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제도와 정책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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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제도와 정책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고, 재활용을 잘하는 것만으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시민사회의 노력만으로는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탈플라스틱 사회를 향한 제도와 정책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01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를 아시나요?
페트병을 분리배출하기 전 스티커와 뚜껑은 뜯고 버리자는 ‘뜯버’ 캠페인이 화제다. 하지만 ‘뜯버’를 아무리 잘해도 떼어낸 비닐과 뚜껑은 결국 쓰레기가 된다. 이를 해결하려면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생산 단계부터 비닐 라벨을 사용하지 않고, 병뚜껑을 병과 같은 PET 소재로 만들면 재활용은 훨씬 더 쉬워진다. 이처럼 생산-회수-재활용 전 과정에 기업이 책임질 의무를 제도화한 것이 생산자책임재활용(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 EPR) 제도다. 재활용이 가능한 형태로 제품을 생산하고, 사용 후 발생하는 폐기물의 회수와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에서도 유색 페트병 사용 금지, 접착제를 사용한 라벨 부착 금지와 함께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법으로 시행되고 있지만 아쉬움이 많다. 규제 대상이 한정적인 데다 기업이 낸 환경부 담금을 재활용업체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재활용 책임에 면죄부를 준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02
플라스틱세에서 비닐봉지세까지
유럽연합은 생산자책임재활용 제도를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의 수집·운송·처리 비용은 물론, 플라스틱 쓰레기를 청소하는 비용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 비용까지 생산자가 부담하도록 한다. 그뿐 아니라 유럽연합은 2021년 1월 1일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kg당 0.8유로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른바 플라스틱세를 도입한 것이다.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유럽 각국에서 비닐봉지세를 도입한 후 탁월한 환경 개선 효과를 본 사례가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실제로 아일랜드에서는 비닐봉지세 도입 후 쓰레기 오염원 중 비닐봉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5%에서 0.13%로 감소했고, 덴마크에서는 연간 비닐봉지 사용량이 8억 개에서 4억 개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 비통 아티스틱 디렉터 버질 아블로가 디자인한 에비앙의 재생 PET 소재 생수병.
재생 소재임을 강조하기 위해 구겨진 병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에비앙은 2025년까지 전체 포트폴리오에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03
빈 플라스틱병에도 보증금을 허(許)하라
국내에서도 최근 빈 병 보증금 제도를 플라스틱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빈 병을 재사용할 수 있는 소주·맥주·청량음료 등의 판매 가격에 보증금을 포함하고, 반환 시 이를 돌려주는 빈 병 보증금 제도는 본래 재활용이 아닌 재사용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많은 해외 국가에서는 내구성이 약한 플라스틱 컵이나 플라스틱병에도 보증금 제도를 도입해 쓰레기로 버려지는 것을 예방하고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일례로 독일의 경우 플라스틱병은 0.25 유로, 맥주병은 0.08유로로 유리병보다 플라스틱병의 보증금이 더 높게 책정되어 있는데, 이는 플라스틱병에 더 많은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환경보호의 관점에서 보증금을 정했기 때문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보증금 제도를 도입한 후 독일은 98%, 노르웨이는 93%, 덴마크는 89%의 높은 재활용률을 보이고 있다.
빈 병 보증금 반환을 위해 독일의 대형 마트에 설치한 벤딩 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