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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T에서 만난 사람들
오롯
20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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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을 통해 함께 문화를 즐기다
소리 내어 말하는 것 외에도 소통의 방법은 있다.
동시대 문화를 함께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소통의 창구는 생겨난다. 오롯 최인혜 대표가 청각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한글 자막을 만드는 이유다.
우연히 알게 된청각장애인의 문화 소외 현실
최인혜 대표가 처음 한국 영화 자막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네이버 웹툰 <나는 귀머 거리다>를 통해 청각장애인의 문화 소외 현실을 인지하고 나서다. “작가 라일라님이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를 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직접 대본을 만들고 외운뒤 영화관을 찾았다는 일화를 접했어요. 그때 국내 청각장애인들이 문화 향유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2019년 기준 국내 제작 영화 중 단 1.5% 만이 배리어 프리 영화로 만들어졌고, 편당 상영 횟수는 고작 월 2~3회 남짓이었 다. 최인혜 대표는 이 1.5%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한다. “현 배리어 프리 영화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화면 해설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이 동시에 제공되기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어려워요. 청력 손실 정도가 낮은 청각장애인은 영화의 소리와 시각장애인용 음성 화면 해설이 중첩되니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죠.”
삼삼오오 재능 기부로 완성되는 자막
오롯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성 화면을 제외한 배리어 프리 영화 한글 자막을 제작하고 있다. 퀄리티 높은 자막을 제작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자막 제작 지침서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자막 제작 경험이 없는 자원봉사자도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 5분 분량의 자막을 제작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2시 간. 봉사자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자막 제작 교육 영상 시청과 자막 제작 지침서 숙지가 필수다. 자막 제작 대상 영화 와 참여 봉사자가 정해지면 오롯의 구성 원과 자원봉사자가 참여하는 오픈 채팅 방이 개설된다. 이 채팅방에서 봉사자들은 서로 의견을 나누고 조언하며 자막 제작의 완성도를 높인다.
“영화의 모든 소리를 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워요. 등장인물의 대사 외에도 배경 음악이 주는 느낌, 문 닫는 소리나 옷깃 스치는 소리 같은 작은 효과음까지 세세 하게 자막으로 옮겨야 하죠. 저희는 이 작업을 ‘영화를 읽는다’고 표현해요.” 봉사 자가 제작한 자막은 오롯이 검수해 자막의 통일성과 정확성을 확보하는 한편,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청각장애인의 검수와 피드백 과정을 거친다.
자체 영화제 제1회 오롯한 상영회 진행팀
‘소통’의 연결 고리가 되어줄 배리어 프리 콘텐츠
가톨릭대학교 인액터스 프로젝트 팀으로 출발한 오롯은 적극적인 대외 활동과 OTT·VOD 콘텐츠 서비스 시장 진출을 통해 사회 인식 변화와 청각장애인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서 성장을 준비 중이다. 언젠가 규모가 커진다면 자막 감수 및 봉사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청각장애인의 근로자 채용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런 오롯에게 2019년은 다양한 활동을 펼친 의미 있는 한 해였다. 작은 규모 지만 자체 배리어 프리 영화제인 ‘제1회 오롯한 상영회’를 개최했고, 부천국제애 니메이션페스티벌(BIAF) 폐막식 자막을 제공하며 가장 큰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은 단순한 관람 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동시대 문화를 공유하는 것은 ‘소통’과도 직결되죠. 그렇기 때문에 배리어 프리 자막은 단지 일부 서비스가 아닌, 소통의 연결 고리이자 도구이고요. 저희는 모든 영상 콘텐츠에 배리어 프리 자막이 당연하게 제공되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http://www.barrierfreeorot.com/
가톨릭대학교 교내에 설치했던 오롯 홍보 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