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ERENCE
발표자 이야기
아시안허브 최진희 대표
2019.11.05
발표자 이야기 아시안허브 최진희 대표 스토리 대표이미지
이주여성의 꿈을
찾아주는 조력자
이주여성이라고 모두 정해진 길로만 가야 한다는 법은 없다. 최진희 아시안허브 대표는 이주여성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워주고, 용기를 북돋우는 일을 하고 있다.
asianhub.kr
이주여성 중간 소통자로 시작한 아시안허브
“대기업 홍보팀에서 일하며 직원들에게 사회 공헌 교육을 많이 했어요. 교육을 하면 할수록 말로만 하는 사회 공헌이 아닌,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면서 경험하고 싶었죠.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봉사 활동을 떠났습니다.” 2004년, 삼성전기 홍보팀에서 근무하던 최진희 대표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 국제 협력단 코이카(KOICA) 해외 봉사단에 합류했다. 한국어 열풍이 불고 있는 캄보디아로 가서 제1호 한국어 선생님으로 활동했다. 그렇게 3년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자 뜻밖의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당시 이주여성이 급증하면서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부분 의사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발생한 문제였다. 최진희 대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캄보디아어를 하면서 한국어 교육 자격증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주여성의 남편, 이주여성 관련 단체나 기업 등 전국 각지에서 전화가 왔어요. 주로 의사 소통이 안되니까 통역을 부탁했어요. 그때 처음 이주여성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그들이 온전히 정착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주여성을 위해 한국어 교육을 하고, 원활한 의사 소통을 위해 통역을 해주고, 어려운 문제는 상담을 통해 해결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아시안허브’는 초기에 이주 여성이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지원해주는 사회적 기업으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캄보디아 초등학생들에게 동화책을 나눠주는 행사 모습
동화작가로 꿈을 찾은 이주여성
처음에 아시안허브를 설립하고 가장 힘쓴 부분은 한국어 교육이었다. 언어를 배워야 의사 소통을 할 수 있고 직업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국한 지 얼마 안 된 이주 여성에게 한국어 교육은 정착을 위해 꼭 필요했다. 하지만 한국어 교육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없었다. 어느 정도 한국어를 배우면 교육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경제적 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식당이나 공장에 바로 취직하더라고요. 사정은 이해하지만 계속 교육을 할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고학력이거나 10년 이상 거주한 이주 여성의 경우 취약 계층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최진희 대표는 이주여성들이 교육을 받으면서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방안으로 저작권 문제없이 한국 문화와 언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전래동화를 떠올렸다. 한국 전래동화를 활용한 출판, 교육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보다는 이주여성 모국의 이야기를 쓰고 알리는 것이 그들에게 더 의미있고 즐거운 일임을 깨닫게 되어, 함께하던 이주여성 작가들과 그들 모국의 전래동화를 번역하여 출판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이주여성과 그 자녀들도 엄마나라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키우고, 동화책을 접한 한국 아이들에게도 다문화 가정 아이에 대한 친근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아시안허브에서 통번역을 공부하고 그림 교육을 받은 이주여성들은 자국의 문화를 알린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동화책을 제작했다. 동화책 세트를 만들면서 직접 동화책을 출판한 작가도 배출했다. 아시안허브가 만든 엄마나라 동화책은 지난 6년 동안 52권의 동화책을 만들고, 17명의 이주여성 작가를 탄생시켰다.
아시안허브를 통해 작가로 활동 중인 이주여성들
이주여성이 스스로 성장하는 토대
현재 아시안허브에는 150명이 넘는 이주 여성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문화 강사, 모국어 강사, 전문 통번역사, 모국 언어 교재 · 교구 개발, 작가, 기자 등의 분야에서 자신만의 전문적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 또 코이카 해외 봉사단을 통해 한국어 회화 강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아시안허브가 이렇게 많은 이주여성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시안허브 소속이라는 자부심과 이주여성과 쌓아 온 유대감 덕분에 가능한 일이에요.” 실제로 지금 진행중인 코이카 해외봉사단 파견 사업이나 엄마나라 이중언어 교육사업 등도 이주여성들이 필요해서 생겨난 일이다. 이주여성들이 기획 단계부터 직접 참여한 만큼 과정이나 마무리도 책임감 있게 하고 있다. 최진희 대표는 앞으로 출판 분야를 더욱 확장하려고 한다. 시장성과 상품성이 부족한 면을 개선해 서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높여 시장을 넓힐 예정이다. 또 이주여성 작가들도 전문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 아시안허브도 시장 경쟁력을 가진 다문화 전문 콘텐츠 기업으로 발돋움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주여성도 각자 꿈이 있어요. 모두 통번역사를 하거나 다문화 강사로 일하기를 원하지 않을 겁니다. 이주여성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아시안허브는 계속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필리핀 이주여성이 자신이 만든
동화책을 가지고 모국 학교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작가로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뿌듯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주여성이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아시안허브가 힘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