이때부터 서울 전역으로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현재 마을무지개는 세 번째 공간으로 옮겨 더욱 활발하게 케이터링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주여성이 만든 음식으로 케이터링 사업을 하고 있는 마을무지개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
전명순 대표는 마을무지개를 운영하며 저녁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대부분의 이주여성이 시부모님과 살고 있는데 다 아이가 어려서 저녁에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주여성이 일하면서 가정에도 충실할 수 있도록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녁 장사를 하지 않는 원칙은 꼭 지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마을무지개는 다문화 교육은 물론 케이터링, F&B 컨설팅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시킬 계획이다. 다문화 음식으로 케이터링하는 사업은 다른 이주여성 단체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며 컨설팅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제2, 제3의 마을무지개가 생기도록 전문적으로 컨설팅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8년간 마을무지개를 운영하며 힘든 순간이 많았어요. 그때마다 이주여성 이 일에 만족하고 적은 수입에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습니다. 마을 무지개는 지금처럼 이주여성들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따뜻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