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ERENCE
대담 : 자립의 기회를 넓혀주는 새로운 생각
2018.12.28
대담 : 자립의 기회를 넓혀주는 새로운 생각 스토리 대표이미지
청년에게
대안을 제시하다
자립의 기회를
넓혀주는 새로운 생각
‘청년 실신’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실업과 신용 불량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들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울 방법은 정말 없을까? Social Innovators Table 여섯 번째 모임에서는 기존과 다른 방법으로 청년들을 돕고자 노력하는 두 소셜 이노베이터와 함께 그 정보와 아이디어를 찾아보았다.
● 대담자
김민정 | 크레파스솔루션 대표
김희동 | 스마트소셜 대표
청년들이 겪고 있는 현실
조대곤(진행자) 안녕하세요. 오늘 대담 진행을 맡은 KAIST 경영대학 조대곤 교수입니다. 여러분, 두 분의 발표를 듣고 마음이 어떠신가요? 청년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희망이나 즐거움이 아닌 대출, 실업 이야기를 하는 것이 슬프지만 현실인 것 같습니다. 김민정 대표님, 앞의 발표에서 현재 청년 대출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는데, 과연 그 실상이 어느 정도인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김민정 한국 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청년 31.8% 정도가 부채를 가지고 있다고 해요. 그중 10%대의 고금리를 부담하고 있는 청년만 115만 명이나 됩니다. 사실 청년들은 큰 돈이 필요하지도 않고, 청년에게 누가 많이 빌려주지도 않잖아요. ‘조금만 잠깐 빌려 써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가 계속 늘어난 거예요. 그렇게 20대가 이용한 신용 대출액만 8,00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부채가 있는 사람들은 부채를 굉장히 부끄러워해요. 일례로 데이터로는 청년 부채 비율이 31.8%이지만, 대출 경험을 조사하면 실제 부채 비율의 절반밖에 안 나온다고 합니다. 부채 사실을 숨기는 거죠. 부끄러우니까 누구에게 물어볼 수 없어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대부 업체를 이용하고, 못 갚으니 부채가 늘어나고, 그래서 다시 더 많이 빌리죠. 청년들을 도와주고 이끌어줄 수 있는 체계나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이런 악순환이 일어납니다.
조대곤(진행자) 115만 명, 8,000억 원. 이 숫자도 중요하지만 김민정 대표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까지 생각하니 심각하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김희동 스마트소셜 대표님께 지방 청년이 겪고 있는 지역 소외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듣겠습니다.
김희동 다 말하자면 한 2박 3일이 걸릴 것 같은데요. (웃음) 단적인 예를 하나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부산에는 지역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가 모이는 대표 대학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수업을 가보면 학생들 중 일부는 자존감이 낮습니다. 아이러니하죠. 자존감이 낮은 이유를 찾아보니 중·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들은 서울의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다고 해요. 본인 성적이 친구들과 비슷했는데 시험을 잘 못 쳐서, 운이 없었다는 거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들의 역량이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과 비슷하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청년들을 수평으로 놓는 것이 아니라 수직으로 놓다 보니 점수 1점 차이가 아니라 다른 등급으로 평가하죠. 이런 시선이 만연해 있기 때문에 지역에 남아 있는 친구들은 패배 의식을 갖게 된 거죠. 또한 Social Innovators Table 같은 혁신적인 모임도 모두 서울에서만 진행합니다. (웃음) 결국 지방 청년들은 경험과 성취에 따른 시간과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쉽게 체념하게 되고, 지역 경제와 산업에도 영향을 끼치죠.
경제적 자립을 돕는 새로운 방법
조대곤(진행자) 교통과 인터넷이 발전하면 기회 평등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오히려 수도권에 더 집중되고 정보 격차는 심해진 것 같습니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겠죠. 김희동 대표님께서 운영 중인 구인·구직 플랫폼 ‘퍼스트잡’은 어떤 면에서 보면 새로운 비즈니스는 아닌 것 같은데, 기존 사이트들과 어떻게 다른지 설명 좀 부탁 드립니다.
김희동 사실 저희가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가 ‘기존의 구인·구직 사이트와 뭐가 다른데?’ 입니다. 지금 채용 시장을 보면 구직자는 자기소개서에 세련되게 거짓말을 하느라 바쁘고, 인사 담당자는 거짓말을 찾느라 힘들죠. 정말 많은 비용이 세련되게 거짓말 하는 것과 그 세련된 거짓말을 찾아내는데 쓰입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볼 땐 직무에 맞는 인재를 찾아야 하는데, 기존 이력서에서는 역량을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기존과 다르게 ‘진성 데이터’에 집중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어떤 자격증이 있는지 ‘역량 이력서’를 적게 해요. 인턴, 현장 실습을 통한 보고서도 ‘어디에서’보다는 ‘무엇을’ 했는지 위주로 기재하죠. 이 자료들과 함께 학생들의 성적, 인·적성 데이터 등을 모두 모읍니다. 그리고 빅데이터를 통해 학생들의 성향과 기술에 꼭 맞는 직무와 기업을 연결해주죠.
조대곤(진행자) 실제로 저도 금융회사 신입 사원 데이터를 분석한 경험이 있습니다.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자기소개서를 비교해봤어요. 양쪽에 나온 얘기가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기존 이력서로는 진짜 인재를 찾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김민정 대표님, 크레파스 솔루션도 기존 업체들과 어떤 점을 차별화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민정 청년들에게 선한 의지에서 저렴한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다만 누구나 할 수 있는데 실천하지 않았고, 굳이 청년들에게 첫 금융 기회를 제공하는 모험을 하지 않더라도 몇 년 지나면 각자도생해 금융회사를 찾아올 것이기 때문에 굳이 신경쓰지 않았죠. 물론 지난 10년 간 금융 소외 계층을 지원하는 시도는 있었어요. 하지만 지속되지 않았죠. 저희의 차별점은 기술적 부분보다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력과 지속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전세계에서 개인 신용 평가 기술과 대안 신용 평가 기술을 배웠어요. 이 두가지 기술을 활용해 뭔가 만들어내는 건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얼마 전에는 몽골 최초의 인터넷 은행을 만들겠다는 분들에게 기술도 수출했어요. 그런데 저는 기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기술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기술을 기반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야 오래 선순환하는 구조가 되고, 사회 변화도 일어난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고, 굉장히 어려운 일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하는 이유는 누군가는 청년들을 믿고 지지해야 하고, 작은 시작들이 쌓이면 큰 사회 변화가 생길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평생 해나가려는 것이 저희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조언
조대곤(진행자) 아마 많은 분이 이 두분의 진정성과 사업에 대한 열정을 충분히 느꼈을 것 같습니다. 두 분이 다른 분야에서 청년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방법이 비슷해 흥미롭습니다. 바로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기업들이 양질의 데이터를 모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게 목표인데,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김희동 저는 ‘빅데이터는 관심’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일례로 제가 부산을 주제로 한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를 찾아본 적이 있는데, 대표 음식으로 ‘우동’이 나왔어요. 부산 토박이인 제게도 생소한 정보였죠. 궁금해서 ‘로우 데이터(Raw Data)’를 살펴보니 지명이었어요. 해운대구 지명 중에 좌동, 우동이 있거든요. 분석기가 우동을 지명이 아닌 음식으로 인식해버린 거죠. 결국 데이터 전문가란 데이터의 겉모습뿐 아니라 데이터가 어떻게 축적되고 생성됐는지 이면에 있는 산업 속성까지 이해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분석만 한다면 기술자죠. 저의 경우도 지방 출신이기 때문에 지방 청년들이 겪는 문제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데이터를 수집하기 전에 친구들이 겪는 문제에 어떤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먼저 고민했죠.
조대곤(진행자) 마치 제 강의를 들으신 것 같습니다.(웃음) 제가 항상 강조하는 이야기와 똑같아요. 중요한 것은 데이터양이 아닙니다. 어떤 목적으로 모았는지,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김민정 대표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김민정 2011~2012년쯤부터 빅데이터가 부각된 것 같아요. 은행의 지주회사 회장님들이 신년 연설에서 데이터 분석을 거론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기다리던 시대가 드디어 왔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실제로는 금융 회사와의 작업이 어려웠어요. 저는 ‘어떤 의사 결정을 할 것인가’에서 시작해야 좋은 데이터를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의사 결정을 할 것인지,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또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을 파악해야 하는지 지속적인 고찰이 없으면 아무리 데이터를 분석해도 소용 없습니다. 그런데 빅데이터가 부각되면서 기업에서는 일단 모인 데이터가 많으니까 뭔가 해야할 것 같은거죠. '이 데이터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고 거꾸로 질문을 던진 경우가 많았어요. 더 이상 우리가 풀고 싶은 문제 때문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고 데이터가 쌓여 있으니까 이것을 가지고 무얼 해야 하는 상황인 거죠. 저는 빅데이터에 기반한 예측 모델을 왜 잘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우리가 예측을 왜 할까요? 예측은 맞추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측이 다 맞으면 누가 그것을 예측이라고 부르겠습니까? 틀릴 수 있으니까 예측인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측 모델을 잘 만들어야 하는 것은 만드는 과정에서 수 많은 고찰을 해야 나중에 우리가 가정했던 것과 뭔가 달랐을 때 원인을 빨리 찾을 수 있고, 그것을 빨리 보완해서 우리가 원하는 정답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죠. 그래서 저는 예측은 결과가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이것을 왜 하는 것이지?’라고 계속 고민하는 과정을 위해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도전이 의미있는 이유
조대곤(진행자) 두 분 모두 말씀해주신 대로 데이터의 양보다는 진성 여부가 중요합니다. 두 분께서 이런 부분을 잘 알기 때문에 사업도 잘 자리 잡은게 아닐까요? 김희동 대표님, ‘퍼스트잡’ 플랫폼에 대해 실제로 청년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김희동 앞서 얘기한 ‘역량 이력서’로 취업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편입과 휴학으로 조금 나이가 많은 학생이 있었어요. 이 학생이 경기도 소재 중견 기업에 지원하고 면접을 보러 갔는데, 다른 지원자들은 이력서에 있는 자기 소개를 달달 외우고 있었대요. 불안하니까 외우는 거거든요. 스스로 당당하면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저희 학생은 외울 필요가 없었죠. 역량 이력서를 쓰면서 상황, 행동, 결과에 맞춰 기술해 자기가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지 상세하게 알고 있었으니까요. 면접관이 다른 지원자에게는 이력서 팩트 체크만 하고, 저희 학생에게는 역량 이력서를 보며 계속 질문을 했다고 해요. 정보가 많으니 관심이 가고, 궁금한 점도 많았던거죠. 결국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어요. 3~4개월 후에야 취업계를 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심지어 회사에서 학생을 기다려줬습니다. 다른 케이스도 있어요. 의무행정과 학생이었는데, 데이터를 분석하니 기존 의무행정과 학생들과는 다른 패턴이 나왔어요. 기계 계열의 스코어가 나왔습니다. 이 학생은 원래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기계 계열 전공이었는데, 취업이 잘 안 되니까 부모님 권유에 못 이겨 의무행정과로 전과한 케이스였던 거죠. 본인 의지로 전과한 게 아니니 학생은 새로운 전공에 전혀 흥미가 없었어요. 의무행정과 학생이라면 일반적으로는 병원 행정 분야로 현장 실습을 가야 하지만, 저희는 데이터 분석에 맞춰 의료 기계 분야를 추천했죠. 현재 우리나라는 직업을 약 1만3,000개 정도, 미국은 약 3만 개 정도로 분류하고 있어요. 점점 직무가 복잡하고 다양해져 직업 분류가 어려워질 거예요. 결국 교육, 경험,적성 등 여러 가지 데이터를 반영해 직업을 찾아야 하죠. 저희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퍼스트잡’이 지방 청년들에게 그들만의 기준에 맞춰 직무, 직장을 연결해 줄 수 있다는 걸 확인 했습니다.
조대곤(진행자) 김민정 대표님은 어떤가요?
김민정 안드로이드 앱 스토어에서 ‘청년 5.5’로 검색하면 앱이 나옵니다. 아직 준비 중이기는 한데요, 저희가 여기에서 쓰는 대안 신용 평가 시스템을 빨리 최적화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플랫폼 말고도 오프라인으로 금융회사 대상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핀테크 기업 렌도와 공동 개발한 대안 평가 제도를 국내 한 카드회사에 시험 적용한 결과 신용 등급 5~6등급에 해당하는 사람들 중 우수 성향 사용자 5,000여 명에게 추가 대출 승인이 나기도 했어요. 여기까지가 일단 제 경험의 한계라 그 다음은 천천히 진행 중인데요,(웃음) 그 이유가 저는 지금까지 엔진만 잘 만들면 칭찬받는 일을 했어요. 나머지는 금융회사 역할 이었죠. 하지만 이제 금융회사에 더 많은 고객을 연계하는 디딤돌 같은 플랫폼을 만들고 있잖아요. 그러면 다양한 분들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우선 펀딩 투자자가 필요하죠. 저를 믿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돈도 많이 모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잘 못 받겠더라고요. 청년과 연결해줘야 되는데 투자만 받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청년에게 대출을 해줘야 하는데요, 저희가 하는 대출은 일반적인 대출과 달리 신용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금리를 관리하는 것이 향후 경제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청년들을 잘 선별하고 투자 모델에 대한 고민을 충분히 한 후에 진행해야 할 것 같아서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물론 테스트로 몇몇 대출은 실행 중입니다.
청년 자립을 위한 고민들
조대곤(진행자) 두 대표님이 생각하는 청년 자립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민정 청년 자립이란 스스로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근육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가 청년을 믿고 첫 번째 기회를 주어야 하고요, 그 기회를 잘 살릴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에 더 좋은 기회를 만들 수 있게 연계해야 합니다. 저희는 청년들의 신용이 올라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김희동 제가 만난 지방 청년들은 역량과 자질이 충분했지만 그것을 잘 표현할 줄 몰랐어요. 청년들에게 그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여러 사회문제를 접하게 됐습니다. 취업에서는 일반적으로 과정보다 결과 중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지역 소외 현상을 겪어요. 저는 청년들이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청년 본인의 성찰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걸어온 길을 인정해 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반드시 공존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저희가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 사회로 바뀔 수 있도록 애쓰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조대곤(진행자) 두분이 하는 일은 어쩌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청년들을 위해 열심히 도전하고 있는 모습에 감명 받았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질문을 받아보겠습니다.
추현호 저는 대구에서 지방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결을 고민하는 ‘콰타드림랩’ 대표 추현호입니다. 김희동 대표님께 질문하겠습니다. 저희도 대표님과 비슷한 소셜 미션을 가지고 있어요. 전국 평균 4년제 대학교 취업률이 61%인데 저희 지역 대학교는 50~55%입니다. 특히 제일 유명하다는 경북대학교는 58%이죠. 이렇듯 취업률이 낮은 이유는 학생들이 더 좋은 기업에 가고자 하는 것도 이유고, 제조업 기반 지역이었다가 산업이 변하면서 지역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혹시 부산에서 4년제 대학교 졸업생의 취업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 또한 역량 이력서와 빅데이터로 해결이 가능할지 묻고 싶습니다.
김희동 어쨌든 지방이라는 이유로 또 공감대가 형성됐군요.(웃음) 사실 저희 서비스는 전문대학에 제공하고 있고, 그중 대구 영남이공대가 열심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듯이 누군가가 여기 계신 분들에게 똑같이 말한다면 낮추겠습니까? 그건 어려운 일이에요. 눈을 낮추라고 하는 것보다 지방 청년들이 현명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부족한 정보를 채워주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신입 사원 연봉이 4,500만 원이라는 정보만 알고 지방에서 그에 맞는 연봉만 좇게 놔두기보다는, 만약 서울에 가면 평균 생활비가 월평균 100만원 이상 들지만 지역에 남는다면 월 100만원을 낮추더라도 삶의 질은 동일하다는 정보를 제공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희는 고용노동부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내일채움공제인데요, 2년 근속하면 1,600만 원, 3년 근속하면 3,000만 원을 지원자에게 주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새로운 알고리즘도 개발 중인데요, 지방 청년들에게 초봉은 적지만 2년 후에는 연봉이 어느 정도 올라가고, 결국 총합으로 봤을 때는 대기업과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리즘으로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요. 이렇게 차츰 정보 불균형을 해소해나가면 4년제 대학생 취업률도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조대곤(진행자)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교에 있는 제가 부끄럽고 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년’과 구분 지어 ‘청년’이란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게 1910년입니다. 그 당시에는 청년이라는 단어 뒤에 대출, 실업 같은 것이 붙을 줄 몰랐을 겁니다. 100년이 지난 현 시점에 우리가 문제를 발견했고, 또 그 문제를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현명하게 해결하고자 하는 두 분의 노력이 씨앗이 되어 앞으로는 청년이라는 단어가 희망, 행복으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 대표님께 한 말씀 듣겠습니다.
김민정 사실 많은 사람이 금융의 힘으로 꿈을 이루고 발전 했습니다. 다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이미 어려운 상황에 처한 청년들이나 신용 불량자들을 돕는 활동도 굉장히 중요하고, 존경할 만한 일입니다. 저도 동참하고 싶고요. 그런데 예방차원으로 그들이 어려워지기 전에 디딤돌을 놓아주고 펌프질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금융이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긴 싸움은 옳은 힘이 이긴다고 하죠. 저는 긴 싸움을 잘해 나갈 수 있도록 처음의 옳은 생각을 계속 지키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김희동 제가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2년 전 불우 시설에 취직 관련 기부 강연을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 이었습니다. 쉽게 강의했는데도 몇몇은 이해를 못 하고 흥미도 없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마지막에 제가 질문을 하나 던졌습니다. 꿈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 학생들에게는 그런 질문이 익숙하지 않을 것 같아서 “10년 후 너희의 모습은 어떨 것 같니?”라고 물어봤죠. 내심 기대한 답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을 것 같아요’였는데, 한 학생이 웃으면서 “저 감옥에 가 있을 것 같아요”라고 답했어요. 그랬더니 여기 저기에서 맞장구를 치더라고요. 충격적이었죠. 일반적으로 감옥은 우리와 상관없는 곳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나 그 학생들 환경에서는 감옥이라는 단어가 상당히 익숙했던 거예요. 아는 만큼 보이고 경험한 것 밖에 할 수 없는 세상에서 그 아이들을 새로운 길로 인도하려면 여기 모인 분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 아이들이 아는 것, 경험한 것 이외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이면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조금 더 안전한 세상에서 긍정적인 힘을 가지고 조금 더 밝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만들어나갈 겁니다.
조대곤(진행자) 여기 모인 분들은 두 분이 이루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에 많이 공감 하셨을 것 같습니다. 청년들에게 더 많은 자립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는 협력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계기로 많은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관계자분들이 두 분의 혁신에 동참할 수 있길 바랍니다. 두 분의 사업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또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일 것 같습니다. 긴 시간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