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유니크굿컴퍼니 이은영 대표
2019.05.23
발표자 이야기 유니크굿컴퍼니 이은영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목소리로 나눔을 실천하는
오픈 더빙 솔루션
전 세계 2억 명의 시각장애인과 10억 명에 달하는 난독증 환자들이 자막이 있는 영상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Social Innovators Table 일곱 번째 모임 발표자 이은영 유니크굿컴퍼니 공동대표는 누구나 쉽게 참여 가능한 오픈 더빙 솔루션 ‘헬렌’으로 그 해답을 찾았다.
자원봉사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
이은영 유니크굿컴퍼니 공동대표는 11년 동안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매년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하지만 연탄을 배달하거나 식사를 나눠주는 봉사를 하면서도 뭔가 해소되지 않는 결핍을 느꼈다. 분명 좋은 취지로 시작했고 의미 있는 활동인데, 점점 목적은 사라지고 의무적 활동에 그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봉사활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찾아왔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할 때였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를 만드는 곳에서 목소리 기부를 제안받았죠. 처음에는 과거 봉사활동 경험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내 목소리로 재능 기부를 하니 확실히 다르더군요. 그동안 의무적 봉사활동에서 느낀 결핍감이 한 번에 사라지는 기분이었어요. 내가 느낀 것처럼 다른 사람도 봉사활동을 통해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2017년, 이은영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송인혁 대표와 함께 유니크굿컴퍼니를 설립했다. 유니크굿(Unique Good)은 미국의 속성비교이론의 대가 라비 다르(Ravi Dhar) 교수의 논문에서 가져온 단어로, 선택 과잉의 시대에 사람들은 구별성, 상호성, 탁월성을 가진 대상만 선택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세상이 당면한 문제를 유니크굿한 방법으로 해결하는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두 사람의 포부를 담은 네이밍이었다. 당시 송인혁 대표는 이미 혁신·창의·기술 분야에서 유명한 작가이자 강연가로, 테드(TED)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선구자였다. 사내 교육 담당자였던 이은영 대표는 강연자인 송인혁 대표의 ‘리얼월드’ 강의에 매료되었고, 함께 리얼월드를 구현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리얼월드는 현실 공간에 가상의 이야기를 입혀 한 편의 영화를 실제로 경험하듯이 각종 지형지물과 미션 키트 그리고 증강 현실(AR)과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지원되는 실감 나는 대체 현실 게임 플랫폼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인 리얼월드가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아가던 이듬해, 이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오픈 더빙 솔루션 ‘헬렌(Helen)’을 개발했다. 이은영 대표의 목소리 기부 경험과 송인혁 대표의 테드 경험을 합쳐 만든 결과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더빙 솔루션의 필요성
“우리는 영상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오늘날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영상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자막의 역할이 절대적이었죠. 하지만 만약에 시각장애인이라면 어떨까요? 자막이 있는 영상은 포기해야 할까요? 비단 시각장애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어린이, 노인뿐 아니라 난독증이 있는 사람도 자막을 읽기 어렵기 때문에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은영 대표는 헬렌을 시작하면서 영상 자막을 볼 수 없는 이들에게 집중했다.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한빛맹학교의 자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시각장애인들 역시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SNS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정보의 접근성과 새로운 교육에 대한 욕구는 더 강렬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헬렌은 노트북과 이어폰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더빙을 시작할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규모의 자막 시스템을 제공하는 아마라(Amara)에서 데이터를 가져와 그것을 분 단위, 문장 단위로 쪼개 목소리를 입히는 방식이다. 한 문장을 녹음하고 녹음된 내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으며, 잘못된 내용은 언제든 수정이 가능하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막을 더빙하는 것만으로 봉사와 기부 활동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헬렌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막 스크립트를 녹음하는 과정에서 좋은 메시지를 새기고 기억하며 스스로 힐링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처럼 참여 만족도가 높다 보니 한번 더빙에 참여한 이들은 헬렌의 팬이 되어 평균 3개 이상의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기부자와 수혜자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 플랫폼
헬렌은 우리에게 익숙한 헬렌 켈러(Helen Keller)의 이름을 빌려왔다. 다발성 장애를 가졌지만 사회 혁신가로 활동했던 그녀처럼 헬렌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플랫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출시한 지 3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벌써 800개의 영상이 업로드될 만큼 많은 사람이 목소리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헬렌은 시각장애인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에요. 시각장애인이나 자막을 읽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 기부를 하고 있지만, 원한다면 기부자 스스로 수혜자가 되어 다른 기부자가 더빙한 영상을 즐길 수도 있죠.” 이은영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항상 수혜자로만 여겨지던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더빙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이 목소리를 기부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도 개발하고, 언젠가는 더빙이 하나의 직업처럼 되어 시각장애인도 월급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헬렌 스퀘어라는 더빙 스튜디오도 만들 계획이다. 전 세계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더빙 플랫폼 헬렌은 이처럼 수혜자가 기부자가 되고, 기부자가 수혜자가 되는 경험을 통해 장애의 장벽을 허무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자막을 더빙하는
것 만으로 봉사와 기부 활동에 참여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