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영케어러 지원이 기존의 위기가정 지원, 취약청년 지원과 달라야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의 취약청년 지원정책은 취업, 창업, 교육 등 청년들의 목표에 대한 지원이었다. 그러나 영케어러는 그 목표 외에 ‘돌봄’이라는 추가적인 아젠다가 더 있다. 돌봄이라 하면 대상자도 돌보고 본인도 돌봐야 하는 거라 너무나 복잡다단하다. 기존에 있는 아동/청년/노인/장애 지원을 사각지대 없이 잘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고, 추가적으로 영케어러 맞춤 지원을 마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박재형 광주서구지역사회보장협의체 사무국장
질문영케어러 문제에 있어 공공 외 민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공공의 역할을 정의하자면 형평성, 민간을 정의하자면 유연성인 것 같다. 공공에서 균등한 체계 안에서 누구나에게 비슷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영케어러에 대한 복지가 제도화되기 전, 민간에서 시급한 위기 상황 지원의 공백을 메우는 것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지역사회와 연계해 간병, 가사, 심리 상담을 연결하는 등 작더라도 가능한 것부터 빠르게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에서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지원이 마련되게끔 목소리를 내는 일도 필요하다.
박정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장
질문영케어러 문제를 다루며 '돌봄 위기'가 수차례 언급되었다. 돌봄 위기는 무엇을 뜻하며 그 원인은 무엇인가?
고령화, 저출산으로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많아지는데 돌봄을 제공할 사람은 줄어들고 있다. 가족 해체나 비혼, 만혼이 증가하면서 가족 내 누군가 아프면 남은 한 명이 돌봄을 독박 쓰는 상황은 영케어러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과거 아이를 키우고, 아픈 가족을 돌보고, 집안 일을 하는 등의 돌봄은 주로 엄마, 며느리가 전담해왔다. 이 중년여성이 가족 내 부재하거나 역할을 못 하게 되어 돌봄의 부담이 아동이나 청년에게까지 내려온 것이 영케어러의 상황인 것이다. 더이상 가족이 돌봄을 전적으로 감당할 수가 없는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 책임의 상당 부분을 가족에게 남겨두었다. 지금은 영케러어가 경험하는 위기지만 곧 모두가 보편적으로 앞으로 경험하게 될 위기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함선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
질문사회가 돌봄을 책임지고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면 돌봄 위기가 해결될까?
개인이 돌봄으로 부담받지 않도록 국가가 전적으로 떠맡거나 시장에 일임하는 것이 좋은 사회일지는 생각해보아야 한다. 일상 속 친밀한 관계 사이의 사소한 돌봄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돌봄은 관계에 기반한 노동으로, 돌봄의 질, 즉 어떻게 주고 받느냐 또한 중요하다. 정부와 시장의 역할이 있고 개인의 역할이 있기에, 이 개인의 돌봄이 가능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돌봄의 외연을 넓히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주배경아동이나 코다(CODA)와 같이 부모를 대신해 통역을 하는 일도 해외에서는 돌봄으로 인식한다. 이렇게 일상의 다양한 돌봄으로 영역을 확대해 접근해야 돌봄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기현 작가
SIT 열여섯 번째 컨퍼런스 TALK